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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

비가온다

비가 와야 된다고 아침마다 마당 잔디에 물을 주던 남편이 하던 말이다. 뉴스에도 논이 짝짝 갈라진 모습이 나오는 것을 보니 그렇고, 산에서 쉴 새 없이 내려오던 냇가물도 마른 듯 졸졸 거렸다. 
아침나절 흐린 덕에 실상사에서 보내준 마늘 한 접을 다 낱개로 갈라놓았다. 통마늘이 필요해서 몇 개 꺼내 살폈더니 곰팡이가 슬기 시작하여 깜짝 놀랐다. 아주 잘 말라서 좀 찬바람이 불면 하려던 것인데, 해가 안 나오는 아침에 하는 것이 낫겠다 싶어 마무리를 지었다. 해가 안나도 여전히 더워서 실링팬을 틀고 썬룸 문을 다 열고, 방충망도 다 열었지만 점점 습해졌다. 땀이 났다. 
살펴보기를 잘했다. 몇 톨은 썩기 시작했다. 너무 단단해서 칼을 가지고 갈라야 할 정도였다. 마늘대가 시커멓게 된 것은 까보면 곰팡이가 나거나 썩거나 물러 있었다. 모두 때가 있는 것인데 싶었다. 남편이 농사지은 아주 잘디잔 마늘은 까보니 오히려 짱짱했다. 겉껍질 잘 벗겨서 씻어 말린 뒤 마늘장아찌 만들면 딱 좋을 것 같았다. 
막내가 와서 어제 저녁에는 좋아하는 수육을 했는데 너무 늦어져서 다 치우고 나니 10시가 되었다. 고기를 녹여 놨어야 하는데 얼린 채로 삶았더니 너무 시간이 오래 걸렸다. 
변덕이 나서 아침상은 이쁜 그릇을 내놓고 차렸더니 설거지 그릇이 잔치한 집 버금갈 지경이라고 남편이 놀랬다. 그렇다. 그래서 냉장고에 들어갔던 대로 내어놓게 되는 것이다. 
팥밥 돌솥밥이 아주 구수하게 잘 되었다. 
제주상단에서 보내준 우도 돌미역은 미역귀가 달린채 왔다. 오이냉국에 넣었는데 너무 맛나고 시원했다. 미역귀 달린 미역을 보기는 철들고 처음인 것 같다. 
성경 욥기, 융의 <<인간의 상과 신의 상>>을 읽기 시작했다. 좀 힘들면 딴짓도 한다. 
요즘 넓은 바다가 보고 싶어서 여름 여행을 어디로 갈까 궁리 중이다. 집 나가면 고생인데, 국립공원 속에서 살면서 바다라니 싶기도 하다. 아무튼 조만간 바다를 보러 갈 거다. 
검은콩으로 갈은 콩국수를 해서 줬더니 콩물 좋아하는 막내는 국물도 안 남기고 다 먹었다. 국을 통 안 먹는 아인데 몇 가지 먹는 것이 있다. 보람 있었다. 이렇듯 막내라도 와야 손님 차림새가 된다고 농을 한다. 흠뻑 엄마 정 받고 또 생활을 해나가라고 좋아하는 오이장아찌 무침도 해놓았더니 거의 다 먹고 갔다. 이제야 우리 엄마가 나 퇴근하면 딱 먹을 수 있게 상차림을 해놓고 잘 먹으면 좋아라 하셨던 것을 알게 되었다. 엄마가 내게 해준 것의 반의 반도 못하지만 말이다. 
비 덕에 능소화가 다 떨어졌다. 아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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