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무새 열마리/ 퀸틴 블레이크 그림.글 / 장혜린옮김/네버랜드 /2007
옮긴 사람이 한샘퍼시스 쇼룸에서 카운슬러 하고 있다는 것이 좀 많이 뜨악함. 나중에야 봤는데. 역시 한국에서의 프랑스문학은 밥벌이 할 곳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셈.
이 책을 읽는사람에게 어쩌구 하는 글은 읽지 않았다. 수채화로 그렸다. 앞면과 뒷면을 모두 펼쳐야 앵무새가 열마리다. 모두 다 다르다. 그러나 나무는 한 가지에서 뻗어난 것으로 무슨 나무인지 알 수가 없다. 등나무 인것 같기도 하고. 주인공인 '뒤퐁교수님'은 척보기에도 엉성하다. 익살스레 내려진 돋보기 안경, 솟아오른 머리카락, 다리지도 않았을 듯한 양복의 고동색에다 붉은 빛이 도는 그런 머리를 긁적이고 있는 모습은 현대인들이 가장 자기가 아끼고 습관처럼 여겨지는 모든 것에 대해 새롭게 생각해야한다는 뜻으로 보여졌다. 책을 다 읽고 나서야. 텍스트는 간단하다. 앵무새 열마리를 온실에서 키우고 있는데 날마다 똑같은 소리를 듣는 앵무새들이 지겨워서 깨진 유리창 틈으로 모두 사라졌는데 주인공이 그것을 찾아 나선다는 이틀간의 소동을 그림으로 그린 것이다. 찾아다니는 곳곳마다 숨은 그림찾기처럼 앵무새들이 숨어 있는 모습이 귀엽다.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이면 찾을 수 있는데 찾지를 못하고 잠을 못 이룬다음에야 제자리에 돌아온 앵무새들을 "안녕, 나의 멋진 깃털 친구들!" 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마지막 문장이 예사롭지 않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이죠"
마지막 장면에서 앵무새들이 시큰둥해 하는 표정이 익살스럽고, 뒤퐁교수가 다시 돌아와 준 앵무새들에게 무엇을 느꼈다는 것도 없다. 단지 머리카락이 부시시하고 수염이 더 길어졌고 양복이 마구 구겨져 있으나 무척이나 기뻐하는 표정이라는 것. 더구나 앵무새들은 그 모습에 오히려 놀라거나 시큰둥하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어서 재미있는 반전이다. 늘 똑같은 일상에서 무엇이 하나 사라졌을 때 우리가 그제야 의미를 깨닫고 허둥거리며 찾아가는 모습을 거실문을 열었을 때는 꽃 속에 숨어 있고, 부엌에서는 찬장 그릇에 숨어 있고,침실에서는 벗어놓은 잠옷 사이에 숨어 있고, 욕실에서는 욕조 아래에 숨어 있고, 화장실에서는 물통 위에 숨어 있고, 다락방에는 여행가방 뒤에 한 마리씩 앉아 있는 모습이 정말 코믹하다. 지붕위에는 갖가지 굴뚝에 기대어 숨어 있고, 차고에는 오픈카 주름진 지붕 사이에 숨어 있고, 지하실에는 와인꽂이에 하나씩 숨어 있다. 찾아가는 모습을 쫓다보니 프랑스 전형적인 살림집의 구석 구석을 보여주고 있다. 그 특이한 굴뚝까지. 더불어 똑같은 말을 한번만 더 들으면 머리가 돌아버릴 것 같다는 앵무새들의 탈출은 마지막 장면에서도 나온다. 언제든지 또 도망갈 수 있다는 것. 느슨한 틀은 첫장면. 텅빈 온실, 거실이다. 크기도 거실에서야 두 쪽으로 커진다. 찾는 마음의 크기가 보여지고 나머지 장면에서는 틀이 없다. 열려진 마음, 찾고자 하는 것의 열망을 느끼게 한다. 앵무새도 숨어 있을 때 거실에서는 한 마리만 보인다. 부엌에서는 2마리 보이고, 침실에서는 3마리 보이고, 욕조 밑에서는 4마리, 화장실에서는 5마리,다락방에서는 6마리, 굴뚝에서는 7마리, 차고에서는 8마리,지하실에서는 9마리, 마지막 침실 커든에서는 10마리다. 결국 자기 자신과의 거리가 가장 가까운 곳에 늘 있는데 우리가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을 풍자하고 있는 것을 앵무새 수를 찾아 따라다니다가 발견하게 된다. 자기 머리 위에 있는데. 머리 위에 있다는 것은 이성으로 어쩌지 못하는 심상의 거리를 말하는 것이 아닐까. 손 닿으면 닿을 것 같은데 닿지 않은. 일상적인 것, 늘 되풀이 해서 의미 없는 일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어야 한다는 메세지는 경쾌하고 가볍다. 주제의 무게와는 달리.
프랑스의 굴뚝- 참 신기했다. 그런데 그 굴뚝이 그 건물의 뼈대 구실을 한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치장을 위해서가 아니라 없애면 건물 자체가 붕괴될 수 있어서 집들마다 벽난로가 그저 그림처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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