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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네

영화 <자산어보>를 보다

창비세미나가 끝나면서 이어서 나 혼자 영화관에 갔다.  미루고 싶지 않았다. 시간은 만들면 되는 것이다. 마음이 다하지 않으니 핑계를 대며 미뤘던 것이다. 마음이 시키는대로 했다. 달려가니 인원은 단 2명. 텅빈 영화관, 이 시대를 자산어보에서는 무엇이라 말할까 궁금했다.

 

흑백이 더 좋았다. 저 영화가 칼라였다면 저 깊은 맛을 다 담지 못했을 것이다. 괴물고기를 짊어지고 오는 부분에서는 실물감이 적어서 오히려 창대의 몸놀림이 과장스러웠다. 16년 동안 유배를 살면서 성리학을 버리고 실학으로 전진할 수 있었던 것은 자기가 살기 위해, 정조의 말처럼 오욕스럽더라도 '버티기' 위해서 그리 택했을 것이다.

한문서체가 너무 아름답게 다가오기도 했다. 묵향과 한지의 향내가 풍겨져 올 정도로. 조선 시대에 유배지에서 저리 고급 한지를 쓸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도 들면서 말이다.

흑산도에서 유배를 풀리까 하여 우이도로 옮기면서까지 기다렸던 그 마음과 창대가 나주에 나가서 양반노릇을 하다가 아니라는 깨달음을 얻기까지 절대고독 속에 빠진 정약전의 최후가 처절하게 그려졌다. 충분하게 느껴졌다. 그 외로움이 말이다.

너무 아름다운 바다, 계급을 초월한 인간애, 백성을 위해 산다는 것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하는 물음에 국회의원들은 이 영화를 보고 반성문 10장과 실천 계획 반장이라도 써서 제출해야 하는 것 아닐까.

군역법이 얼마나 백성들의 삶을 고달프게 했는지 마지막 장면에서의 거세는 너무 끔찍했고 잔혹했다. 그 시대 백성들의 삶을 상징으로 보여준 점도 감독은 고발하고 싶었을 것이다. 지금 코로나 시대 자영업자들에게 닥친 어려움처럼 말이다.

두 배우의 눈빛 표정 연기가 일품이었다. 농익어서 자연스럽게 느껴지게 했다.

 

홍대용을 읽고 씨동무들에게 함께 보자고 했던 '실사구시'의 삶이 한마디로 정리되는 영화라서 꼭 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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