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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

폭우 속 노랭이 구출 작전

노랭이는 야생 고양이다. 

그런데 사람 손을 타서 야생도 애완묘도 아니다. 그 중간이라 아주 애매하다. 

노랭이가 회색이한테 엉덩이를 아주 깊게 물렸다. 고양이 약을 사다 소독하고 발라주면 가려우니까 자꾸 핥아 먹어서 다친 곳이 성이 나서 오백원 동전 크기보다 점점 더 커지고 시뻘겋고 피를 꼬리에 묻히고 다녔다. 자기도 아프니까 제대로 뛰지도 못하고 앉을 때도 아프니까 꼬리를 대고 앉곤 했다. 

혼자서는 약도 못 발라준다. 막내가 와서 안고 어르고 달래면 얼른 약을 묻혀서 발라주는데 다 핥아 먹어서 도로 시뻘겋다. 

안되겠어서 막내가 넥카라를 사왔다. 분홍색은 작은 것인데 너무 꽉 끼일 것 같아서 좀 헐렁한 노랑색을 해줬더니 단번에 벗어 던졌다. 

그래서 작은 크기 분홍색을 해줬더니 살펴보니 너무 목이 꼭 끼어서 목줄을 한 것처럼 변해 있었다. 그리고 목 아래가 축축해져서 썩은내가 진동했다. 노랑색을 바늘로 꿰매서 크기를 맞춘 뒤 해줬더니 벗으려고 하더니 안되니까 햇볕에서 마냥 뒹굴면서 잘 놀았다. 그리고 분홍과 노랑을 거치면서 다친 부위는 약을 발라준 보람이 있어서 많이 아물고 있고, 넥카라한 보람이 있다. 

종이 상자를 좋아해서 꼭 방석을 사서 깔아주었는데도 죽어라고 싫어해서 사방팔방 츄르를 묻혔는데도 그것만 핥아 먹고 끝이다. 

오늘은 우산을 씌워주고 아무리 애를 써도 우산 속으로 피하지도 않고 비를 맞으며 떨고 있었다. 츄르 맛을 보더니 멀리 나가지 않고 문 근처에 앉아 있는 것도 아주 영리하다. 이제 문소리만 나면 내 손을 쳐다본다. 츄르 달라고. 

잘 몰랐는데 생각보다 비쌌다. 아무거나 먹일 수 없어서 좋은 것으로 사주려니 몇 만원은 우습게 나갔다. 

츄르 덕에 막내가 사온 상자에 들어가서 먹이와 물을 주고 썬룸 안으로 피신 시켰다. 밖은 춥고 비오고 바람 불어서 어디 피할 데도 없고 회색이가 자꾸 낮밤을 가리지 않고 괴롭혀서 그것도 신경 쓰였다. 

츄르 먹을 때는 조용하더니 나가고 싶어서 보챈다. 비가 그치면 내보내주려고 한다. 그래도 자기도 여기가 안전하고 따뜻한 곳이라는 것을 아는지 작은 소리로 야옹거린다. 비 때문에 잠도 못 잤는데 밤에 잠이라도 푹 실컷 자기를 바란다. 

우산 잘 씌워주러 서너번, 약 발라 주러 나가고, 잘 먹으라고 밥에 츄르 섞어서 세번을 들락거리며 고양이 돌봄을 하느라 바빴다. 너무 과잉이라고 핀잔하는 소리를 들으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