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누리관'에서 세미나를 하면 보통 길 위에 안내라도 할 터인데 '독도 교실'이라서 그런지 아무런 안내판도 없었다.
천안역까지는 잘 왔다. 그런데 택시를 탔더니 생각보다 멀었고 세미나 시간도 지나갔다. 그 택시 기사가 내려 준 곳은 버스정류장, 거기에서 20여분 걸어야 하는 장소였다. 정확하게 알았더라면 그렇게 시간을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독립기념관 앞에 하필이면 구급대 현장 진행 행사가 있었고, 독립기념관을 중심으로 뺑 돌았다. 아는 사람이 없어서 관리를 하시는 분을 두 사람이나 붙들고 이야기를 해서 겨우 장소를 찾아갈 수 있었다. 그렇게 헤맨 시간이 한 시간이 넘었다. 이번에도 아니면 그냥 가야지 싶었다. 올 때 시간이 걸린 것으로 보아 퇴근 시간과 겹치면 내려가는 기차를 타지 못할 것 같아서 종합토론은 보지 못하고 왔다.
주제와 내용이 참 좋았다. 역사를 대중과 어떤 방식과 만나게 할 것인지에 대한 다양한 방법론이었다.
특히 <공공역사와 콘텐츠>를 듣지 못해서 아쉬웠다. 시간 배정이 30분이면 얼개만 휘리릭 듣는 것이라서 진행도 어려웠을 듯하다. 공공역사가 뮤지컬, 그래픽 노블, 게임과 만났을 때 대중성을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료집에도 말 그대로 자료만 실려 있어서 발표자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구현하지 못하니 안타깝다.
참여자 숫자가 많지 않았다. 장소도 협소한 곳이었다. 너무 좋은 내용인데 왜 이리 협소한 곳에 잡았을까 궁금했다.
김금숙 작가는 <<풀>>을 일본어로 번역하고 책을 내는데 앞장 선 번역가와 같이 오셨다. 그에게 발언권을 주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전달한 것도 좋았다.
자그마한 사람이 어디서 그렇게 기운이 나는가 모르겠다. 다음 달 한 달 동안 유럽에서 출판되는 책 때문에 다녀야 하고 돌아오면 또 브라질에 가야한단다. 건강 챙기라고 인사하며 헤어졌다. 그 오랜 프랑스 생활을 한 사람이 내가 나서니 내 책가방을 들고 배웅을 나온다. 그것을 보고 속으로 웃었다. 늘 웃는 얼굴인 김금숙 작가. 좋은 일만 가득하기를 빌었다.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은 셋 이었다. 낯선 사내, 외국인 늙은 여성과 나. 버스는 27분 뒤에나 온단다. 그래서 택시가 오길래, 낯선 사내는 두고 외국인만 태웠다. 외국인에게 과잉 친절일 수도 있으나 사내를 태우기는 그랬다. 천안역까지 간다고 대답해서 가는 길에 같이 태워가자고 한 것일 뿐이다. 택시비는 15000원 근처였다. 올 때는 넘었고, 갈 때는 좀 적었다. 외국인 택시비를 내려고 카드를 꺼내서 넣어두라고 내가 내겠다고 하고 계산을 마쳤다. 외국인 늙은 여성이 내게 말했다. 아주 부드럽고 감사한단다. 물론 영어로 말했다. 싱긋 웃어주면서 나는 한국말로 말했다. 가시는데 까지 편히 잘 가시라고. 혼자서 택시를 선뜻 탈 수 있는 것은 늙은 자만이 누릴 수 있는 여유이고 삶의 어느 경지일 거라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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