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자기만의 서랍이 있을 것이다. 저 서랍에서 가운데 서랍 이야기가 중심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마지막 서랍이야기였다.
내게는 서랍이 아니라 집안 곳곳에 못 버리고 언젠가는 쓸꺼야 해서 모아놓은 것들이 할머니처럼 많다. 그것이 집안 곳곳에 흩어져 있어서 일목요연하게 내게 잡히지 않아서 다를 뿐이다. 나중에는 한 곳에 모아서 써야겠다라고 생각했다.
이 작품은 일본이 배경이라고 이야기 할 수 없는 것이 장날 등장인물들이 모두 서양인 모습이고 속표지 집 모양도 일본풍이라고 보기 어렵다.작가가 일본사람이라서 속표지부터 이게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북 커버'를 벗겨내니 나무 껍질같은 책표지가 나왔다. 아래 그림을 비교해보면 매우 짧은 단발머리이고 늙은 표정이 한 눈에 보인다. 뜨게질을 하는 것을 보면 겨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작품 속 레미 할머니는 할머니 같지 않다. 초로의 늙은 모습 대신 50대 초반의 팽팽한 얼굴과 단정하게 올린 머리를 하고 있다. 저런 머리는 주로 서양 여자들이 머리를 묶을 때 하는 방식인데 싶어서 더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특히 표지 그림은 작품 안에서는 계속 팔만 드나드는 서랍인데 할머니 뒷모습을 그렸고, 서랍 문양도 데이지 꽃 문양으로 일본풍이 아니다.
더구나 할머니가 구두를 신고 있다. 서랍의 위치가 방일텐데 구두를 신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일본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두 가지 지점이 존재한다. 일본 할머니 이야기가 아니라서 보편성을 획득할 수 있고, 일본 배경이 아니라서 등장인물이 어느 한 나라로 제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작품은 재활용품을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소재로는 가져왔는데 가장 말하고자 하는 것은 레오 할아버지의 결혼 프로포즈가 아닐까 싶다.
프랑스에 가서 살고 있는 딸도 달콤한 초콜릿은 보내주지만 곁에 없기 때문에 그 초콜릿이 바닥이 났을 때는 아마 딸의 준 달콤함도 바닥이 나지 않았을까.
물건의 쓰임이 바닥이 났을 때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쓸모로 쓰일 수 있다는 점이 서랍을 드나드는 손에 의해, 그리고 여러가지 모습으로 변신한 모습으로 서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결국 그 모습은 장날 빨간모자를 사간 레오 할아버지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늙었어도 혼자 살면서 아프지도 않고 바지런하게 손을 놀려서 장날에 물건을 파는 할머니.
그런 모습에 반한 할아버지. 쉽게 같이 살자고 이야기가 나온 것은 아닐 것이다. 할머니의 허락 또한 갈등이나 고민,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리라.
노인들의 소외와 고독감과 외로움은 사회문제이기도 하다.
마지막 표지에 고양이 바구니, 할머니와 할아버지 의자가 나란히 있고, 서랍장이 있는 모습으로 끝나는 것으로 보면 '할 일을 다했다고 쓸모가 없는 것은 아니예요. 아주 멋진 새로운 역할이 있을 거예요!'리고 책 띠지 문구처럼 레미 할머니와 레오할아버지는 새로운 역할로 재미있는 삶을 살 수 있을까 궁금해진다.
갈등없이 청혼하는 것처럼 기다렸다는 듯이 받아들이는 것처럼 서사가 전개되는 점이 아쉽다.
그것만 빼면 노인들의 삶도 젊은이와 같다는 점에서 어쩌면 더 외로움 때문에 함께해야 한다는 의미를 설득력있게 말하고자 한 것 같다. 그 서사의 진행을 그림책에서 빼놓은 것은 아마 행간을 충분하게 상상하고 생각하라는 것은 아닐까 하는 배려로 생각을 하면 그럴 수도 있겠다.
환경문제, 재활용 문제에 대한 작품들이 많은데 이렇게 노인문제까지 연결시킨 작품은 처음이다.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했다. 내 엄마도 무척 외로우셨을텐데 하는 생각도 떠오르고, 짖궂은 농담을 하던 동네 사람들 때문에 싫었던 마음도 떠올랐다. 노인 문제는 여러가지로 복잡하다. 작품 속 두 노인은 아프지 않다는 것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는 점이 일반성 획득을 어렵게 하지는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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