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그림이 좋다. 순둥이의 캐릭터를 이보다 더 표정 풍부하게 살릴 수 있을까. 순한 눈매와 표정이 살아 있어서 밋밋한 글을 바쳐주고 있다.
너무도 간단한 이야기다. 순한 개가 어미가 되어 새끼를 4마리 낳으면서 새끼를 지키려 처음으로 사납게 짖어대며 보호하고, 셋째 얼룩이가 쥐똥나무 숲에 갇혔을 때도 주인이 오기를 기다려 그 곳까지 안내를 해서 구해냈지만 새끼들을 모두 다른 집으로 보낸다는 것이 이야기다. 그 사이 사이 사건으로 새끼낳기, 도둑 고양이로부터 새끼를 지키기 위해 짖어대기, 얼룩이 찾아내기가 사이 사이 끼어들면서 순둥이가 어떤 개인지 보여주고 있다. 개를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읽어주면 참 좋겠다 라는 생각은 들지만 저학년 동화라고 해도 너무 긴장감이 없다. 느슨하다. 순둥이라고 하지만 어떻게 주인이 자기 새끼를 모두 남에게 주는데 저항 한번 하지 않을까. 물론 주인과 교감하여 마음으로 이야기 하는 장면이 되풀이 되고 있지만 너무도 쉽게 포기하는 모습에서 아이들이 무엇을 느낄 수 있을까 의문이다. 한번도 짖지 않아서 동네 사람들이 순둥이가 아니라 벙어리라고 놀릴 정도였는데, 그 정도였던 강아지가 도둑 고양이 앞에서는 그렇게 무섭게 앙칼지게 짖었는데 그 보다 더 한 생이별에 '물어볼 시간이 없었다'라고 그냥 지나가는 것은 정말 강아지를 키워본 사람일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 했다. 그래서 새끼를 지키려고 짖었다는 것이 돋보였다가 바로 이 부분에서 정말 짖기는 한거야? 주인이 그렇게 듣고 싶었던 것은 아니고? 하는 의문을 갖게 하는 것이다. 얼룩이를 구해내던 그 때에도 심장이 빠르게 뛰었던 순둥이였다. 그런데 해질무렵 돌아온 아저씨 손에 첫째인 튼실이가 없는데 그저 아저씨 무릎에 매달려서 슬픈 눈으로만 바라보고 있는 것은 사실성에서 무리라고 본다. 더구나 한마리씩 가져 갈 때마다 그저 안타까운 눈으로 아저씨를 올려다 볼 뿐 저항하지 않는다. 그것도 고자 몇 번 짖다가는 그만 둔다. 더구나 돌아온 아저씨가 너스레를 떨며 데려다 준 집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순둥이는 그저 바라만 볼 뿐이다. 더구나 막내 겁쟁이 흰둥이를 보낼 때는 아저씨가 보내겠다는 말을 하자 순둥이는 흰둥이의 콧등만 살살 핥아 주고 있을 뿐이다. 아무리 어미개의 심정을 안다고 해도 그렇지 너무도 쉽게 안이하게 현실 순응적인 순둥이의 태도가 읽은 어린 독자들에게 어떤 마음을 심어줄까. 어미개는 불쌍하다. 어차피 여러 집으로 갈 거라면 순종하고 따르는 것이 좋다. 뛰어넘지 못한 현실의 벽을 인정하고 살아가자. 혹여라도 이 글을 읽는 어린 독자들 마음 깊숙한 곳에 이런 생각이 자리잡을까봐 걱정이 되었다.
그림만 곱다. 너무도 뻔한 이야기에서 순둥이에 대한 정체성이 없다. 너무도 현실 순응적이다. 새끼를 빼앗긴 어미의 아픔조차 느낄 수 없다. 그래서 불만이고 그래서 어린 아이들일수록 더 정성 들여서 잘 써야 하는데 하는 생각을 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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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광 작가가 쓴 작품들의 대부분을 살펴보았다. 1995년 습작을 동화집으로 엮어낸 뒤, 적어도 십년이 지나서야 그나마 작품다운 작품들이 세상에 얼굴을 내밀게 되어서 반갑다. 53년생이니까 그리고 항구에서 살아가고 있는 작가로서 자기 토양을 토대로 한 작품을 좀 더 치열하게 고민해서 다듬고 또 다듬어서 빛나는 작품을 생산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오덕 선생님은 늘 초등교사들이 아이들에게 줄 동화를 써야한다고 주장하셨고, 늘 게으르다고 야단을 치셨다. 초등교사를 한다는 말을 넌즈시만 밝혀놓은 작가 소개난이 좀 의외였지만, 그래도 이렇게 좋은 작품을 쓰려고 애쓰는 것은 기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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