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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미야자와 겐지의 <<돌배>>를 중심으로

오늘 어린이도서연구회 대전충청지부 강사단에서 올해 첫 공부모임을 한다. 발제와 발표를 준비하느라 열흘 정도 애를 쏟았다. 

전집의 작품과 그림책의 작품 텍스트가 아주 달랐다. 

여기부터 막혔다. 일본어를 모르니 어떤 번역이 더 나은지 알 수 없었다. 

미야자와 겐지부터 찾아보게 되고, 그 작품의 특성을 알아가려고 조사하고 찾아 헤맸다. 요즘은 얼마나 SNS가 좋은지 작가가 살던 동네, 기념관, 박물관, 그 근처의 식당 메뉴까지 주르륵 사진으로 보여주고 설명까지 곁들여져 마치 내가 그 동네를 방문한 듯 했다. 

작가를 알아볼수록  동생의 죽음, 사채업을 하는 어른들을 거부하고 빈곤한 삶을 선택한 것, 법화경에 심취했고, 농업에 과학을 접목시켜서 해보려 한 점 등을 알고 나니 왜 이런 작품을 써야 했는지, 그 때 어떤 마음이었을까를 헤아려 볼 수 있었다. 

번역자에게 질문을 통해 알게 된 점은 창조적인 낱말을 만들어 쓰기를 즐겨해서 후대 평론가들이 애를 먹는다는 이야기도 흥미를 끌었다. 

그래서 '카푸카푸' 라는 표현이 나왔구나 싶기도 했다. 

이번 공부의 가장 큰 장점은 '번역의 중요성'이다. 이미 한강 작가의 노벨상 소식을 접하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이 '번역'이었는데 이번 기회에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글을 쓰다가 막히면 찾아보기 하고 찾은 글 읽고 읽다 막힌 부분은 또 다시 찾아보기를 하는 식으로 하다보니 글쓰는데 걸린 시간이 어마무시하다. 게의 습성을 알게 되었고, 물총새도 알게 되고, 돌배도 알게 되고 그 뒤에 숨은 상징도 찾아내고, 겐지의 심상을 그려보다 보니 꽤 오래 걸린 발제문이었다. 그 시간이 현실의 골치아픔과 불법과 헌법 무시가 난무하는 부정의한 세상에서 그나마 숨을 쉴 수 있는 숨구멍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