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 기자회견을 안하기로 했단다. 잘한 일이다. 소감 중에 한국문학의 자산이 넓고 깊어서 그 속에서 자신이 자랐기 때문에 어느 한 사람을 골라 말하기는 어렵단다. 이 말도 아주 훌륭하다. 남편은 영어로 인터뷰하는 것을 못 마땅해 했다. 통역사가 없어서 그랬거나 무슨 사정이 있을거라는 내 대답에 너무 편애가 심하다는 듯 쳐다보았다. 한국 사람들이 대표로 뭔 말을 할 때는 한국말로 해야지가 원칙이다. 오타니는 영어를 못해서 일본어로 50-50 기념 인터뷰를 했겠는가. 남편에게 변명을 말해놓고는 왜 그랬을가 궁금해졌다.
동생이 축하 전화가 왔고, 동화지기 한솥밥은 환호했고, 신촌살롱은 의외라면서도 한국의 그 많은 작가들 중에 뽑힌 부분에 대해 환호는 아니었다. 기라성 같은 작가들이 얼마나 많은가. 내 책장에 꽂혀있는 <<태백산맥>>, <<토지>>, <<방정환>>,<<이태준>>, <<권정생>>, <<이주홍>> <<김중미>>,<<이금이>>, <<김금숙>> ,<<임석재 >> 등등
오랜만에 한강 시집<<서랍에 저녁을 넣어두었다>>를 꺼내 기차 안에서 오가며 읽었다. 그 성정을 다 읽어내기 쉽지 않은 문장들이 겹쳐서 한스러움이 아주 진하게 묻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이런 시적 감각이 소설로 넘어와서 문체가 되고 서사의 행간에 깊이를 더해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알라딘에 가보니 어제 오늘 최고의 작품으로 한강 작가의 작품이 독차지 하고 있었다. 한강 작가가 우려하는 몰려다니는 독서가 아니라 진중하게 수많은 작가들의 작품을 사주고 읽어주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도 올바르다. 아마 한동안 베스트셀러 베스트가 될테지. 이제서야 말이다.
좀 걱정되는 마음이 든다. 한강 작가가 써야할 작품들이 앞으로 계속 있을텐데 노벨상의 무게 때문에 짓눌리거나 걸림돌이 되어 좋은 작품을 쓰지 못할까봐 우려된다. 차라리 상을 안 받았다면 더 좋은 작품을 쓸 수 있지 않았을까. 부담을 갖지 않고 말이다. 그게 은근히 걸린다.
내가 살아있는 동안에 '문학에서 노벨상'을 타는 것을 볼 줄이야. 행운인 것 같다. 앞으로 더 많은 작가들이 좋은 작품들을 써서 해외에서 수상했으면 좋겠다. 좌절하지 말고 말이다. 깨어있는 시민, 예술인, 정치 발전으로 이룬 좀 더 기본이 갖춰진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사회제도를 내가 죽기 전에 만날 수 있기를 고대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zaxRY8wMR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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