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가 손자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라서 더 호소력이 컸다. 진솔하다는 것. 자신의 삶 중 가장 처절했던 시절을 골라서 전달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사람 본성은 자기의 잘못이나 실수는 감추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고, 더구나 아들도 아닌 손자에게 자기의 상처를 보여주는 것은 더 더욱 쉽지 않은 일이다. 이 점에서 더 큰 감동을 주는 밑자락을 깔았다.
가정환경 때문에 너무 막막한 처지인 어린 소년의 심정을 이렇게 잘 제시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섬세하다. 더구나 나레이터가 할아버지라서 목소리도 중저음으로 다정하고 따뜻하게 말하고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해주는 효과도 있었다.
인생을 살아갈 때 지지자가 많을 필요가 없다. 단 두 사람만이라도 진정을 믿어주고 신뢰해주면 스스로 그에 걸맞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이 작품은 너무 잘 보여주고 있다.
학생일 때는 선생님 한 사람, 어둠에 빠져 있을 때는 따뜻한 관심을 주는 어른 한 사람.
읽는 내내 뒷이야기가 궁금해질 정도로 흡인력이 있었다. 교훈을 말하지 않아도 이야기를 해주어서 읽는 독자가 충분하게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작가가 최고인 것 아닐까 싶다.
92쪽 밖에 되지 않는 이야기고, 그 것도 삽화가 아주 많이 들어가서책읽기를 싫어하는 고학년 아이들에게도 쉽게 읽힐 수 있는 이야기일 듯하다.
그보다도 어른들이 먼저 읽고 그 감동을 전해질 수 있도록 읽어주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책 읽고 이야기를 나누지 않더라고 서로 스며드는 이야기가 많은 책이다.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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