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보험을 가입했다. 내가 간병을 받으면서까지 살고 싶지는 않지만 사람살이 모르는 일이라 20년 동안 별일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가입했다. 실손 보험도 들었다가 실제 교통사고가 나서 입원을 한 달 넘게 했는데 보험금 수령하려니 너무도 복잡하고 해달라는 서류가 많아서, 그리고 실제 보험료도 쥐꼬리 만해서 내가 낸 돈이 아까울 지경이었다. 해서 해약했다. 보험관련은 아무것도 없이 살다가 해보니 여러가지 생각이 맴돌았다.
시아버님 간병 7년, 친정엄마 간병 3년, 시어머님 간병 5년, 친정 아버지는 일주일 앓다가 돌아가셔서 가장 복된 어른이셨다. 시아버님은 어머님이 간병을 해주셨고, 어머니들은 개인 간병을 받다가 결국 요양병원에서 돌아가셨다. 치매가 오니 알아보지도 못하시고 총기와 총명함은 다 사라져서 생전이시면 저렇게 생명 연장을 원하셨을까 하는 생각에 돌아설 때마다 눈물을 쏟았다. 아마 알게 모르게 내 무의식 속에 그것을 견뎌 나가면서 가장 큰 간병비가 보험을 생각하게 했는지도 모른다. 자식들에게 누가 될까봐. 마음이 복잡했다.
점심을 냉면으로 대신하고 남는 시간에 그래픽 노블 <<죄와 벌>>을 보았다. 글씨가 작아서 그림이 칙칙해서 아주 읽기 어려웠다. 전자책으로 읽다보니 이 유려한 묘사를 그림이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하일라이트를 묶어 놓은 듯한 그래픽 노블, 맛난 살점은 다 사라진 생선 뼈다귀를 먹은 느낌이다. 아무런 감동을 받을 수 없었고, 그래픽 노블 뒤에 해설이라고 붙인 내용이, 해설이라고 생각하고 마련한 것일텐데 군더더기다. 스토리를 그래픽 노블 속에 녹여냈으면 될 일인데, 워낙 방대하다 보니 요약하기도 버거웠을 것 같다.
책을 다 읽고 밖으로 나오니 남편은 텃밭 철책과 그물을 모두 걷어냈다. 훵하니 아주 넓어 보였다. 시금치를 또 잘라 먹어야 하고, 파는 뽑아서 파전과 파김치를 담아야 할 것 같다. 지난번 담은 파김치가 금방 시어져서 조금씩 담고, 파강회를 해서 먹으면 금방 먹을 만큼의 양이기도 하다. 텃밭을 정리하려니 서운한 생각이 들었다.
저녁에는 비대면으로 강사단 연수가 있었다. <<주문 많은 요리점>>,<<비에도 지지 않고>>를 중심으로 여러 그림책을 견주고 그 특징을 알아보았다. 일본에서 구입해온 그림책 색감이 우리와 달라 강렬하기도 했고, 최근에 나온 일본 그림책은 보지 못한 것이라서 열심히 보았다. 미야자와 겐지 주제로 3박 4일 연수를 꾸려 다녀올 예정이다. 올해 다녀올 수 있기를 고대한다.
일요일 오후 뜬금없는 우원식 국회의장의 개헌 제안 기자회견을 보면서 '미쳤나? 지금? 왜?' 싶었다. 내 생각이 보편적 국민 생각이다. 60일 조기 대선 중에 국민투표로 같이 하자는데 내용을 살펴보니 내각제=총리책임제= 권력분권제로 언어 희롱을 하는 국민 주권인 직접 투표권을 빼앗겠다는 소리였다. 아주 난리가 났다. 모두 욕하느라 게시판이 온통 우원식 사퇴하라까지 나왔다. 왜 권력을 사유화하려고 할까. 국민 주권을 어떻게 만들었는데, 국민 직접 선거권을 어찌 쟁취했는데, 알고도 남을 사람이 저런 짓을 하는 것을 보면 국회의장도 국민이 뽑아야 할 것 같다. 국회의원이 국회의장을 뽑다보니 줄이 되고 빽이 되고 우리끼리가 만들어지고 그것을 정치 공학이네 뭐네 떠들고 있는 꼴이 가관이라는 생각이다. 하루 종일 윤석열이나 방 빼라고, 마은혁 재판관이나 임명하라고, 내란 공범들 잡아 들이라고 말했어야 하지 않는가 싶어 파면 축하 주간에 똥물을 쓴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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