본문 바로가기

소소한 일상

간만에 본 고드름 소한이 1.5일이다. 한겨울의 정점이다. ‘대한이가 소한이네 놀러왔다가 얼어죽었다’고 엄마가 말해주셨다. 해마다 설 앞에 놓인 입춘 추위 때문에 밖에 과일을 내놓으면 언다고 꽁꽁 싸매두셨다. 이제야 알겠다. 갈무리를 말끔하게 하시던 그 까닭을. 무남독녀로 몸종 데리고 시집 왔던 여인네가 식민지 치하, 광복, 6.25, 1차 숙정, 1.4후퇴, 재봉틀로 옷 만들어 팔아서 알짜 부자였다가 군의관으로 끌려간 시동생 빼와서 병원을 개업시킨 통큰 마음을. 두 시동생을 남한에서 재장가를 들게하고 가정을 일구게 해준 그 태도가 이해할 수 없었다. 그 시대에도 제 속만 차리던 군상들 천지였기에. 어릴 적, 엄마가 바보같고 욕심을 부릴 줄 모르는 세상물정 모르는 철부지 같다고 생각했다. 그게 아니었음을 이제는 안다. 더보기
일주일 먼저 동지 팥죽 첫눈도 푸짐했는데 그제는 여름 소낙비 처럼 밤새 내리더니 어제는 밤새 눈이 내린다. 잠깐 멈추더니 또 쏟아진다. 이른 동지 팥죽을 쒔다. 사먹는 것이 맛이 적어서 해봤다. 팥앙금도 잘 내렸는데 맵쌀 불리는 것을 깜빡 했다. 결국 덜 불은 쌀을 넣고 계속 저어줘야 하는데 힘들다고 불을 가장 낮게 해놓고 쉬었더니 이십여분 사이에 인덕션에서 누릉지 탄내가 나서 화들짝 놀라 앙금물을 더 넣어 저었지만 소용 없었다. 새알심도 넣어 구색은 영락없는 팥죽이고 , 동치미와 백김치까지 곁들였는데 살짝 탄내가 났다. 막내가 김치 얹어 먹으면 괜찬찮다면서 잘 먹어주어 감사하다. 남편은 고생스레 하지말고 사먹잖다. 그 소리에 속상해서 “다음엔 제대로 더 잘해봐야지”로 응수했다. 탄맛 팥죽도 뜨끈하니 좋다. 더보기
어린이도서연구회 옛누리집 자료 발견 권지은 이사가 전화를 해왔다. 뭔 일일까 싶었다. 누리집이 3번 개편이 되었는데 2004년부터 2007년까지 교사 일기와 아이들 책 읽어주기를 기록한 것들에 관한 것이다. 너무 놀랍고 반갑다. 외장하드에 저장되었던 2000년 초기 자료들은 열리지 않아서 갖고만 있다. 그 속에 묻혀있는 셈이다. 양이 너무 많아서 나누어 엑셀로 저장하기로 했다면서 자기가 맡은 부분은 보내드리겠다고 했다. 고맙고 감사하다. 교사는 기록을 남기지 않으면 그 기간은 사라지고 없다. 못내 아쉽고 섭섭했는데 옛자료를 보관하는 중이라며 기록을 보존하는 일도 했어야 했는데 싶어서 반성을 했다. 뭘 하려고 하면 너무 바쁘고 지친다는 소리에 지레 배려를 하느라 정말 꼭 해야 할 일도 못했구나 싶어서 반성을 했다. 엑셀자료 속에는 159개 .. 더보기
12월 한 해 마무리 한 해 마무리 하면서 해야 할 일이 많다. 1. 목록위원회 교사학부모 목록 보고 할 일, 교열과 검토가 몇 차례가 있다. 2. 대전충청지부 이오덕 강의 2개를 준비해야 한다. 3. 책읽는 씨앗 마무리 2번 토론과 책읽는 밤씨앗 토론이 2번 있다. 4. 민담 1월 워크샵 ppt 준비를 해야 한다. 5. 1월 8일 애서니 브라운과 민담에 대한 강의를 듣기 위해 '욘 바우어'과 '젤렌스키' 그림을 미리 견줘보고 살펴보아야 한다. 여기까지가 꼭 해야 할 일이다. 창간 20주년 특집이라 기대가 크다. 아직 보지 못했다. 인권연대에서 달력을 보내주었다. 젤렌스키 그림과 그에게 영향을 크게 주었다는 욘 바우어의 스웨덴 민담 이야기책을 어렵게 김환희 교수님이 중고로 구해주셨다. 7쇄다. 잘 안나온단다. 구하기 어려운 .. 더보기
알모책방, 길담서원 신촌 살롱에서 공부를 할 때마다 알모책방 최영미씨는 제빵과 제과를 준비해서 가져오곤 했다. 지난번에 처음 12월에는 슈톨렌 빵이 생각난다며 친정아버지 제사에 올릴겸해서 만들었다며 맛을 보게 가져왔다. 제사에 올리고 싶은 것이나 좋아하셨던 것을 올린단다. 그 생각도 참 창의롭다. 럼주에 담가 발효시킨 주재료가 주는 풍미가 대단했다. 내가 좋아하는 빵집에서 먹었던 그 슈톨렌도 괜찮다고 했는데 비교불가였다. 향미가 넘쳐서 정말 맛나게 먹었다. 그랬다고 이번 공부할 때도 가져왔다. 내가 너무 맛나게 잘먹는다고, 남편과 나눔하고 싶다고 한 말을 잊지 않았는지 옆서에 손글씨와 함께 도쿄에서 샀다는 12색 색연필과 함께 보내주었다. 무척 고맙고 감동이다. 해서 막내가 온 김에 아끼던 와인 1병을 따서 슈톨렌과 미리 .. 더보기
세종국립도서관 헨젤과그레텔 발제를 위해 어제와 오늘 다녀왔다. 차로 30 분. 갈만하다. 어제는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오늘은 없어서 호수공원 쪽에 세우고 걸어왔다. 시설이 너무 좋다. 그런데 이용자가 거의 없다. 오후는 어제보다 조금 더 있었다. 어린이실은 적막강산이었다. 찾아보니 27 권 있는데 대부분 전집류이고 내용도 형편없고 애니메이션과 디즈니 풍 그림이다. 저런 책을 보게 하는구나 싶었다. 친절한 사서 덕에 책을 모두 구해서 다 읽고 사진 찍고 견줘보니 민담을 살린 것은 2권 뿐이다. 앤서니 브라운조차 아쉬움이 많았다. 어제 2시간, 오늘 3시간 보았다. 이제 정리만 하면 된다. 그게 일이지. 더보기
동치미 담기 완결 어제에 이어 오늘 아침에 장독을 열고 살펴보니 자작할 정도의 물에 소금을 뿌린 것이 녹았는지 간을 보았다. 싱거웠다. 벌써 사과향이 나고 조금 익은 듯한 냄새가 났다. 소금물을 더해서 부어 간을 맞추고 누름틀을 넣어 무가 떠오르지 않도록 눌러놓았다. 익으면 작년보다 더 맛있을 듯하다. 작년에는 큰 무를 반으로 잘라넣었는데 올핸ㄴ 자그마한 무가 많아서 통채로 무를 넣었다. 독을 새로 산 독으로 했더니 키는 작지만 둥글어서 그런지 2/3 정도 밖에 차지 않았다. 내년에는 70개 정도 해야 할 듯하다. 아침을 먹고 점심 먹기 전까지 서벅지 버무리고, 생채 만들고, 무우 나물 볶아 놓고, 무우짠지 애벌로 절여놓고, 배추 겉절이 버무리고, 배추잎 삶아서 꼭 짜놓았다. 저녁 반찬으로 무우 나물, 배추 무침, 겉절이.. 더보기
김장 동치미 담기 1차ㅡ무 소금에 굴리기 솥에 장작 넣고 물을 끓였다. 오후 4시에 시작했더니 좀 추웠는데 불기운에 춥지 않게 했다. 동치미에 넣을 무청도 안 남기고 모두 솥에 넣어 데쳐 건졌다. 옷걸이 10개에 골고루 널었다. 저녁 먹고 한 시간 정도 무우를 닦고 다듬고 소금에 굴려서 재웠다. 내일 아침에 살펴보고 뒤집고 올해 새로 산 큰 독을 볏단으로 불을 지펴 소독할 예정이다. 김장을 하면서 편안하게 실내에서 하는 세상이 얼마나 좋은가 싶다. 울 엄마는 추운 바깥에서 벌개진 얼굴과 손으로 밤새 절이느라 쪽잠을 주무셨다. 지금은 얼마나 좋은 세상인가. 오늘 하루 감사한 마음이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