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해 보는 목록위원 활동, 어린이도서연구회 사랑의 결정판
김영주 대전지회
2021년 3월부터 교사·학부모 팀 목록위원 활동을 시작하였다. 이사, 감사 등을 했지만 목록위원 활동은 하지 못했다. 목록이 발간되면 그것을 학부모들에게 안내하거나 도서관에서 나눌 수 있도록 안내를 하거나 아이들 편에 가정으로 보내면서 내가 하는 일은 열심히 알리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목록을 보면 아주 깔끔해서 편집에 공을 많이 들였구나! 정도였지 그 과정을 알지 못했다. 특히 강의에 나가면 어린이도서연구회를 알리는 자료로 가장 좋았다. 아이들과 나눌 때도 예상을 벗어나거나 아이들이 재미없다는 책은 없었다. 그런 세월이 쌓여서 어린이도서연구회 목록은 당연히 가장 믿을 수 있는 책 추천목록으로 자리 잡았다. 나하고 목록은 이 정도의 인연이었다.
그런데 교사·학부모 팀 목록위원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목록위원장의 의견을 듣고 같이 공부하는 모임 선생님들과 함께 목록위원으로 참여하기로 결정하였다.
그때부터 사무실에서 새로 들어온 책이 한 달에 서너 권부터 많게는 열 권도 넘게 교사·학부모 목록위원회로 왔다. 일단 책이 오면 ‘동화지기 한솥밥’ 카페에 사진을 올려 새 책 왔다는 소식을 알린다. 그다음은 서지 사항을 엑셀 시트에 올려서 온 날짜별로 정리를 한다. 그다음은 읽고 싶은 책이 정해지면 집으로 직접 가져다 주든지, ‘시냇가에 심은 책 나무’에 갖다 놓으면 골라서 가져가는 방식으로 운영을 했다.
대면 모임을 할 수 없을 때가 가장 힘이 들었다. 책 교환이 원활하게 되지 않으니 합평하기가 쉽지 않았다. 구글 시트를 만들어서 읽은 뒤 공유해 보기도 하고 카페에 올려놓으면 댓글 형식으로 읽은 사람들이 의견을 달거나 새롭게 자기 소감을 쓰는 것으로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이렇게 해서 〈동화읽는어른〉에 소개 글을 올리면 다 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동화읽는어른〉에 올리는 글자 수는 500자를 넘기면 편집할 때 어려움이 있어서 글자 수를 맞춰야 했다. 그런데 《2022 어린이도서연구회가 뽑은 어린이·청소년 책》 목록 소개글은 170자여서 이게 또 난제였다. 20여 년 동안 발제를 자세하고 길게 해오던 습관들이 있어서 제한된 글자 수에 맞춰서 책 소개와 감상을 담기에는 터무니없었다. 다들 그냥 길게 쓰면 안 되느냐며 어렵다고 했다. 그럴 수밖에 없다.
코로나 상황 속에서 학교는 정신없이 바쁘고 방역 업무까지 늘어나고 수업시수는 그대로인데 대면 비대면으로 오락가락하는 와중에 아이들 수업 준비하랴 책을 읽고 〈동화읽는어른〉에 소개글을 쓰랴 정신이 없었다. 거기에다가 모임에서 하는 신규 그림책 작가들과 좋은 동시인들 작품을 공부해야 했다.
책을 읽는 선생님에다 책 읽어 주는 선생님, 방역 기사, 돌보미를 동시에 해내야 하는 처지가 되고 보니 다 잘 해내기가 거의 불가능해 보였다. 어떤 주는 책도 거의 못 읽은 데다 〈동화읽는어른〉에 실릴 소개글 합평도 하지 못하고 지나가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과 근심이 늘었다. 해야 할 일은 많고 하려면 제대로 하고 싶은데 다들 처지들이 어렵고 시간을 내서 모임을 하고 있는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라는 말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꾸역꾸역 해 나가고 있는데 목록위원회에서 다른 갈래와 함께 합평을 한다고 했다. 합평하는 책을 다 읽지 못했는데 무슨 합평을 어떻게 한다는 거지 싶었다. 합평 시간을 알렸다. 그리고 일주일 동안 오전 오후로 나눠서 하는 합평 시간에 참여를 안내했다.
올해 합평은 교사·학부모 팀이 오전에 먼저 했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해야 할 일이면 방학 때 시간이 그나마 여유가 있지, 싶었다. 엄선한 책 열세 권을 합평하는 데 두 시간이 훌쩍 넘어 세 시간 정도 걸렸다. 책 내용이 잘 드러나는지, 서지 사항은 정확한지, 맞춤법과 띄어쓰기는 기본이고 우리 말법에 잘 어울리는지, 책의 특징을 잘 잡아서 이야기하고 있는지, 주제어는 알맞은지 등을 확인하고 고치다 보니 시간이 그렇게 많이 필요했다. 진땀을 빼면서 합평에 참여하신 분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여 고치고 또 고치기를 몇 번 했는지 모른다. 여러 사람의 지성이 모이니 합평 내용도 좀 더 넓어지고 선명해지고 간결해졌다.
다른 팀 합평 시간에 참여해 보니 종수가 많은 그림책, 청소년문학, 과학 지식책 팀 등은 이 어려운 일을 어쩌면 그렇게 똑 떨어지게 잘했는지 놀라웠다. 다른 팀들의 합평에 참여하면서 팀마다 흐름도 다르고 특색도 달라서 더 흥미로웠다. 합평하면서 이견도 있었지만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이견이 조율되어서 힘들었지만 즐거웠다.
합평이 끝나고 나서 교사·학부모 목록위원들은 다들 깜짝 놀랐단다. 우리 어린이도서연구회 목록 하나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이렇게 시간과 손이 많이 가는 줄 몰랐기 때문이다. 그동안 목록위원들이 티도 내지 않아서 이렇게 힘들게 목록이 만들어지는 줄 몰랐다면서 목록위원들이 대단하다고 다들 감탄하기 바빴다. 이번 목록이 나오면 더 열심히 봐야 할 것 같다고, 앞으로 목록을 더 소중하게 보고 아껴야 할 것 같다면서 다 해낸 뒤 뿌듯함에 기뻐하였다.
하지만 합평으로 다 끝난 것이 아니었다. 그다음은 교정이었다.
목록위원회 팀장들이 각 팀에서 올린 글과 교정지에 앉혀진 글을 살펴보면서 오탈자, 글자 크기와 배열, 어색한 배치 등이 없는가 살펴보는 일이다. 우리 팀 것 하기에도 바빠서 다른 팀들 것을 꼼꼼하게 보지 못했는데 다른 팀장들의 눈은 매서웠다. 오탈자는 물론이고 행간의 크기와 길이, 글자의 굵기, 온점 등이 제대로 되어 있는지 살펴서 모두 찾아냈다. 1차는 글의 위치만 올려놓고 전체적인 것을 살펴보았는데 잘못 앉혀진 부분이 많아 깜짝 놀랐다. 하지만 교정 횟수가 늘어나면서 오류는 줄어들었다. 그렇게 온라인에서 다섯 번의 교정을 했고 어린이도서연구회 사무실에서 대면으로 두 번의 교정을 더 했다.
목록위원들이 사무실에서 모여 교정을 한 뒤에 다시 목록위원장과 전임 목록위원장이 최종으로 확인하고 인쇄소로 넘겼다고 했다. 사무실에 모여서 교정 작업을 하는 사진이 목록위원회 카톡방에 올라왔다. 그날따라 날도 춥고 바람도 몹시 불어서 어떡하나 걱정이 되었는데 아주 잘 마무리했다는 소식에 마음이 놓였다.
우리 회원들은 알고 있었을까? 이렇게 힘든 과정을 거쳐서 우리 회 목록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말이다. 매년 이런 과정을 거쳐서 목록이 만들어졌다니 놀랍고도 감동이었다. 꼼꼼히 읽고 고르고 골라 합평해서 바르고 정확하게 소감을 담아 책을 안내하는 길은 정말 어렵다. 혼자 하라고 하면 할 수 없는 일이다. 함께 하니까 가능한 일이고 그렇게 티도 안 내고 묵묵히 이어왔던 일이라고 생각하니 자랑스럽기 그지없다.
《2022 어린이도서연구회가 뽑은 어린이·청소년 책》 목록은 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이 자리를 빌려 목록위원들의 노고에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참 고생하셨고 그래서 더 고맙고 자랑스럽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http://www.childbook.org/new3/netc.html?html=netc_main1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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