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6월 20일 금요일 날씨 후덥지근하고 끈적거렸으나 밤에는 바람이 서늘했다.
학교 도서실에서 동화읽는교사 6월 월례 모임으로 화가 '정승각'을 불렀다. 이미 여러번 강의를 들었고, 권정생샘 상가에서 밤을 새우며 우리 문학과 미술에 대한 이야기를 서로 나누면서 더 한층 친밀감을 갖게 된 그림작가이다.
강사를 모시고 도착하니 도서실 문은 닫혀 있었고, 그 번호를 알고 있는 사람이 없었다. 행정실장도 모르고, 숙직기사도 몰랐다. 학교 비상연락망에 있는 번호는 틀린 거여서 열수가 없었다. 그러길 30분, 결국 안되면 우리 교실에서 하자는 생각으로 포기를 하고 있는데, 한 선생님이 수를 조합해서 문을 여셨다. 나중에 사서는 내게 예전에 한번 알려줬기 때문에 다 알고 있을거라고 생각했단다. 할말 없었다. 학교장은 누군가 부탁을 했으면 될 일을 왜 혼자 했냐면서 앞으로는 자기가 챙기겠다고 오히려 큰소리를 쳤다. 어제 받은 전화가 기분이 나빴겠지. 결재를 받으면서 오히려 내가 웃음이 났다. 학교 망신을 톡톡하게 했고, 좋은 경험이었다고. 이런 것 하나 하는데도 이런 식의 언발런스가 되는 지경이면서 또 무슨 일을 어떻게 하겠다는 노릇인지 싶었다.
모두 분화가 되어 있어서 마이크를 쓰려면 담당자에게 이야기를 해야 한단다. 뭔 일 하나에 서너 사람이 결합이 되어야 하고 그 사람들에게 �아다니면서 부탁을 하는 거여서 내 경험 미숙을 탓해야 했다. 정말 누구에게 부탁을 했어야 했을까. 꼭 짚어서 너 남으라고?
이런 상황에서도 작가는 귀퉁이에 쪼그리고 앉아서 싸인을 해주고 있었다. 그러면서 시간은 넘기고, 가져온 자료를 빔으로 보면서 전반부의 격앙된 나의 기분을 누그러지게 해줬다. 행정실장도 음료수를 배달까지 허겁지겁 시키고.
아미크가 문화부에서 급조 조달이 되고 나니 훨씬 안정감이 있었다. 전반부 한 시간이 그렇게 흘러갔고, 후반부 한 시간 반이 열강으로 진행이 되었다. 까르르 웃음도 여섯번이나 날 정도로 재미있고, 진지했다.
아이들 그림을 보는 법, 아이들에게 그림을 그리게 먼저 해야 할 일 중 경험하기와 자기 느낌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 제도 교육에서 예술 교육을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버릴 것이 하나도 없었다. 2탄을 준비해달라는 이야기를 듣고 그렇게 하기로 하자니까 막 웃기만 하셨다.
'하마'의 테라스로 옮겨서 시원한 밤바람에 맥주 한 잔씩 놓고 스위스에서 발간된 프랑스판 '강아지똥'의 이야기, 권정샘 샘의 유작이 될 듯한 옛이야기 그림책에 얽힌 이야기, 마뜨이 다다시 씨의 편집 철학으로 탄생된 '수호의 하얀말' 일본의 책 시장, 작업을 하면서 어려웠던 이야기, 애들 문제, 앞으로 하고 싶은 일에 대해 말을 나누다 보니 새벽 한 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시간이 그렇게 흘러갔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정화는 있다 중간에 가고 건화, 세란, 은주,영미씨가 함께 했다.
맑고 투명한 얼굴 빛처럼 그렇게 가을이 되기 전에 책이 출간되기를 바란다. 그래야 11월 쯤 다시 모시고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너무도 아쉬웠다. 밤을 새워도 모자를 그런 이야기들을 다음에 더 진지하게 좀 더 학술적으로 나눌 수 있게 세미나라도 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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