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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

가을 장마 뒤 배추 솎다

어제는 밤부터 내리기 시작해서   종일 비가 너무 많이 쏟아지다가 가늘어지다 했다. 물소리를 들어보면 얼마나 왔는지 알 수 있는데 폭포 소리가 날 정도였으니 많이 내린 셈이다. 

명절 부침개 다시 부치고 '임자 있소' 막걸리로 점심을 하고 나니 저녁 생각이 없었다. 간단하게 카스테라와 우유, 델라웨어 포도로 대신했다. 

 

세종보 걱정이 되었다. 꼼짝도 안하고 집에 있으면서 군걱정만 늘었다. 오늘 보니 천막이 잠겨 떠내려 갔을 듯하다. 와도 너무 많이 왔고, 물살은 금방 불어나기 때문에 위험하다. 속이 상했다. 

 

배추를 솎아야 한다고 벼르던 남편이 나를 불러서 도와달라고 하는 일은 가뭄에 콩나듯한데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배추를 솎아냈는데 모종을 사다 심은 것은 애벌레가 다 뜯어먹어서 남편이 핀셋으로 애벌레를 잡아 죽이고 있었다. 솎아낸 것이 두 소쿠리 정도 되었다. 그러더니 씨앗을 뿌린 것도 하는 김에 솎아달라고 해서 새순 샐러드를 해먹을 요량으로 한 고랑을 솎았는데 안하다 하는 일이라 허리가 아팠고, 비온 뒤라서 흙이 너무 많아서 모종 배추는 열번 넘게, 새싹들도 열 번 정도 씻었다. 수돗가가 밖에 있으니 거기서 애벌로 대여섯번 씻는데 훨씬 편했다. 결국 김장용 그릇들이 총 출동을 해서 씻어 물 빠지게 걸쳐놓고 새순 먼저 가져와서 샐러드 양으로는 너무 많아, 새싹 겉절이처럼 초무침을 했다. 

모종 배추도 너무 많아서 반은 겉절이를 하고 반은 삶아 데쳐서 된장국 끓여 먹을 수 있게 물기 짜서 갈무리 해두었다. 

여기까지 하는데 무려 3시간. 허리와 다리도 아프고 배도 고프고 아주 힘이 들어서 아침에 삶은 밤을 꺼내 먹고 나니 기운이 좀 났다. 점심상이 배추 겉절이, 새싹 무침으로 푸짐했다. 거기에 비빔국수까지 곁들여서 맛나게 먹었다. 명절 뒤끝이라 느끼했는데 싹 씻어나간 듯 했다. 

 

노랭이는 쫓아 다니느라 바빠서 낮잠도 못자고 좋아라 했다. 회색고양이가 좀 덜 올라탔으면 좋겠는데 낮이고 밤이고 틈만 나면 올라타는 통에 노랭이가 비명이 잦고 도망가기 바쁘다. 털을 빗겨주다 보니 목 뒤가 크게 한 웅큼 털이 빠져나간 것을 보니 속이 상했다. 노랭이는 아침 빗질이 좋은지 발라당 누워서 느긋이 즐긴다. 꼬리 부분을 빗기면 싫어하지만 참아준다. 계절이 바뀌어서 그런지 털이 아주 많이 빠진다. 밥 먹고 구르밍을 열심히 하는데 예전보다 빗질 탓인지 훨씬 부드러워졌다. 

 

큰애 결혼 모바일 청접장을 보고 싶은 사람 순서대로 알리고 보냈다. 축하해주고, 축복해준다는 말이 얼마나 고마운지. 남들 청첩장 받으면 그냥 받고 말았던 것이 생각나 반성했다. 대절 버스 안에서 드실 간식을 알아보느라 여기 저기 알아보고 있다. 이런 것들이 소소한데 참 신경이 쓰인다. 큰 일이라고 어른들이 말씀하신 까닭을 조금 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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