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교육실현을 위한 대전학부모회 이름으로 십년 만에 대전시교육청 앞에 현수막을 걸었다. 현수막 거는 것이 무슨 대수냐 싶었는데 아니었다. 교육청 민원실, 서구청 민원실, 서구청 도시계획과, 둔산경찰서 민원실 집회 관련 주무관, 다시 서구청 도시계획과를 거쳐서 간신히 상업광고도 아니고, 집회 신고를 해야 걸 수 있다는 현수막도 아니어서 딱히 불법 게시물은 아닌데 경찰 소관은 아니란다. 서구청에서 담당하고 있는데 다시 그 곳에 연락해서 이야기 해보란다. 학부모 단체이고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현수막인데 불법 게시라고 하루 만에 회수당할 수는 없어서 사정사정을 하였다. 이렇게 어려울줄이야. 글씨가 너무 작고 디자인비를 더 줄 것을 싶었다. 지나가는 차에서 볼 때는 휘리릭이어서 안 보인다. 이것도 다 경험인 것이다. 팔만 팔천원보다 팔십만 팔천의 마음이라는 것이 전달되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잘 붙어 있을까 싶어서 살피러 들렀더니 잘 달려 있다. 꼼꼼하게 잘 해주셨다. 서구청 담당자 말로는 다음 주에는 뗄 수도 있단다. 다음 주 말까지 잘 붙어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세상 모든 선생님들의 노고에 감사드리는 마음'이 잘 가 닿기를.
비가 퍼붓는 아침에 그러지 않아도 걱정이었다. 어디서 비를 피하고 있을까 싶었다. 남편이 우산을 쓰고 집 주변을 살피는데 멀리 정문서부터 소리소리 치면서 달려오더란다. 남편이 불러서 보니 비에 홀딱 젖어서 말이 아니었다. 노랭이 주려고 어제 일부러 육수를 내어 멸치의 짠맛을 우려내고, 심지어 똥과 머리를 떼어내어 먹기 좋게 만들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아주 좋아하는 음식이다.
그런데 너무 젖어서 물이 뚝뚝 떨어질 지경이었다. 노랭이 전용 수건으로 붙잡고 물기를 닦아내려는데 먹이를 먼저 먹겠다고 야단 법석을 떨었다. 힘도 세져서 뻐치면 이제 놓쳐 버릴 정도였다. 살살 달래가면서 수건으로 물기를 대부분 다 닦아주고 나서 아지트처럼 배상자 속에 캔을 따서 넣어주곤 했던 곳에 집어 넣었다. 자기 집이 있어도 안 들어가는 탓에 허름한 집 한채를 또 마련한 셈이다. 그 속에서 우려낸 멸치를 얼마나 맛나게 먹는지.
비가 그치고 점심 나절이 지나서 살펴보니 얼굴, 귀, 목 주변에 진드기가 붙어 있어서 대여섯마리를 떼어냈다. 사람에게도 안좋다고 해서 알콜과 락스를 섞은 물통 속에 털어내고 소독했다. 소독한 진드기 기계로 떼어내주어서 그런지 덧나거나 곪기를 덜해서 다행이다. 고양이 털이 날려서 입안으로 코 안으로 들어오면 재채기하기가 바쁘다. 인연이 저리 되어서 어쩌지도 못하고 집에서 얌전히 자면 좋겠는데 어딜 헤매고 다니는지. 눈오는 말보다 비오는 날이 더 걱정이다.
커피 내리는데 기우뚱해서 커피물이 흘렀다. 그것을 막으려고 그렇게 뜨겁지 않을거라 생각해서 밑에 깔았더니 휘어졌다. 회사에 전화해서 택배로 보내달라고 하라는 코디 말에 연결했더니 8천원이란다. 코디가 새로 바뀌었단다. 우리 집을 못 찾아서 헤매다가 시간이 늦어져서 오지 못하고 다음 주에 다시 오기로 하였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데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았다면 얼마나 어렵고 힘이들까 싶어서 일하기 좋게 주변을 깨끗하게 정돈을 해놓은 상태여서 좀 속은 상했으나 오죽하랴 싶었다.
샘머리 정수기도 오늘 점검이어서 주변을 한참을 정리하고 치웠다. 낯선 집에 와서 일하기가 쉽지 않을 듯해서다. 가끔 어수선한 상태로 코디가 올 때도 있는데 그 때는 얼마나 난감했을까. 그런 때는 내가 집에 없을 때라서 더욱 그러할 것이다. 코디의 어려움이 많단다. 특히 남성이 혼자 있는 집에 갔을 때 당황되는 일들이 많다는 뉴스를 접하고 나서 가능하면 코디 맞이를 하려고 한다.
손려모 개인전에 다녀왔다. 손을 잡자니까 쑥쓰러워 한다. 내가 마음에 들어하는 작품 앞에서 기념 촬영을 했다. 늘 꾸준히 한결 같은 선한 마음 때문에 감동을 받고 한다. 예외없이 관찰 산책 일지가 공책에 빼곡하다. 그것이 더 좋아서 책으로 내자고 해도 웃기만 한다. 참으로 고운 사람이다.
서울에서 학부모가 내려와서 함께 했던 어머니도 같이 만났다.
꽃다발과 파스타에 빵까지 주셔서 감사했다. 밀린 이야기를 나누면서 울기도 하고 웃으며 헤어졌다. 영은이가 쿠폰을 보내오고, 어머니가 손편지를 써보내고, 하랑이가 카톡 메시지를 올해도 어김없이 보냈다. 생각하는 마음은 늘 연결이 되어 있는 것이라서 따뜻하고 시큰해지기도 한다.
인연을 맺었던 많은 이들이 곁에 남거나 떠나거나 했다. 떠날 때나 떠나보낼 때마다 아릿한 아픔이 있었고, 그것이 무척 큰 상처로 남았었다. 지금은 그 조차도 나를 성장시키는 것이고, 편편한 관계 속에서만 살아왔던 나를 깨닫게 하고 생각하게 해주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상처가 나면 그 다음은 아문다. 흔적이야 남겠지만 처음만큼 아리거나 쓰라리거나 아프지 않다. 바라볼 수 있고 웃음 지을 수 있다.
남편이 요즘 계속 저혈압으로 힘들어하자 능이 백숙을 먹으러 가자고 해서 점심으로 먹었다. 땀나게 먹었다. 아이들과 같이 왔을 때도 남겼는데 둘이 먹기에는 너무 많았다. 해서 싸달라고 해서 가져왔다. 그 집 찰밥은 참 맛나고, 반찬도 정갈하다. 오늘 가장 맛난 반찬은 죽순과 어린 양파 무침이었다.
말은 안해도 서로가 서로에게 오늘을 생각하고 있었나 보다. 44주년이라는데, 그 중 40년을 했으니 말이다. 그 긴 세월을 여러 풍파를 겪으면서도 굳굳하게 버텨준 것이 참 고마웠다. 이런 날이 되어야 다시 생각을 하고 감사하고 있다.
김환희 교수님께 아침부터 난리법석으로 카톡이 시끄러웠다. 교수님은 자기와는 함께 공부하는 도반들이란다. 스승보다. 그런 말씀 들으니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할 것 같다. 비 그친 그래서 습도가 어마어마한 날이었다.
'소소한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21대 대선 사전 투표일 단상 (1) | 2025.05.30 |
---|---|
집 주변 꽃들 (0) | 2025.05.21 |
어린이날에 부쳐 (0) | 2025.05.05 |
다 태워버리고 싶다. (0) | 2025.05.03 |
내동무 탁동철, 텃밭, 예매, 지리산 봄, 강정평화상단, 사회대전환연대회의 투표 (0) | 2025.04.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