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 학기 들어온 책과 작년에 입고된 책을 살펴보면 대체로 아이들 입장은 적다. 학부모가 아이들에게 이렇게 하면 더 잘할 수 있다에 방점이 찍혀 있다. 즉 모든 것이 학력 향상에 무게가 있다보니 아이들이 즐겁고 신나게 주체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보다 이렇게 저렇게 이끌어주면 아
이들이 이만큼 나아진다는 결과물을 보여주면서 책을 홍보하고 있다.
출판사 입장이나 작가 입장은 책이 많이 팔리고 널리 알려졌으면 그보다 좋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렇기만 한가.
현직 교사가 쓴 책들도 많은데 하나같이 지도안 일색이다. 이미 나와 있는 것을 마치 자기가 최초로 학급운영을 한 양으로 쓴 글들이 넘쳐난다. 대부분 어디선가 봤거나 연수를 들었거나 누군가가 쓴 것을 읽었거나 했을 법한데, 마치 내가 혼자 개발한 양 티를 내는 책을 접하다보면 웃음이 날 때가 많다. 세상 천지에 그런 것이 어디 있나.
더구나 지역이 다르고 대도시인가 분교인가에 따라 학급운영은 달라질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마치 어떤 책 한 권으로 모든 교육의 지름길이고 그것만이 진리인 것처럼 떠벌리는 책은 그 책을 읽는 독자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적용 자체를 할 수 없는 일을 마치 할 수 있는데 안하고 있는거야 식으로 윽박지르는 셈인 것이다. 전혀 다르다는 것을 전제하지 않으면 한 교사가 실천한 그 방법만이 금과옥조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책을 만나면 좀 우습다.
애들에게 쉴 틈도 주지 않고 한자를 하루에 이렇게 익히면 이만큼 성장한다는 식의 중류층 이상의 가정에서 충분하게 뒷받침한 이야기가 성공담처럼 떠돈다. 그런 사람들은 극소수다. 그들만큼의 환경이나 처지가 되지 않는데도 우리 애에게 저렇게 하면 될 것 같은 착각과 환상을 심어주는 책들이 너무 많다. 그리고는 윽박지른다. 내가 최선을 다해서 해주는데 너는 왜 그모양이고 성과가 나오지 않느냐는 식으로. 아이들마다 다 다른데.
가장 기본은 최대한 들어주고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믿어주고 기다려주는 일 외에는 어른들이 해줄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이 조차 해주지 못하니까, 하지 않으니까, 아이들은 마음 둘 곳이 없어서 힘들고 아프고 헤매고 어둡고 삐뚤어질 수 있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책들이 점점 아이들을 대상화하고 도구화하는 것에 촛점을 두고 투입하면 산출되어야 하는 기계식으로 생각할 때마다 불행해지고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꾸준히 편안하게 다가설 수 있는 아이들 중심으로 둔 책들이 좀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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