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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

추석이 너무 더워

34도가 뭐냐. 기가 막힌다.

무념 무상, 소원도 빌지 않았다.

 

큰애가 결혼 전에 맞이하는 마지막 추석이다. 자신도 만감이 교차하는지 별스럽게 자상하다. 

제사에는 막내가 가져온 메론, 동생이 보낸 새우전, 큰애가 보낸 고기로 소복하게 정성을 다해 차렸다. 가짓수가 많다보니 3차전까지 해야했다. 오전에는 육전, 생선전, 산적 마련해놓고, 점심에는 꽂이적, 김치적, 깻잎 새우전을 하고, 저녁에는 녹두전, 두부전, 쪽파 새우적을 해서 마무리를 했다. 저녁 먹고 빠진 것들 챙겨서 고사리, 도라지, 시금치, 숙주 나물을 마련해서 모두 무친 뒤 타파에 넣어 마무리를 하였다. 열시에 누웠는데 잠이 오지 않아서 뒤척이다가 5시에 깼다. 서둘러 세수하고 정갈하게 옷 갈아 입고 7시에 차례를 지냈다. 얼마나 정신이 없었는지 두부전은 제사상에 올리지도 못했다. 아이들과 남편은 내가 너무 힘들다고 만드는 것 말고 해놓은 것 사자고 하는데 그러면 맛도 없고 돈도 많이 들고 특히 몸에 좋지 않은 재료들을 사용하기 때문에 꺼림찍하다. 

올해 처음으로 과일을 낱개로 사고, 고기도 생고기가 아닌 냉동용이 좀 싸서 그것으로 바꿔서 했지만 80만원 정도 들었다. 시금치 200그램에 8900원인데 한 접시 소복하게 놓으려면 적어도 800그램 정도 되어야 한다. 파는 사람들도 걱정하고 물건도 없어서 그나마 눈 꼭 감고 사야했다. 이런 물가가 세상에 없다. 조기 같은 경우도 50% 이상 뛰었다. 일본 오염수 때문에 생선을 가능하면 안 먹으려고 애를 쓴다. 큰 마음 먹고 조기 몇 마리 사는데 십만원이 넘었다. 이러니 갈비찜을 할 수가 있나, 잡채를 할 수가 있나 모두 생략했음에도 너무 큰 돈이 들었다. 

살아생전에 효도를 다 하지 못해서 이제라도 마음껏 정성을 다하고 싶은 마음이다라고 했더니 아이들이 더 이상 말은 하지 않았지만 안타까워 죽을 것 같은가 보다. 

환약을 먹으면서 기력을 보충했다. 나이를 속이지 못하는 것. 절감하면서 그래도 할 수 있는 데까지 정성을 다 할 생각이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이라면 안 한다. 내가 행복하려고 하는 것이지. 

 

현충원 들어가고 나가는 길이 막혀서 작년에 고생을 했기에 8시 안되어 출발을 했더니 벌써 성묘하고 빠져나가는 차량도 많아서 더 놀랬다. 진설을 하는데 볕이 얼마나 뜨겁고 따가운지 검은 옷이라 땀이 줄줄 흘렀다. 양산과 우산이 여러 곳에서 등장했다. 그 정도 아니면 오래 있을 수가 없을 정도로 더웠다. 가장 짧게 인사 드리고 그늘에 오니 그나마 낫다. 작년에 막혀서 두 시간 가량 서 있던 길이 뻥 뚫려서 안 막히고 오니 오히려 이상했다. 이 모두 부모님 은덕이라 생각하고 감사했다. 

상만 간단하게 치우고, 성묘를 다녀온 뒤 아점을 했다. 송편도 맛나고, 올해는 특히 막내가 가져온 간장이 아주 맛나서 나물들이 살살 녹는다며 칭찬 일색이다. 내가 먹어보아도 맛났다. 

 

엄마가 일만 했다고 저녁은 나가서 먹자고 해서 명절에 문을 여는 집이 어디있냐고 했더니 있단다. 그래서 큰애 강권으로 영화 <베테랑2>를 생각없이 보고 주차한 근처에 문 연 고기집에 가서 간만에 삼겹살을 먹었다. 기름끼가 입에 턱턱 붙어서 싫었다. 별로 즐기지 않는데 집에서 냄새 피우지 않고 구워주니 그것도 새롭다. 명절 맞이 40년 만에 처음 외식을 한 셈이다. 그리고 너무 더워서 어디를 다닐 수도 없어서 모두들 전화로 인사를 대신했다. 

 

기후 위기로 내내 이런 날씨가 계속될까 정말 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