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우고 나서 조심히 가는가 싶었던 막내에게 잘 도착했다는 전화가 와서 안심이다.
기름진 음식을 먹고 나니 속이 부대낀다.
집안 환기를 하고 뜰안을 서성였다. 하늘 맑고 쾌청해서 점심 나절 걷기에는 맞춤이었다. 큰 도로는 눈이 다 녹았지만 우리 집 주변은 아직도 눈속이다.
전 부치는 것도 일이었지만 전을 담은 그릇들을 정리하는 것도 일이었다. 나물들과 전과 갈비찜을 모두 따로 담아서 먹을 것만 남겨두고 모두 냉동고에 들어갔다. 먹고 싶을 때 꺼내 먹으면 별미라서. 나만 먹을테지만 말이다.
그릇이 싱크대에 산처럼 쌓인 것을 뜨거운 물로 씻기 전에 커피가루, 식초, 주방세제, 콜라 등을 넣고 만든 수제 용액으로 닦았다. 냄새도 제거되고 아주 깨끗해서 이제 만들어서 써야겠다. 아주 잘 씻겼다.
집안 일을 하고 나니 오후가 되어 <<박문수 구전과 기록 사이>>, <<영원한 소년과 창조성>>, <<전시 비행사>>를 읽고 있다.
눈 때문에 아주 단촐한 새해를 맞았다. 찾아오지 말라고 한 까닭에 드나드는 사람이 없으니 더 조용하다.
동네 애들 대신에 늙은 부부가 남편이 앞에서 끌고 아내는 뒤에서 쪼르려 앉아서 미끄럼을 타는데 잘 안나가나 보다. 깔깔 거리는 웃음소리가 파란하늘에 푸르게 퍼져 나간다.
보기 좋은 모습이다. 복되게 그렇게 모두가 행복하기를.
오후 3시에 세종보 지키기 천막에서 천주교 생태위 주관으로 올해 첫 미사가 있다. 마음 같아서는 한걸음에 달려가련만 생각만 했다. 마음이 불편하다.
소소한 일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