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씨앗은 화정초등학교 2학년때부터 만난 아이들이 주축이었다.
2학년 때는 그림책, 동시, 옛이야기 중심으로 일년을 운영하였다. 우리 반 아이들이 주축이라서 어려움은 없었다.
우리 아이들이 3학년으로 올라가자 반이 갈리고 아이들을 더 만날 수가 없어서 그 때부터 방과후에 다른 반으로 흝어진 아이들이 우리 교실에 모여 그림책에서 동화와 역사 동화를 거쳐 청소년 소설에 입문하기 시작하였다. 일부러 2020년에 정년을 1년 앞두고 6학년을 고집하였다. 아이들과 해보고 싶은 것이 여럿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가 터지고, 전국 휴교 상태가 되면서 아이들이 학교에 나오지 못하게 되었다. 국가도 우왕좌왕이었고, 학교는 그래서 더 극심하게 흔들렸다.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에게는 가혹하기만 한 휴교, 일단 점심을 먹을 수가 없고, 집에서 돌봐주는 사람이 없는데 어린 동생들을 돌봐야 하는 처지로 내몰렸다. 당연히 공부는 뒷전이 된 것이다. 운동장에서 6학년 교과서를 나눠주면서 아이들을 잠깐 만날 수 있었다.
이대로 두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아이들에게 아이패드를 나눠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학교에서 한 반 정도 사용할 수 있는 패드가 있어서 우리 반 아이들에게 나눠줄 수 있었고, 곧바로 ZOOM으로 수업을 진행하였다. 교육청 자료는 엉성하기 그지 없었다. 초창기에는 그나마 그조차도 마련되지 않았다. 8시 30분 수업을 시작해서 12시에 끝냈다. 점심 먹고 오후까지 하려고 했더니 아이들이 모두 반대를 했다.
수업을 하다보니 한 방에서 학교나 유치원을 못 간 동생들, 야간 작업을 하시는 부모님들 주무시는데 방해된다는 소리도 들리고, 주변의 소음이 고스란히 들리는 상황이었고, 심지어 어떤 아이는 옷걸이 밑으로 들어가서 공간을 확보한 채로 참여하고 있었다. 줌으로 4시간을 한다는 것이 억지였다. 아이들이 대단한거다. 시간표 대로 진행을 했는데 그것을 모두 다 따라왔다. 과제도 있었고, 자료를 올리라고 하고 확인해서 피드백 해주었다. 오후에는 내내 다음날 수업할 자료를 만들고 준비하고 오리고 붙이고 하느라 정말 힘들고 바빴다.
우리 반 아이들은 아주 빠르게 적응을 하였고, 안정이 되어갔다. 그렇게 아이들이 비대면으로 수업하는 것이 익숙해지자 '책읽는 씨앗'을 비대면으로 해보자고 제안을 해서 시작한 것이 이어져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청소년 소설 100권이 넘어갔다. 아이들과 나눈 것이 아까워서 기록으로 보전하고자 독서신문을 만들기 시작했다. 고 2가 되면서 대학 준비로 아이들이 시간을 내어 책을 읽고 토론하기 어려워했다. 일단 책을 깊게 읽지 못하고 시간이 안나니까 서로 힘들어 했다. 아이들이 힘들면 더 이상 해서는 안된다. 아이들 의견대로 고 1을 마지막으로 책토론을 마무리 지었다. 2024년 1월이었다. 매주 금요일 밤 8시부터 시작한 것이 4년 운영이 된 것이다.
그와 동시에 2023년 4월 11일에 대전 지역 중1을 대상으로 밤에 책읽어주기를 해주면 어떻겠냐고 해서 청소년 소설을 밤 9시에 읽어주고 10시에 마무리를 지었다. 첫 작품은 <<오백년째 열다섯>>이다. 아이들이 고른 것이다. 책 추천은 아이들이 선택한 목록에서 골라 아이들이 순서를 정하면서 진행한다. 아이들이 주체가 되어야 더 관심을 두고 책임있는 행동을 하기 때문이다. 매주 화요일마다 하다가 중 2에 올라와서는 격주 화요일 밤에 진행하였다. 읽어주다가 아무래도 중학교부터는 토론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아서 가을부터 읽어주는 대신 책 토론에 들어갔다.
어제 <<순이 삼촌>>을 끝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아이들이 기말시험이라서 1명만 들어와서 더 이상 진행하는 것이 무리라는 판단을 했다. 25권을 함께 나누고 마무리를 짓는데 서운함이 말할 수 없다. 밤시간까지 할애하지 않아도 되어 홀가분한 점도 있지만 아이들이 이렇게 쪼들리며 사는 현실이 답답하고 속상하다. 입시경쟁 지옥 속에서 허덕이는 우리 아이들에게 이런 세상을 물려주어야 하나 하는 어른들의 각성이 필요하고 경쟁이 아니라 조화로운 삶을 살 수 있는 공동체 감수성을 더 살리고 높여야 하지 않을까.
아침에 00엄마가 아이들이 낸 25호 독서신문을 바탕으로 문집으로 엮고 싶다는 전화가 왔다.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눴다. 그 중, 그것을 할 때 아이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해서 만드시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드렸다.
2025년 청소년들과 독서토론을 할 계기가 또 다시 생길 수 있을까?
그 시간에 나는 또 무엇을 할까 생각하고 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또 무엇이 있을까. 하고 싶은 것은 많다. 공부하기,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 알고 싶은 것을 더 알아보기. 또 뭐가 있을까.
노벨문학상 수상하는 한강 작가의 모습을 보면서 잠시 기자회견에서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으면서 이렇게 기쁜날 국회방송에서는 너무도 끔찍한 소란을 야기한 학살까지 준비되었다는 것을 들으면서 소름끼쳤다. 내란을 획책한 모두는 사형에 처해야 한다. 친일파 척결을 하지 못하고, 내란 설계자에게 무죄를 준 지난 과오가 이런 비극을 다시 일어나게 했기 때문에 철저한 응징이 필요하다. 전군을 계엄에 가담시킨 내란 수괴에 용서란 가당치도 않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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