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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

발표를 앞두고, 노랭이 넥카라

평화그림책 100권을 정리하여 보고하는 자리를 앞두고 있다. 

모두들 마지막까지 혼신을 다하고 있다. 그 와중에 옥순샘이 오른손을 다치는 바람에 구멍이 크게 날 것 같다. 깁스 한 손으로 타자 치기는 불가하므로 말이다. 발표 영역을 모두 나눴는데 이 부분도 고민이 된다. 

날마다 들여다 보고 있다. 

오늘도 비가 오는데 오전 내내 살펴보고 있다. 임윤찬의 쇼팽을 들으니 날씨만큼이나 마음이 처진다. 

 

사람살이가 생각하는 것처럼 편안하게 되는 일은 없는 것 같다.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애를 쓰는 수밖에 없다. 왜 이렇게 매달리는가 자문자답을 해보자면 모든 기록은 역사이고, 어린이도서연구회 성과를 자료로 그냥 묻히기에는 아깝기 때문이다. 우리회를 알리고 회원들이 이렇게 살아가고 있고, 그것이 우리 어린이문학을 좀 더 풍성하게 할 수 있는 자원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강이 한국문학 속에서 자신이 자랐다는 것처럼, 수많은 한강이 씨앗에서 새싹으로 움틀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주는 일을 40년 동안 해온 우리회가 지켜야 할 책임이기도 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자꾸자꾸 욕심을 내고, 좀 더 완벽한 자료를 만들고자 애를 쓰는데, 원래 순수하게 우리가 하고자 했던 방향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으로 정리를 하였다. 혼자의 생각보다 여럿이 함께 의논하는 것이 가진 힘이기도 하다. 

 

노랭이가 약 바른 곳을 자꾸 빨아서 더 상처가 커지는 것 같아서 결국 넥카라를 해주고 소독하고 약을 발라주는데 잘 낫지 않는다. 어제는 막내랑 억지로 붙잡고 넥카라와 약을 발라줬더니 오늘 아침 내가 불러도 오지 않더니 남편이 나가자마자 나타나 밥을 달란다. 넥카라는 구겨져 있고 더러워서 말도 못 할 지경이다. 그래도 상처부위를 빨아먹지 않아서 어제 보다는 덜한 것 같다. 밥 먹을 때 얼른 한 번 더 발라주려 했더니 냄새를 알아서일까 피하고 도망을 가서 그냥 두었다. 걱정할 거리가 없다 보니 고양이 한 마리가 걱정을 넘치게 채워주고 있다. 이제 어미티가 난다. 젖꼭지도 커지고 우리 집에 온 지 일 년도 넘어가니까 고양이 나이로 2살이 되어간다. 동물병원에서 불임시술이 되어 우리 집에 온 아이라서 애처롭기도 하다. 자식도 낳지 못하고 혼자 늙어가야 하니 말이다. 비가 오니 추녀 밑에서 쪼그리고 잠이 들었다. 푹신한 집은 놔두고 꼭 종이상자 위에서 잠을 자는 노랭이. 자연은 냉혹하다.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애씀이 눈물겨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