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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

회의, 삼선짬뽕, 커피(쌍리)

친환경급식연대 회의를 하러 나가는 길이 눈길일까 봐 걱정을 하였고, 빙판길일까 조심을 하며 갔다. 큰 도로는 빙판길이 아니어서 다행이다. 조심조심 간 덕에 회의에 5분 정도 늦었다. 주차하기도 마땅치 않았다. 
올해 마지막 회의라서 내년도 해야 할 일과 우리 아이들 친환경급식을 지켜내기 위해 마음을 모아야 할 일이다. 송년회 소식이 이번 달 내내 여기저기서 올라온다. 밤에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어둡고 야간 운전을 좋아하지 않아서 가능하면 외출을 하지 않는다. 
 
송년회 겸 점심을 하자고 해서 '태화장'에 갔다. 대전역 앞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3군데나 있단다. 12시에 가면 기다려야 하고 제대로 먹을 수가 없을 정도란다. 다행히 자리를 잡고 앉을 수 있었다. 시골에 살다 보니 배달 음식은 맛볼 수 없는 이점이 있다. 오래간만에 먹는 삼선짬뽕이 아주 맛났다. 해물들이 신선했는데 일본산일까 봐 가능하면 먹지 않았다. 그런 생각을 같이 간 사람들이 모두 했을 텐데 아무도 말을 꺼내지 않고 먹는 것을 보면서 혼자 속으로 웃었다. 
 
눈이 펄펄 내려서 차 한잔 생각이 났다. 근처 '쌍리'라는 찻집에 갔더니 커피알 볶는 기계가 떡하니 있고, 이층은 로스트로포비치의 무반주 첼로 소나타가 웅장한 소리를 내며 공간을 가득 채웠다. 스피커가 어마어마 비싼 것인 줄 알았는데 주인장에게 물어보니 중고 조립이었고, 자신도 그렇게 좋은 소리가 날 줄 몰랐단다. 만드는데 250만원 정도 들었다고 해서 저걸 팔고 다시 조립하시면 어떠냐고 했더니 안된단다. 솜씨 좋은 주인장이다. 화장실에 전면 유리가 2장이나 있어서 망측했다. 
 

커피는 온두라스는 좀 얌전하게 싱거웠고, 코스타리카는 신맛이 났는데 그게 더 맛이 있었다. 원두를 좀 많이 사려고 했더니 100그램씩 사서 마시란다. 향 날아가면 맛도 날아간다면서. 차림도 격조가 높고, 공간이 예술적인 취향이 돋보이는 그림 액자들로 알맞게 꾸몄다. 이런 곳이 있었다니 싶어서 시내에 가면 자주 가야겠다라고 생각했다. 눈발 날리는 창문을 바라보며 맛난 커피와 음악이 어우러져 느긋하고 아름다웠다. 
 
집에 오니 창가에 비친 겨울 모습이 아름다워서 현악 4중주를 틀어놓고 듣다가 새로온 커피메이커에 사가지고 온 원두를 갈아서 내려 마셨다. 아주 아주 맛이 있었고, 책을 읽어야 하는데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눈발이 날리는 바깥을 어두워질 때까지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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