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KEC노조 지부장 분신...경찰 과잉 진압 논란
오마이뉴스 | 입력 2010.10.31 11:51
[[오마이뉴스 박상규 기자]
공장 점거 농성 중이던 노동조합 간부가 경찰 체포를 피하려다 분신을 시도해 중태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의 과잉 진압 지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11월 7일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노동자대회를 앞두고 노동계와 정부 사이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노동자 200여명이 지난 21일부터 경찰과 대치하며 공장 점거농성을 벌이던 경북 구미 소재의 반도체 제조업체 KEC 노조 지부장 김아무개(45)씨가 30일 오후 10시께 회사 화장실에서 분신을 시도했다.
김 지부장은 30일 오후 회사 임원진과 만나 협상을 벌였다. 하지만 협상은 결렬됐다. 그 직후 경찰은 공장 안으로 진입해 김 지부장 체포를 시도했다. 김 지부장은 협상장 옆 화장실로 피신했으나 경찰이 문을 부수고 진입을 시도하자 주머니에 있던 시너를 몸에 붓고 분신을 시도했다.
동료들은 김 지부장 몸에 붙은 불을 끄고 곧바로 구미 차병원으로 옮겼다. 병원 진단 결과 김 지부장은 안면 3도 화상을 비롯해 흡입부 등에도 감염이 우려되는 화상을 입었다. 경찰은 노조원들 몰래 김 지부장을 강제로 대구의 한 병원으로 옮겨 비난을 받기도 했다.
민주노총 구미지부 측은 "노조에서는 서울의 화상치료 전문병원으로 급히 이송할 것을 요구했지만 경찰은 G20 개최 때문인지 계속 요구를 묵살했다"며 "서울 쪽에서 항의 집회가 열리는 걸 막으려 김 지부장을 강제로 옮긴 것 같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은 "대구의 큰 병원에서 치료 받는 게 낫다고 판단했을 뿐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밝히고 있다.
이후 김 지부장은 상태가 호전되지 않아 노조의 뜻대로 31일 오전 서울 한강성심병원으로 이송 돼 치료를 받고 있다. 민주노총 쪽은 "정밀한 검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현재로서는 생명에는 지장은 없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금속노조와 KEC 노동조합 등은 이번 사건이 경찰과 사측이 사전에 기획한 연행 시도에 의해 벌어진 일로 보고 있다. 노사 협상은 김 지부장 연행을 위한 '미끼'였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박유기 금속노조 위원장은 "사측이 교섭을 하자고 해놓고 사복경찰을 동원해 지부장을 구속하려고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등은 31일 오후 2시 김 지부장이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한강성심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의 강제 연행 시도 등을 규탄할 예정이다.
KEC 노동조합은 지난 6월부터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을 금지하는 '타임오프 제도' 도입을 놓고 4개월째 갈등을 벌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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