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에 33쇄 찍었단다. 책 순서는 이렇다.
정현이 마음/낡은 외투/달맞이꽃/흰둥이의 꿈/수민이의 곰 인형/말더듬이 원식이/박새가 얻은 집/늙은 말 엄전이/아기 참새와 아이들/버려진 의자/새들이 떠난 산밭/ 까치집/오소리의 겨울잠/함께 부르는 노래 등 14편이 실려있다.
표지작품부터 살펴보면 원식이가 마지막에서야 말을 더듬는 장면이 나온다. 그 앞에서는 말더듬는다는 어떠한 암시도 없다가 갑자기 말을 더듬는 것은 그렇게 자전거 도둑으로 오해를 받고 경찰서까지 끌려가게 되면 누구나 당연히 어눌해지는 것 아닐까. 그런데 말더듬이를 붙인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작품들의 길이가 대부분 10쪽 내외였다. 단편이라고 부르기에는 작품성이 너무 미흡하다. 장편도 어렵지만 단편은 더 농밀해야 하는데 그런 기준에서 살펴보면 쓰다만 습작 같다. 이솝 우화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더구나 선생님이 아이를 자기 부모가 살고 있는 농촌에 함께 데리고 가서 보름씩이나 생활할 수 있을까? 그런 믿음이 있는 선생이 경찰서에서 온 연락에 그토록 화를 내며 갈 수 있을까. 많은 부분이 억지스럽다. 더구나 작가의 작품들이 교과서에 실렸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더 더욱 조심스럽다.
대부분이 교훈적이다. 작가가 초등학교 교사라는 것 때문에 갖게 되는 한계인지 모르지만 학생은 무조건 학교에 가야 하는 것으로 각인을 시키고 있다. '엄마의 바다'에서도 그렇고, '외로운 지미'에서도 학교는 빠지지 말고 다녀야 한다고 했다. 그런 생각들 때문인지 아이들을 가르치다가 만난 아이들이 대부분 주인공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 중 문제아에 해당되는 이야기는 '정현이 마음''말더듬이 원식이' '함께 부르는 노래'이다. 정현이와 원식이는 결손 가정의 학교 부적응아에 대한 오해와 왜곡에 대한 이야기이고, 실로암 마을 아이들이 아파트 촌에 들어와서 살아가는 이야기인 '함께 부르는 노래'는 아파트 촌의 이기주의에 대한 이야기다. 그리고 나머지는 대부분 환경 파괴가 빚은 문제에 대한 고발이다.
낡은 외투에서는 아버지의 크리스마스 전의 가난한 이웃에 대한 선행에 대한 내용으로, 그 도와주는 사람과의 관계가 나와 있지 않아서 낡은 외투를 입으면서 하루만이라도 어려운 이웃을 생각해야 한다는 교훈이 너무 밖으로 드러나 있다.
달맞이 꽂에서는 엄마 혼자 농삿일을 하는데 큰 병원으로 진찰을 간 하루 사이에 어린 동생을 돌보느라 학교를 가지 못하고 엄마를 기다리는데 담임이 찾아와서 아이에게 힘을 주고 엄마가 막차에도 못 오고 그 뒤에 나타나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여기서 달맞이꽃이라고 제목을 단 것은 작품과 어떤 관계를 갖고 있는 것일까.엄마가 나타날 때 '달맞이꽃처럼 달빛 속에 어머니가 서 있었습니다.'와 '한 무더기 달맞이꽃들이 자지러지게 웃고 있었습니다'로 마무리 짓는 문장 때문인가? 달맞이 꽃에 대해 나오는 문장은 이렇게 두 군데이다. 어머니 모습이 달맞이 꽃 이미지라면 그것을 그려냈어야 하지 않았을까. 이렇게 제목 따로 주제 따로인 듯한 것이 '오소리의 겨울잠'에도 그대로 드러나 있다.
흰둥이 꿈에서는 농촌을 떠나 도시로 온 강아지가 까치에게 농촌에 가서 살라고 알려주는 내용이다. 그러면서 그 들려줄 소식에 기대어 쇠줄이 전혀 무겁게 느껴지지 않았다라고 말하고 있다.
수민이의 곰인형은 재활용을 강조한 이야기다. 버릴 것을 필요한 사람에게 나눠주는 일이다. 필요한 사람들이 와서 다 찾아갔는데 극적인 것은 마지막이다. 가난한 엄마가 밤늦게 찾아와서 인형을 찾을 때 수민이가 가장 아끼는 자기 곰인형을 들려주며 보내는 장면이다. 여기서 나오는 대부분의 아빠는 동화책 속에서만 나오는 그런 아빠들의 모습이 아닐지 참으로 현실적이라고 느껴지지 않은 가공처럼 느껴지는 것은 왜 일까.
동화집에서 가장 교훈이 드러나서 작품성이 없어 보이게 하는 작품이 '박새가 얻은 집'이다. 자기만을 위해서 살다가 집을 잃게 되고 딱다구리가 자기가 살던 집을 넘겨 받는 내용인데 너무 빤한 내용이어서 '버려진 의자'와 함께 작가의 역량을 의심하게 한다.
이외에도 너무 작위적인 작품으로 '까치집'에서 할아버지가 흙까지 퍼다가 마당 군데 군데 놓는다던가, '아기 참새와 아이들'에서 새끼 새를 따라와서 함께 데려가는 어미 새 이야기라든가 하는 부분은 너무 심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가장 마음에 닿는 작품은 '늙은 말 엄전이'와 '새들이 떠난 산밭' 정도이다. 두 작품에서는 늙은 말의 소망과 시대에 따라 사라져 가는 직업에 대한 모습을 담담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고 적어도 작가의 목소리가 겉으로 덜 드러나는 점 때문이다. '새들-'에서는 산밭을 산 주인의 아집을 아주 익살스럽게 밀도를 높여가며 제시하고 결국 산밭이 무너져 버리는 부분으로 이기주의의 끝을 그냥 보여줌으로 해서 아이들이 판단할 수 있는 충분한 여유를 줄 여운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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