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애 작가의 그림이 삽화로서 역할을 다했다. 그 덕에 빛났다. 중학년 정도 아이들이 읽기에는 무리가 없다. 3편이 실려 있고 152쪽이다. 표지작 1. 팔씨름, 2. 눈물 줄줄 떡볶이, 3. 성배를 찾아서로 구성되었다.
<팔씨름>의 주제는 주눅든 형이 동생들의 응원으로 학교 폭력 가해자를 이겨내고 라면을 같이 먹는 것으로 끝이 난다. 소담이와 영식은 팔씨름 한 판으로 묵은 감정이 해소 되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남지만, 또래 남자 아이들의 소심하고 섬세한 내면을 잘 그렸다.
<눈물 줄줄 떡볶이>>는 어른들과의 갈등을 떡볶이로 해소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싶다. 아버지와 새할머니와의 관계, 엄마와 새할머니의 관계,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부모에 대한 그리움이 드러나지 않고 있고, 단짝 친구와 서먹해지고, 남자 친구라고 생각한 아이에게 돈이나 뜯기다가 반전이다. 그 힘은 할머니라고 말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중학생에게 삐끼를 당하려고 할 때도, 진아와 용진이를 발견하고 돈 갚으라고 한 부분도 할머니가 있어서 가능한 것이다. 고아가 되었어도 할머니가 돌봐줄 수 있는 소연, 그나마 다행이다.
<성배를 찾아서>는 중의적이다. 성배란 예수님이 떠오르고 포도주가 원죄를 대신한 희생의 피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그래서 의아해 하며 읽었다. 아마 이런 의미를 알지 못하는 어린 독자들은 그냥 편견없이 읽었을 듯 하다. 고귀함, 성배가 어쩌면 예수님인지도 모른다. 천하고 소외되고 힘없는 모습으로 우리 곁에 있는 모든이에게 잘해야 하는 까닭이다. 아버지랑 사는 준호, 엄마랑 사는 성민이. 속마음은 따뜻하지만 주어진 현실 조건이 조금은 막막한 아이들에게 '성배'는 그야말로 '성배'로 위로와 위안과 삶의 온기를 불어넣어주는 매개자인 것이다.
세편을 살펴보면 유복한 가정이 아니다. 어른들이 안계시거나 한부모 가정이다. 경제적으로 궁핍은 아니지만 넉넉하지 않다. 학교폭력 피해자이면서 크게 주눅들지 않고 극복하는 모습, 교통사고로 갑작스런 고아가 된 아이가 오해를 풀고 관계를 새롭게 맺는 일, 고단한 삶이지만 그 속에서 굳굳하게 살아가는 준호와 성민이를 통해서 현실보다 훨씬 따뜻하고 훈훈하게 마무리를 했다. 만만치 않은 세상에서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일, 중요하다. 욕심을 부리자면 너무 쉽게 화해하고 이해하고 마음을 여는 결말이 아쉬웠다. 주인공의 갈등이 좀 더 치열했었다면 등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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