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그림책

미와자야 겐지 ㅡ<<주문 많은 요리점>> 발간 100주년 기념 출판

 

두 책을 견줘보면 원작은 미야자와 겐지 글이다. 

올해 나온 책은 김진화 그림이고 박종진 옮긴이, 시마다 무쓰코 그림이고 김난주 옮긴이다. 

한국 그림은 환상적이고 주인공을 오려서 붙여 주인공 두 사람이 도드라지는 뒷표지가 더 인상 깊은 것은 출간 100년을 기념해서 2024.12.1에 발간했다는 사실이다. 

뭉게 구름으로 환상성을 보여주고 '살쾡이의 집'이라는 식당 간판과 빨간 나팔이 아주 상징으로 보인다. 간판으로 요리점인 것을 알린 반면 일본 작가 작품은 음식점에서 생길 일을 짐작할 수 있는 조각보 형태를 취했다. 뒷표지 글자와 그림의 위치를 뒤집어서 반대라는 것을 읽기도 전에 강렬하게 강조하였다. 

 

겉표지를 넘기면 속지가 나오는데 한국은 초콜릿색의 벽지가 연상이 되는 반면, 일본은 양옥 2층과 요리기구와  요리 접시 들이 '누구든지 들어오세요.' 이런 고생이 많으셨습니다.'라는 문장이 고딕체로 써있어서 내용의 흐름을 좀 알게 한다. 

속표지는 김진화 그림이 포크와 스푼을 꽃줄기로 표현해서 식당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는 것을 암시하고 손글씨로 화사함을 더했다. 시마다 무쓰고는 판화로 찍은 듯하고 작가와 그린이 옮긴이를 활자체여서 단조롭다. 

 

첫장면은 아주 확연하게 구성의 차이를 보여준다. 김진화는 푸른 숲을 위에서 내려다 본 것처럼 수채화로 드러내 '푸르게 푸르게' 빽빽한 숲 속에 길이 꼬불거리고 두 사람이 그림자처럼 표현이 되어 존재감이 없는 , 자기가 드러나지 못하는 사람들로 느껴지고 숲 속에서 길을 잃을 것 같은 모습이다. 

첫 문장도

젊은 신사 두 사람이 영국 병사처럼 차려 입고 번쩍번쩍 빛나는 총을 둘러맨 채 흰곰처럼 생긴 개 두마리를 끌고 아주 깊은 산 속 나뭇잎이 바삭거리는 곳을 이런 말을 주고 받으며 걷고 있었습니다. / 영국 병정의 옷을 말쑥하게 차려 입은 젊은 신사 두 명이 나뭇잎이 바스락거리는 깊은 산 속을 걷고 있었어요.  그들은 하얀 곰 같은 개 두 마리를 데리고 번쩍거리는 장총을 들고서 이런 말을 주고 받았어요. 

 

첫문장으로만 보면 박종진 번역은 만연체에 가깝다. 소리내서 꾸미는 말이 많아서 리듬감을 느낄 수 있으나 잦아지다 보니 조금은 식상했다. 김난주 번역은 짧게 잘라서 전달 내용이 명확하다. 만연체일 때에는 요점 파악하는데 힘이 든다. 첫 문장을 제외하면 대부분 짧은 문장이다. 왜 첫문장을 저리도 길게 했을까 의문이 들었다. 

 

글씨체는 박종진 번역은 대부분 그림 아래에 배치되어 있고 글자 크기가 작고 고딕체라서 딱딱한 느낌이고 오히려 그림 속에서 손글씨체로 내용의 중심 문장을 자유롭게 써 넣어 그림처럼 보여지는 점도 이색적이다. 

그에 비해 김난주 번역은 글씨체가 크고 함초롱체로 그림이 판화 형태여서 각진 느낌과 검정 바탕에 딱딱한 느낌을 주어 부드러움으로 상쇄시키는 효과를 주고 있다. 더구나 중요 문장에는 붉은 글씨로 써서 강조를 한 부분도 재미를 준다. 

 

그림배치도 두 면을 다 사용한 김진화와 두 주인공의 얼굴을 크게 확대해서 상황을 드러낸 점, 종이를 오려서 덧대어 입체감을 느끼게 하는 점 등도 글 내용을 좀 더 효과적으로 상징해서 보여주고 있다. 시마다 무쓰코는 왼쪽 면에 그림을 배치하고 오른쪽 면에 텍스트를 배치하여 처음부터 끝까지 변화를 주지 않고 있다. 화면의 크기가 다소 커지는 두 장면도 효과를 느낄 수가 없는 점에서 편집의 묘미를 살리지 못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2024년 출판된 100주년 그림책은 다양한 색깔과 채색과 손글씨로 그림을 개성있게 드러냈다. 

2015년 출판된 시마다 무쓰코는 검정을 주조로 회색과 빨간 군복 외에는 환상이 깨지는 분홍 바탕과 고양이의 초록 눈이 돋보일 뿐 단정하고 지나치지 않은  점이 돋보인다. 

여기에는 편집자의 생각, 그림 작가의 창의성과 개성, 번역자의 노력이 나라마다 다르다는 것을 다시 생각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