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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네

사노 요코, 간송미술관, 선우풍월-부채, 바람과 달을 함께 나누는 벗

신촌 살롱 공부는 <<태어난 아이>> 그림책과 일본어 원본을 가지고 견줘봤다. 먼저 김환희 교수님이 일본책을 넘기는 방향이 다른데 번역본에서 그대로 따라해서 원본을 살리지 못했다는 지적과 함께 융이 말한 4극성이 다 존재하는 점에 대해 말씀하셨다.

  

 
일본어가 위에서 아래로 내려쓰기 때문에 그림의 여백도 이미지 구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가로쓰기 한글로는 그 맛을 살리는데 어려움이 있다. 일본어본 색감이 훨씬 진하고 강렬하다. 사노 요코의 가정사가 작품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이야기도 나눴다. 여자 아이를 통해 아픔과 엄마의 존재를 깨닫게 된 뒤에 옷을 입고 나오는 장면부터 사회 관계를 의식하게 되는 면도 지적하였다. 모인 사람들이 모두 자기 의견을 내었다. 엄마가 아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아픈 사람인 것이 아니냐와 자식과의 관계에서 무덤덤한 독립적인 삶을 지향하는 엄마가 아니겠느냐, 육아에 지치면 다들 저런 표정을 짓지 않느냐라고 했다. 나는 마지막 장면에서 엄마가 불을 끄고 나가는 장면이 가장 큰 거리두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한 시간 동안 이야기가 무척 풍성했고, 원작을 일본어로 낭송하는 것을 들으니 그림에 대한 음성적 감각이 더 강하게 느껴져 좋은 경험이었다. 
나는 <<돌배>> 프리젠테이션을 만들어 갔는데 겐지 작품 소개에 실수가 있었다. 작품을 먼저 읽고 겐지는 그저 소개글 정도 읽었는데 그 한계였던 거다. 아무튼 깔끔하게 돌배가 주는 이미지와 번역, 그림과 텍스트의 관계와 상징성 등을 이야기 하고 마무리 지었다. 겐지 살던 동네에 가보겠다는 결심을 다시 한번 다졌다. 

간송 미술관은 시간이 날 때마다 가는 곳이기도 하다. 평온하고 평화롭다. 서울에 이런 장소가 있다는 것이 참으로 좋다. 많은 변화를 겪었지만 말이다. 더구나 새로 생긴 건물에서는 미술관 관람 전에 교육을 하였다. 미리 설명과 안내를 듣고 나니 전시실에서 그 작품을 만났을 때 참으로 반가웠다. 
간송미술관에는 추사 김정희 작품과 겸재 정선의 작품이 가장 많다고 한다. 추사 경우 33% 정도라니 놀랍다. 부채로 마음을 나누는 것이 그림엽서에 편지를 쓰는 것보다 더 간명하고 아름다웠다. 부채의 기능보다 서신 역할이 더 큰 듯하다. 특히 전서체는 글자 자체가 예술이어서 그 아름다움을 이기우 <천권일준>에서 충분하게 느꼈다. 1950년대 후반부 특징이 자획이 꺾이는 부분을 각진 방절로 처리한 점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김은호의 <고루미인>은 파초선 형식에 그린 미인도라는데 좀 생경했다. 결혼을 하지 못한 것을 한탄하다니, 옛여인의 심정을 짝지어 날아가는 기러기로 보여주는 것도 익살스럽다. 
 
한국의 근대 화단을 이끈 주역들의 서면 서화가 1917년 김응원 <석형난제>부터 1936년 김돈희 <대본령인>까지 일복요원하게 정리하여 전시한 것도 볼만하였다. 대부분 1917년 두 작품, 1918년 세 작품, 1919년 세 작품, 변관식의 <강촌무림>은 시기를 알 수 없고, 20년 대를 건너 뛰어 36년 김돈희 작품으로 마무리 되어 있었다. 설명서에는 간송이 서화협회와 일정한 교류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하는 근거로 <<일기대장>>(1936)을 들고 있다. 그곳에 6월 15일 서화협회기념첩을 50원에 구매하고, 10월 3일 서화협회전람회를 위한 기부금을 200원 지출했다는 내역이 있다. 
전시실 불빛이 흐려서 묵화도 그렇고 채색화도 세월이 흘러서 자세하게 보기 어려웠다. 차라리 이렇게 사진을 찍어서 확대를 해서 보니 더 선명하게 잘 보였다. 사진을 찍게 해주어서 더 고마웠다. 
 
잠깐 마당에 나와 시원한 바람을 맞았다. 1111번 시내버스를 타고 한성대역에서 내려 4호선을 타고 서울역으로 오는데 핸드폰이 방전되어 당황했다. 서울역에 긴급 충전이 있는데 1500원이었다. 10분 정도 했는데 20%밖에 안되어 있어서 그나마 좌석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차 안에서 충전을 했는데 비행기모드로 바꿨는데도 얼마 되지 않아서 긴장하고 아꼈다. 보조 밧데리를 안 챙긴 벌을 충분하게 받았다. 

진주가루를 뿌려놓은 종이에 그림을 그렸단다. 놀라울 뿐이다.
가장 마음에 들었다. 특히 독수리 눈매와 사냥 전의 긴장감이 충분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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