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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륭전자 사태가 6년만에 타결된 가운데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조인식에서 기륭전자 최동렬 회장과 김소연 기륭전자 분회장이 악수를 하고 있다. |
ⓒ 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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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회가 어떠세요?"
"……."
"이제 하고 싶은 일이 뭔가요?"
"……."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 조합원 박행란(48)씨는 기자의 질문에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눈시울만 붉어질 뿐이었다. 그는 감정을 추스른 후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어제(10월 31일) 잠자리에 누웠는데 머릿속에서 6년의 시간이 지나갔다"고 말했다.
그토록 기다리던 '그날'이 왔다. 1일 오후 기륭전자의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싸움은 '1년 6개월 뒤 직접고용'이라는 노사합의문를 남긴 채, 마무리됐다. 지난 2005년 8월 파업에 돌입한 후, 사태 해결까지 햇수로 6년, 정확히는 1895일 걸렸다. 잡담한다고 해고당했던 2005년과 김소연(41) 기륭전자분회장이 94일 단식했던 2008년도 모두 과거가 됐다.
그토록 기다렸던 날이지만, 웃음보다는 눈물이 앞선다. 김소연 분회장은 "너무 오래 걸렸다"며 "좀 더 일찍 타결이 됐더라면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일터로 돌아갈 수 있었을 것"이라며 눈물을 쏟았다. 특히 최근 '분신'으로 이어진 'KEC 사태'도 그의 가슴을 후벼 판다.
이번 사태 해결은 장기분쟁사업장 최초로 직접 고용으로 해결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특히 이들이 "불법 파견이라도 2년 미만 고용 노동자는 구제받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을 넘어서는 합의를 이끌어냈다는 점은 우리 사회의 불법 파견 문제 해결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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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륭전자 노조와 사측이 '조합원 10명에 대해 1년 6개월 뒤 직접고용' 하기로 합의한 가운데, 1일 오후 서울 구로구 가산동 기륭전자앞에서 열린 '협상 결과 보고 및 단식농성 해단식'에서 20일간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조합원들이 컨테이너위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
ⓒ 권우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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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륭 노사, "1년 6개월 뒤 직접 고용" 합의
기륭전자 노사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귀빈식당 4호실에서 합의문 최종 조인식을 열고, 조합원 10명을 기륭전자에서 직접 고용하기로 결정했다. 조합원 32명 중 복직을 희망한 10명 모두가 일터로 복귀하게 된 것이다. 복직까지 1년 6개월 유예 기간을 뒀지만 법적으로 반드시 합의문을 이행하도록 했다는 게 조합 쪽의 설명이다.
노사는 또한 상대에게 제기된 고소, 고발, 압류, 손해배상 등 모든 민형사상 소송을 취하하고, 상호 비방하는 내용의 농성, 집회, 일체의 인터넷 활동 등을 하지 않기로 했다.
최동렬 기륭전자 회장은 "6년 동안 서로 큰 고통을 겪었고, 상처가 깊다"면서도 "오늘부터 노사가 한 마음을 모아서 모든 역량을 집중해 내년부터 10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고 흑자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박유기 금속노조 위원장의 용단과 김소연 분회장의 양보에 감사한다"고 덧붙였다.
박유기 위원장은 "기륭전자분회 조합원들은 6년 동안 인간이 감내한 한계를 넘나들었고 오늘 그 결과가 나왔다"며 "기륭사태로 이 사회에서 불법 파견의 고통이 어떠한지 알려졌다, 앞으로 불법 파견 문제가 개선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급작스러운 기륭사태 해결은 어떻게 이뤄졌을까? 기륭전자는 지난 2008년 여름 김소연 분회장의 94일 단식에도 끄떡하지 않았다. 지난 두 달간 기륭전자와의 협상을 주도한 박점규 금속노조 단체교섭국장은 "타결은 조합원들의 끝없는 투쟁과 회사의 어려운 사정 등이 맞물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기륭전자는 조합원들의 투쟁으로 서울 금천구 가산동 옛 공장부지에 대한 개발을 2년째 하지 못해, 회사와 깊은 연관이 있는 사업시행사의 이자비용만 1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적자가 누적되고, 중국 공장 철수를 고민할 정도로 영업 환경은 좋지 않다. 박 국장은 "회사가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는 노사 문제 해결이 필요했다"고 지적했다.
눈물 쏟은 김소연 분회장 "복직 같이 못해, 너무 죄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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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륭전자 노조와 사측이 '조합원 10명에 대해 1년 6개월 뒤 직접고용' 하기로 합의한 가운데, 1일 오후 서울 구로구 가산동 기륭전자앞에서 열린 '협상 결과 보고 및 단식농성 해단식'에서 김소연 분회장이 눈물을 흘리며 협상결과를 보고 하고 있다. |
ⓒ 권우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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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식에서 김소연 분회장은 눈물을 쏟았다. 그는 "먼 길 왔다, 많은 분들이 고통을 겪었다"며 "소회를 말하라면 '시원섭섭', '죄송', '미안'"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감정에 복받친 듯 "복직은 10명밖에 되지 않았다, 많은 조합원들이 있었는데 그 분들과 함께 복직을 못 해서 죄송하다"고 울먹였다.
조인식이 끝난 후 이어진 인터뷰에서 김 분회장은 여러 차례 말을 잇지 못했다.
- 소회를 말해 달라.
"초기에 조합원이 200명에 달했다. 일찍 해결됐으면 같이 할 수 있었을 텐데, 너무 길게 왔다…."
- 제일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
"2005년 7월 5일, 쉬는 시간 10분 동안 150여 명이 노조에 가입한 일이다. 이후 조합원 숫자는 200여 명에 달했다. 근무 중 잡담했다고 문자로 해고당했던 기륭전자 노동자들은 '이제 해고당하지 않겠구나'하면서 노조에 가입한 것이다. 그때 잘 해결됐어도…."
- 가장 힘들었던 때는 언제인가?
"2008년 여름 94일 단식을 하고, 사회적 분위기가 고조됐는데도 해결이 안 됐을 때다. 그때 정말 막막했다."
- 6년 동안 싸울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
"불법파견 비정규직 노동자로서 임금은 적고 인간적인 대우를 못 받았다. 잡담한다고 문자로 해고당하는 세월을 다시 겪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컸다. '불법 파견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어떻게 희망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많았다."
- 지금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쉬고 싶다. 여행도 가고 싶다. 그에 앞서 2008년 9월 1000일 넘게 같이 투쟁하다가 암으로 돌아가신 권명희 조합원 묘소에 가고 싶다. 2008년 타결에 거의 접근했을 때, 자신을 복직희망자에 올려달라고 했다. '빨리 나아서 복직하고 싶다'고 했는데…."
- 앞으로의 계획을 말해 달라.
"1년 6개월의 복직 유예기간 동안 나빠진 건강을 챙겨야겠다. 또한 지금껏 우리를 연대해줬던 사람들을 모두 방문하고 싶다. 불법 파견 문제의 산 증인으로서 불법 파견이 얼마나 큰 고통이었는지 증언을 하면서 제2, 제3의 기륭(사태 해결)이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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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륭전자 사태가 6년만에 타결된 가운데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린 합의문 조인식에서 김소연 기륭전자 분회장이 소회를 말하며 눈물을 닦고 있다. |
ⓒ 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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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만 해결되는 것 같아 미안하다"
6년 동안 투쟁을 하면서 기어코 직접 고용을 이끌어낸 기륭전자분회에 대한 평가는 높다. 박점규 국장은 "투쟁을 통해 직접 고용을 얻어낸 간접 고용(파견 등의 비정규직) 노동자는 일부 소규모 사업장을 제외하고는 이들이 사실상 처음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장기분쟁 사업장 해결에 좋은 선례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합원 유흥희(41)씨는 "합의문 조인식이 10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를 위해 6년의 시간이 걸렸다는 게 믿기지가 않는다"며 "그동안 우리를 연대해 준 동지들이나 시민들이 없었다면 지금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다, 정말 고맙다"고 전했다.
조합원들은 "웃을 수만은 없다"고도 했다. 다른 곳에서는 싸움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조합원 이미영(32)씨는 "오늘(1일) 오전 투쟁 1000일을 넘어선 재능교육 노조위원장으로부터 '고생했다'는 문자를 받았다, 우리만 해결되는 것 같아 미안했다"며 "또한 KEC 노동자가 분신을 하는 상황에 가슴이 아프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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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륭전자 노조와 사측이 '조합원 10명에 대해 1년 6개월 뒤 직접고용' 하기로 합의한 가운데, 1일 오후 서울 구로구 가산동 기륭전자앞에서 '협상 결과 보고 및 단식농성 해단식'이 열렸다. |
ⓒ 권우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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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비실 옥상에서 20일간 단식농성을 벌인 조합원들이 부축을 받으며 내려오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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