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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네

유자 왕! 최고의 연주였다.



연주하는 날 분위기에 따라 곡을 바꿔 연주했다. 대전에서만 그런 것은 아니었으면 한다.

하지만 글로만 했다 완급을 조정한 틈과 틈을 이어주고 메꿔가는 방식이라 청중입장에서는 더 좋았다.
스크라빈 피아노 소나타 3반은 너무 아름답고 서정적이어서 가장 놀라웠다. 초기 작품이라서 광기어린 자유로움이 거의 없었다. 속으로 ‘와 저럴 수도 있구나’ 싶었다. 난해한 현대음악은 선호하지 않아서 잘 듣지 않는다. 그래서 반가웠다. 예술가들이 자기 색을 찾기 전에는 저렇게 모색을 예외없이 하는구나. 피카소도 예외가 아니었으니.

마태수난곡 이후로 기립박수를 쳤다. 너무 아름다운 기다란 손가락을 털어내며 곡 선정을 하는데 정말 길었다.
가장 놀랍고 고마운 것은 앙코르 곡을 거의 한 시간 정도 늘려서 진심을 다해 연주해준 태도다. 여느 피아니스트와 달랐다. 앙코르 하면 한 두 곡을 그것도 연주 해줬던 곡 다시 몇 프레이즈 선보이고 끝나거나 아예 받지 않기도 하는데 어쩌면 저렇게 진심으로 연주를 해준다는 말인가. 굳이 안해줘도 서운하지 않다. 되도 않는 소품으로 휘리릭 연주하고 이제 됐지? 하는 태도가 싫기 때문이다.

정말 풍부한 곡 해석 능력이라 말할 때 유자 왕처럼 연주하는 것을 지칭한다. 황홀하고. ‘ 악마의 계단’에서도 소름끼치게 정교하고 소리가 정확했다. 그것은 터치의 정확성과 맞물렸기에 가능할 것이다. 얼마나 연습했울까 싶었다.

또 하나, 인사를 쑥스러운 듯 90도 각도로 재빠르게 해서 소년미를 풍겼다. 귀엽고 익살스러웠다.

곡을 완전 장악하면 저렇게 연주할 수 있구나 전형을 본 듯하다. 안 왔으면 후회할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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