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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문학, 청소년 문학

<<사라진 소녀들의 숲>>허주은 (지은이),유혜인 (옮긴이)미디어창비2022-12-14

처음은 약간 거부감이 일었다. 책 띠지에 수상 내용이 훈장처럼 붙어 있었다. 이런 것을 좋아하지 않는데, 아무튼 책씨앗 아이들이 추천하고 고른 책이다. 무슨 내용이길래 432쪽이나 되는 두툼한 부피가 필요했을까. 차례도 자세하게 나오지 않았다. 총 21장과 후일담으로 이뤄져있다. 일단 큰 흐름을 알 수 있는 차례가 없기에 그냥 읽어야 하나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 표지를 여는데 ' 한국의 독자님께' 라며 친필 싸인이 써 있어서 꽤나 공을 들였구나 싶었다. 

주제는 1840년대 공녀에 대한 문제 제기이고, 힘없는 나라에서 여성의 처지에 대한 연민이고, 가부장의 폐혜를 고스란히 당하는 여성 인물들의 이야기이고, 제주도 방언이 가희를 통해 제대로 구사되는 작품이다. 

목포에서 제주로 향하는 배에서 만난 홍목사, 문촌장, 죄인 백씨, 문촌장딸채원, 죄인 백씨 딸 가희, 유서생, 노경 심방, 민조사관, 고모, 민매월, 민매환이 얽히고 설킨 미스테리 추리극이다. 

사학과 출신답게 사료에 근거해서 상상을 가미하여 쫓기고 쫒는 서사가 긴장감으로 팽팽하다. 대부분 심리묘사, 풍경 묘사가 대부분이어서 지루하기도 해야 하는데 긴장감 때문에 그것을 느낄 새 없이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달려가곤 했다. 

하루 온종일 책을 붙잡고 지루할 사이도 없이 읽을 수 있었다. 번역자가 공을 들여서 읽기도 수월하고 문맥 전달도 자연스러웠다. 

아이들 덕분에 재미있는 책을 읽을 수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죄인 백씨, 문촌장, 민조사관도 모두 자기 자식을 위한 일이라고 한 일이다. 이로써 가희는 아버지를 고발하고, 채원은 죽음을 택하고, 매월은 평생 원망을 하고 살 뻔했다는 사실이다. 무엇이 자식을 핑계댈 수 있다는 말인가. 죄악을 합리화하기 위한 자기 최면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