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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

아침 단상

아침 공기가 싸늘했다. 엊그제 밤부터 주먹만 한 고양이가 와서 밤새워 울기에 나가보니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집 뒤뜰에 있어서 그 아이가 혼자 정문부터 오기에는 무리한 길이다. 어떻게 된 건지 영문을 몰라서 어미를 찾아보았다. 키우지 않고 버리고 간 것인지 어떤지 모르겠기에 말이다. 아무리 찾아봐도 없어서 일단 우유만 주고 살펴보았다. 울음소리가 그쳐서 그런가 보다 했다. 다음 날 아침 원래 밥 먹으러 오던 고양이가 힐끔 와서 보더니 준 밥을 다 먹지도 않고 가버렸다. 고양이가 남긴 밥은 파랑꼬리 새가 수십 마리가 와서 한 톨도 남기지 않고 몽땅 먹고 갔다. 낮에는 안 오기에 아마 엄마 찾아갔나 보다 생각했다. 웬걸, 밤에 또 와서 우는데 밥도 안 먹고 잡으려고 하면 도망가고 근처에 와서는 몸을 난간에 비비고 배를 훌렁 보이고 뒹굴었다. 고양이 키우는 주변 사람들이 많아서 그것은 만져달라는 것이라는 것을 알지만 내가 알레르기가 심하고 호흡기가 약해서 기르던 강아지도 결국 시골에 맡겨던 전력이 있어서 남편은 아주 강력하게 만지지 말라고 걱정을 했다. 아무튼 남편과 함께 추위를 피하라고 고양이집을 박스로 만들어서 놔뒀는데 거기도 들어가지 않고 낮에는 사라졌다가 밤에 와서 또 울었다. 어제는 정말 날씨가 차가워서 수도꼭지를 잠글 정도였다. 이곳은 도시보다 온도가 더 낮다. 아무래도 걱정이 되어 울음소리에 나와보니 얼마나 추운지 상자 속으로 들어가 있어서 삶은 오징어를 잘라서 먹이로 주니 그걸 다 먹었다. 고양이 사료는 아직 먹지 못하는데 부드러워서 먹을 수 있었나 싶었다. 
결국 바닥에 모포를 깔아주고 그도 추워하는 것 같아 아이스박스 뚜껑을 밑에 깔고 몸통을 씌우는 형태도 해주고 나니 옆이 문제여서 택배로 온 볼록이를 양쪽에 붙여주고 두꺼운 상자로 다시 한번 입구는 막지 않고 잘 싸주었다. 입구도 노란 밥통으로 막아주었다. 그랬더니 울음소리가 잦아들었다. 

아침에 나와보니 아주 잘 잤는지 먹이도 다 먹고 허리를 쭈욱 펴면서 나올 생각을 안하고 있는 것을 보고 안심이었다. 

그런데 끼때마다 들른 회색 줄무늬 고양이가 어제부터 통 오지 않아서 아침에 산책을 하였다. 그렇게 내가 산책을 하면 따라서 오곤 했어서 사료를 주려고 불렀는데도 오질 않아서 좀 걱정이다. 얼어 죽을 정도는 아닐 만큼 큰 아이라서 자기 앞가림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서다. 
그러던 중 못 본 새집이 나무 가지 위에 만들어진 것을 발견했다. 새 지푸라기로 지은 누런 빛깔이 고운 새집이다. 새집 옆에는 감나무가 있고, 내울 건너 큰 감나무에도 감이 수십개 매달려 있다. 그 나무는 아주 오래된 나무라서 키가 크고 굵다. 먹을 것이 있으니 집을 지었을까 싶어서 한참을 바라보았다. 작은 새가 여러 마리가 드나드는 것을 보았다. 
 
생명이란 무엇일까 싶었다. 대문에 올라와서 얼어죽은 호박을 떼어내는데 깡마른 넝쿨손이 그대로 매달려서 잘 떼어지지 않았다. 늙은 부모 손등 같았다. 부여잡고 안간힘을 쓰며 버티어 내 지탱을 해준 그들의 삶도 이러했을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입동이 지나자 정말 산 속은 겨울채비가 가득하다. 나무는 낙엽들을 모조리 비바람에 다 떨어트리고 빈 몸으로 추위를 맞서고 있다. 그래서 바람이 더 차게 느껴지는지 모른다. 아침 산책, 그 짧은 시간에 생명과 삶과 인생을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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