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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

화사한 봄날이다

먼지도 없고 하늘이 너무 맑고 푸르러 밖에 나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노랭이'는 분홍 젤리같은 발바닥이 이제는 굳어가고 있었고, 잿빛 숫놈 고양이가 따라다녀서 무서워 숨고 도망다니기 바쁘다. 만물이 봄인가 보다. 

튤립은 손가락 만큼 나와 자라나고 있고, 다 피면 볼만할 것 같다. 장독대 옆이라 아침에 커튼 열면 바로 보이는 곳이라서 더 반갑다. 

산수유가 도로변에는 피었는데 우리 집은 아주 좁쌀만하게 나뭇가지 끝에서 뾰쪽 나도 나왔다고 내밀고 있는 중이다. 

삭막한 겨울 빛깔에서 물가 버들나무는 벌써 연두빛이 흐릿하게 그림자를 두리우고 있다. 

여러번 산책을 하였다. 햇볕이 너무 좋았다. 봄바람도 살랑거려서 춥지 않았다. 봄바람이 얼마나 건조한지 질퍽이던 땅바닥이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매서운거다. 습기를 거둬가버리니 말이다. 

 

책상에 앉아서 먼산을 바라보며 정말 하루종일 '평화그림책 100권 ' 발제한 것을 틀에 맞춰서 편집만 했다. 작년에 공부한 것 중 11월이 끝나간다. 이미 편집본은 300쪽이 훨씬 넘어갔다. 음악은 흐르고, 열어놓은 창가로 바람은 살그머니 드나드는 이 화사한 봄날, 시지프스 돌처럼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일에 매달리고 있다. 

 

저녁시간에는 창비어린이 봄호가 와서 살펴봐야겠다. 

세탁비누가 떨어져서 주문했더니 택배로 왔다. 쓰던 비누가 이제는 국내에서 만들어진단다. 그런데 향이 엷다는 소비자들 소리를 읽었다. 지금 마지막 남은 비누 하나는 10년 정도 되었는데 지금도 거품이 일면 향이 근사하다. 선물 받은 것이라서 아껴썼다. 얼마나 차이가 날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