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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 라이브 - 시인 백석을 그림책으로 만나다

영등포에 있는 노른자 책방에서 '그림책 코멘터리쇼'를 진행했다. 줌으로 참석했는데 몇 군데에서 코끝이 시큰해졌다. 백석 작품을 공부하고 백석 평전을 읽으면서 일제 강점기 섬세한 예술가의 심성이 어떠했을지 다시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 쓸쓸함, 그 호젓함, 그 막막함, 그리고 조여드는 무력감. 

 

그 속에서 상징으로 비유로 명징하게 끌어올린 듯한 맑은 우물물 같은 시 한자락에 뭉클하는 것일테다. 한 시간 했는데 그 시간도 적당했고, 글작가와 그림작가가 덤덤한 듯 떨리는 듯 말해주는 작품 과정이 참 좋았다. 일단 이 작품은 시집도 아니고 시그림책도 아닌 백석을 모티브한 창작 그림책이라는 점에서 일단 큰 점수를 주고 싶다. 하나의 틀을 깬 것이기 때문이다. 시를 오롯이 그린 것도 아니고, 백석의 작품을 가지고 와서 전기물도 아니면서 전기물처럼, 시그림책도 아니면서 시그림책처럼 다가설 수 있게 여러 측면으로 접근 가능하게 한 점에서 더 매력적이다. 청소년용으로 가장 적당한 듯하다. 역사적 맥락을 모르거나 시인을 모르면 그림책 감상이 반감될 듯하다. 아는 만큼 보인다가 꼭 들어맞는 그림책이 나왔다. 반갑고 고맙고 좋았다. 최진 대표가 그렇게 능수능란하게 진행할 줄 몰랐다. 풋풋하니 싱그러웠다. 나타샤의 머리칼은 바람이다. 없는 듯 있는 백석의 마음 속에 있는 영혼 같은 것. 아침 시간에 아주 아주 좋았다. 

 

추가한다. 

그림책의 주조색은 파랑과 흰색이다. 그리고 환한 마음을 드러내는 노란색 빛이다. 표지에서 얼굴과 얼굴이 노란색으로 빛나며 그것을 국수 그릇이 노르스름한 선으로 연결하고 있다. 자작나무를 드러내기 위해 흰색을 뭉개가며 쓰고 오일 물감을 두텁게 바르고 또 발랐다는 오승민 작가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 질감이 충분하게 느껴져서 몇 몇 장면은 넘기지 못하고 멈춰서 한참을 바라보았다. 

신순재 작가가 꼬마 아이를 눈여겨 봐달라며 덧붙인 말도 인상 깊었다. 아주 아주 깊은 산골에 엄마와 아빠와 살고 있는 밤톨 같은 아이는 장에 간 아버지를 기다린다. 깊은 산골에서 엄마와 단둘이 살면서 지나가는 사람이나 동물이나 누구나 귀하고 반갑고 고마운 이웃으로 고립감을 치유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낯선 방물장수도 국수 먹고 가라고 집안으로 끌어들이고 친척들이 찾아오고, 심지어 백석까지 찾아들어 국수를 대접하는 아이의 마음을 봐달라고 이야기 해서 다시 보게 되었다. 그 아이의 마음이 백석의 마음일테지. 아무도 오지 않는 그 산골에 그렇게 손님처럼 다녀간 시가 융숭하게 시인을 휩싸고 있던게지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