뉘른베르크 재판을 끌어낸 벤저민 페렌츠와 영국 <가디언>지 기자였던 나디아 코마미가 나눈 대화를 정리했다. 유대인으로 미국의 할렘가에서 이민자 가족으로 삶을 시작한 키가 작은 아이였다. 고등학교 교사의 눈에 띄어 학비 무료인 뉴욕시립대학을 가면서 삶의 전환점이 되었다. 4개 국어를 할 정도로 뛰어난 언어 능력과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할 수 있도록 하버드 학장이 입영 연기를 해달라고 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뉘른베르크 재판도 가해자 중 박사학위 이상을 가진 22명으로 한정해서 신념이 이성을 어떻게 마비시키는지 보여 역사의 기록으로 남겼다. 끔찍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 현실을 판타지로 인식하려고 노력했다는 점이 대단했고, 지옥과 비교한 점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남에게 받은 선행을 자신이 꼭 갚기 위해 노력하고 실천한 점은 오래 기억될만하다. 국제사법재판소를 만들어서 전쟁을 막고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 힘을 다했다. 남들에게 차별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자신과 같은 인간이란 점을 강조하고 있다.
2차 세계대전에서 5개의 전장을 넘나들어서 살아왔다는 것도 기적 같다. 군생활에서도 부당한 명령에는 꾀를 내어 항거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배짱이 있었고,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과 사람이 아주 큰 사람이다. 미국 할렘가에서 영어는 커녕 아무런 말도 못하던 아이가 학교를 다니면서 당한 왕따와 은따도 이겨내고 오로지 자기 삶을 개척하는데 있어서 공부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최선을 다하는 태도를 보여준 점이 놀라웠다. 보통 환경탓을 하고 부모 탓을 하고 가난을 탓하고 자기의 잘못을 합리화하여 더 나락으로 빠지기 쉬웠음에도 자신의 꿈과 목표를 세우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밀고 나간 힘을 키웠다는 사실이 놀랍다. 그 힘은 어릴 적 끔찍한 배고픔과 가난으로 점철된 생활 속에서 터득되었고 본인도 그런 것들이 나중에는 어떤 일을 할 때 도움이 되기 때문에 불만만 품고 불행하다고 생각하지 말라고 한다.
하버드 로스쿨 장학생으로 다니면서 부잣집 동료들과 단 한번도 어울리지 못하고 다락방에 얹혀 도서관에서 살다시피한 고행도 엿볼 수 있었다. 주저하지 않고 자기 의견을 말할 줄 알고,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남을 위해서, 법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정의를 세우기 위해서 고군분투한 내용은 정말 감동이었다. "조국을 위해서 목숨을 바치겠다고 하지 말라. 조국을 위해서 살겠다고 하라" "끝까지 포기하지 말아라" "남들을 혐오하거나 차별하지 말아라. 자기 자신에게 그대로 돌아올 뿐이다." 등등 주옥같은 삶을 꿰뚫은 명언이 담겨 있다. 벤자민 페렌츠의 27살 패기를 기억하겠다. 아름다운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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