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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를 위하여

1895일 만에 멎은 ‘기륭의 눈물’

1895일 만에 멎은 ‘기륭의 눈물’

기륭전자 노사, 파견노동자 정규직화 합의
‘비정규직 투쟁의 상징’… 5년 걸려 마무리

경향신문 | 유정인 기자 | 입력 2010.11.01 22:44 | 수정 2010.11.01 23:00

'비정규직 투쟁의 상징'이던 기륭전자 사태가 사측이 파견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하기로 하면서 5년여 만에 마무리됐다. 파견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화 요구가 받아들여지면서 향후 간접고용 문제 전반에 대한 해결을 촉구하는 시발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날을 얼마나 기다렸나

5년여를 끌어오던 기륭전자 사태가 마무리된 1일 기륭 노조원과 가족들이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 김정근 기자 jeongk@kyunghyang.com

기륭전자 노사는 1일 국회 본관에서 조인식을 열고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 조합원 10명에 대한 직접고용을 골자로 한 합의서에 최종 서명했다. 합의서에는 금속노조 박유기 위원장과 기륭전자 최동열 대표이사가 서명했다. 합의서에는 △조합원 10명의 직접고용 △노사 양측이 서로에 대해 제기한 고소·고발 취하 △노조 측의 농성 중단 △노사 양측 상호 비방 중단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노사 양측은 2개월여에 걸친 실무교섭에서 의견접근을 이룬 뒤, 지난 30일 이 같은 내용의 잠정 합의서에 가서명했다.

이에 따라 김소연 분회장(40) 등 조합원 10명은 1년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기륭전자에 직접 고용된다. 노사 양측은 회사 경영상황에 따라 유예기간을 추가로 최장 1년6개월 연장할 수 있도록 하되, 이 기간에는 사측이 생계비를 지원키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2005년 7월 조합원 200여명으로 결성된 기륭전자분회에는 현재 32명의 조합원이 남아 있으며, 이 중 최근까지 투쟁에 참여한 조합원 10명이 고용 대상자가 됐다. 이와 함께 회사 측은 소정의 '노사화해기금'을 노조 측에 전달키로 했다. 이 기금에는 조합원 10명의 지난 5년여간 임금과 1년6개월 고용유예기간의 임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유기 금속노조 위원장은 "기륭전자 사태가 인간 인내력의 한계를 넘나든 끝에 결과를 내놨다"며 "앞으로 합의가 꼭 이행되고 나아가 국내 불법파견 문제도 개선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소연 분회장은 "애초에 함께 투쟁을 시작했던 많은 분들과 함께하지 못해 죄송하고 미안하다"며 "앞으로 회사로 돌아가 열심히 일하며 신명나는 일터, 서로 존중하는 일터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기륭전자 최 대표이사는 "그동안 서로 고통을 겪고 할퀴어서 상처가 크지만 오늘을 계기로 회사 발전과 노사상생 발전을 위해 노력하자"며 "합의를 위해 노력한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기륭전자 사태는 2005년 7월 파견 비정규직 노동자를 중심으로 노조가 설립된 이후, 회사가 비정규직을 해고하면서 불거졌다. 그해 노동부로부터 '불법파견' 판정을 받자 회사는 파견 노동자들을 모두 해고한 뒤 생산라인을 아예 도급으로 전환했다. 이에 노조가 '불법파견 노동자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단식·삭발·점거농성 등에 돌입해 1895일 동안 노사간 충돌을 빚어왔다.

기륭전자 분회는 오는 5일 서울 가산동 기륭전자 구사옥 앞에서 보고대회를 열고, 10일쯤 농성장을 정리할 계획이다.

<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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