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날까, 말까>>
거꾸로 움직이면 어떨까라는 착상에서 이야기가 시작이 되면서 속지부터 시작하는데 곧게 뻗어서 그런지 위험해 보이지는 않는 까닭은 머리를 크게 해서 중심을 잡았기 때문일거다. 바퀴를 달고 잠이 깨지 않은 채 밖으로 나가는 모습, 거꾸로 섰는데 머리카락은 아래를 향해 있는데 다리는 치마는 내려오지 않고 있는 것이 어색하다. 잠을 자면서 눈을 뜨지 않고 이야기를 해주면 손과 발이 알아서 횡단보도를 건너간다. 여기 보이는 싯점은 누구 시선인지 모르겠다. 저 아이 위치라면 저런 모습으로 절대로 보이지 않을텐데 위에서 내려본 그림이라서 화자의 시선과 불일치하다. 도서관에서 바퀴 소리가 시끄럽다고 하는 것인지 일러주는 말 때문에 시끄러워지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시끄럽다의 주체가 상정되지 않고 그냥 나온단다. 이 부분도 어색하다. 계속 바퀴로 다녀야 하는 억지스러운 서사 진행으로 인형까지 바퀴 하나에 의지해서 옷가게를 가서 새옷을 입는다. 여기까지 읽다보니 이 아이가 일어나지도 않고 잠이 덜 깬 꿈속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상이 맞았다. 말도 안되는 상상 속의 진행이라서 야 정말 바퀴 하나가 갑자기 다음 장면에서 2개가 되고 팔과 다리가 후들거리면 집으로 간다에서 그럼 그렇지 알 수 있었다. 내내 감고 있던 눈이 반짝 떠졌다. 아침 잠에서 깨기까지 밍그적 거리면서 한 생각이 한 편의 그림책이 되었다. 덕분에 그림책을 3번 살펴보았다. 볼수록 그럴수도 있겠다 싶은게 아이들이지 싶었다. 아이들에게도 이런 생각들을 한 번 해보고 이야기를 나눠보면 좋을 것 같다. 어떤 생각들을 하냐고. 어른인 나는 잠이 깨어나면 즉각 일어나서 아침일을 시작하는데, 아기였을 때는 기억이 없다. 대체로 잠이 깨면 바로 일어났던 편이었다. 그래서인지 이 책 생각이 참 귀엽다. 웃음이 났다. 그림도 아이가 그린 것처럼 잘 그리지 않은 것이 글과 맞는데 텍스트 배치는 좀 다르게 할 수 없었을까 할 정도로 식상했다. 2007년도 작품이어서 그럴까? 세련미가 떨어지는 편이다. <<딸꾹>> 고양이가 점점 커지면서 입을 벌리고 놀라는 모양의 속지가 무슨 일이 벌어질까 호기심을 갖게 한다. 고양이 부부의 성역할이 불만이다. 아빠는 모니터 보면서 일하는데 엄마는 기껏 화장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왜 이렇게 그렸을까 싶다. 요즘 아이들은 맞벌이가 더 많은데. 2018년에 나온 그림책인데 말이다. 더구나 엄마들이 만나서 하는 수다가 이런 것 밖에 없고 아빠는 휴일에 자는 모습만 그려놓은 것도 마음에 안 든다. 벽에 걸린 아이들 마음이 드러난 사진 액자가 비뚤어져서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부부 싸움을 보고 딸꾹질을 하기 시작한다. 아이에게 관심은 그래서야 갖게 되고 병원까지 가는데 딸꾹할 때마다 냄새가 난다는 부분도 자연스럽지 않다. 딸국질은 소리인지 냄새가 아닌데 냄새가 난다는 표현을 해서 뭐지 싶기도 했다. 병원 이름이 재미있다. '디다봐' '고쳐봐' '냅둬봐' '믿어봐'라는 간판을 보면서 '돌팔이' 대신 '도파리' 의사도 그렇다. 이 작품에서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엑스레이 속에 찍힌 아이의 욕구였다. 종이 쪽지가 마구 구겨진 형태로 꽉차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그래서 냄새가 난다고 했나 보다. 아이들 욕구가 왜 나쁜 냄새일까? 어른들을 비판하는 생각일테지 하고 보았다. '말방구 폭포법' 과 '주저리 주저리 퉤퉤법'으로 처방전을 써준 것도 위트 있다. 그런데 왜 말방구 폭포법이 아니라고 하지? 딸꾹질을 멈춘 것처럼 딸꾹을 하지 않는데 무엇을 근거로 아니라고 하지? 싶어서 살펴보아도 알 수 없었다. 그림에는 딸꾹거리지 않았다. 다음은 '주저리 주저리 퉤퉤법'을 시작할 때도 딸꾹을 하지 않았다. 드디어 '꺼억' 소리가 나면서 들어주다가 지친 부모는 잠이 들었고 아이도 고맙다고 말을 하겠단다. 여기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이들 말을 잘 들어주라는 말이다. 아이들에게 딸꾹질은 아주 기운 빼는 일이라 부부 갈등은 아이들에게 그만큼 심리 위축이 된다는 것이지. 그냥 이야기만 들어주어도 아이는 해결된다는, 굳이 어떤 행동을 하지 않아도, 여행을 가지 않아도, 선물을 사주지 않아도 관심을 가져주면 된다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 위트를 섞어 작품으로 만들었다. 그림의 흐름이 크게 변하지 않았다. 단 텍스트가 너무 얇고 가늘어서 잘 보이지 않았다. 속표지 밑을 장식한 해바라기 그림이 아이들이 부모를 그렇게 바라기 한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끼인 날>> 온전한 아이가 주인공인 작품이다. 그림이 세필로 그렸는데 오히려 더 강조되고 우스꽝스런 표정이 압권인 그림책이다. 개연성이 앞의 작품보다 더 조밀하게 연결이 되어서 아주 자연스럼다. 앞속지는 뒷속지에 끼이게 그리기 위해 그린 것이라는 것을 마지막에서야 알 수 있어 웃음이 났다. 앞속지는 이게 뭐지? 하는 궁금증을 일으키게 했다. 뭐가 끼였다는거야? 표지에서는 아이가 문틈에 끼인 표정이 아주 익살스러워서 끼인 것을 생각해봐도 연결이 잘 되지 않았다. 앞표지의 아이가 아주 다양한 표정으로 앞으로 벌어질 일을 알려주고 있다. 바람결에 날리는 머리카락조차 익살스럽다. 펭귄을 뽑을 때 어른들은 다리만 보이고 관심도 없는데 마지막 남자 아이만 엄마에게 손가락질 하며 이야기 하는 것도 아주 드러낸 것 같다.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 일에 아이들은 호기심과 궁금증 때문에 관심이 있기 마련이다. 일곱번째날 '문방구'에서 '방구' 냄새로 전환이 되면서 문을 열어주고 모두를 구하고 집에 왔는데 부부싸움이 한창이다. 싸움 요정을 빼내기 위한 아이의 방법은 아이들이 그런 마음을 갖을 수 있는 모든 것을 드러내놓고 있고, 부부 싸움의 시작은 너무도 하찮은 것으로 시작되는 것임을 한 쪽 면을 가득 채워가며 객관화 시키고 있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맞아 맞아 하면서 맞장구치고 남을 이야기다. 아이가 빌고 협박하고 애원하고 모든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이 담담하게 표현했지만 가슴이 먹먹해지는 장면이었다. 간지럼으로 싸움 요정을 빼주고 나서 부부 사이에 끼인 행복하고 따뜻한 모습이 보기 좋았다. 집 밖에서는 끼인 애들이 줄서서 기다리는 모습도 코믹하다. 3작품 속에서 가장 호소력있고, 개연성이 높고, 서사 배치나 그림 배치가 어울리고 알맞게 편집되었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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