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종찬 선생이 박사논문으로 '현덕'을 썼다. 이미 논문과 그에 대한 것은 좀 아는 편인데, 기록은 있는데 찾지 못하다가 갖고 있는 사람이 알려줘서 발굴한 작품이라고 소개글에 기뻐서 어쩔 줄 모르는 모습이 충분히 떠오를 만큼의 맥락이 담겨 있었다. 유일한 장편소설.
지금 기준으로는 작가의 직접 개입이 곳곳에 보여서 훈화용 교장선생님 조회 말씀 같았다. 지금 출판된 삽화와 원작의 삽화가 다른 것도 알 수 있었고, 순우리말이 많아서 비싯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아주 아주 촌스러운 새댁 얼굴을 보는 듯했다.
일제 식민지 시대의 가난한 이들의 삶이 삼촌과 숙모를 표현하는 부분에서 잘 그려져서 대부분 노동자들이 이러고 살았지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현덕작가를 발제할 때 읽은 것 같았는데 완전히 새로운 작품 같았다.
걸인들, 월사금을 못 내서 학교에 못 다니는 설움은 말로 다 할 수 없을 것이다. 선생님들도 어찌나 모질게 나무라는지 싶었다. 그도 그럴 것이 초임 시절에 학교장실 칠판 뒤에는 반별 성적표 그래프가 그려져 있었으니까, 아이들 학교 급식도 30년 채 안된 시절 이야기이다. 초임학교, 그다음 학교에서도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녔으니까. 학교 선생 5년이 넘어가면서 군사독재 정권이 마을길 가꾸기 사업을 학교에 배당하면 담임은 그 배당의 일부를 맡아서 그 구간을 꽃 심고 물 주고 가꿔야 한다 1킬로미터를 말이다. 그때 생각하면 어떻게 그런 일을 할 수 있었을까 싶다. 당연히 공부는 뒷전이고, 행정 보조원 같았다. 이런 내 경험치까지 더해지면서 사회 부조리와 국가 권력, 복지 부재에 대한 기억까지 겹치다 보니 '창수'가 남 같지 않았다.
내 어릴 적에도 걸인도 많았고, 소매치기는 말할 것도 없이 흔했다. 그래서 밖에 나설 때는 세심하게 조심하면서 물건을 간수하게 했고 도둑 당하지 않도록 여러 주의 말씀도 하셨었다. 이 작품을 통해 유년 시절의 내 모습이 떠올라서 더 공감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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