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기다리면 되는 일은 농사에서 흔한 일이다. 바람과 비와 햇볕이 도와야 하는 일이지만. 사람 농사도 그러하다. 떠뜻하게 품어주고 기다리면 되는 일이다.
예술도 그러하다.
아기가 초등학교 들어간 줄 몰랐다. 얼마나 솔직한지 그 애에게 아이패드 선물하고 싶단다. 웃음이 났다. 너무 소박해서. 작품해설집인데 그 해설이 시다. < 개똥이네>에서 값진 연꽃을 걷어올린 셈이다. 아껴 읽고 다시 보고 하다보니 마치 정결한 큐레이션 해설을 듣는 갤러리다. 이렇게 고급지게 아름답게 편집한 출판사 <서유재>도 고맙다. 575명 중에는 아는 지인들이 꽤 있다. 고마운 인연이다.
요즘 길고양이 밥을 주어서 그런지 예전보다 덜 무섭다. 그래도 가까이 가서 쓰다듬어 줄 경지까지는 한참 미치지 못한다.
전시회에서 본 작품이라 낯이 익어서 좋았고, 저 입 속과 표정에서 시대의 절규가 느껴져서 오싹 했었던 기억이 났다.
어쩌면 작가의 내면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외로운, 고독한, 조금은 쓸쓸하나 당당한 그런 자의식이 느껴졌다.
물대포 현장에 있었다. 이십여미터 근처였다. 비옷을 입었지만 엉망진창이었다. 그래도 우리는 굴하지 않았다. 선명한 구호와 외침. 표정이, 수많은 꽃들이 그 날 그 자리에 모였던 군중들 같아 마음이 찡했다.
표지와 속표지까지 합하면 58작품이다. 그 중에서 가장 울림이 큰, 여백으로 말을 한 작품이 마지막 작품이다. 예술이 안된다며 놀아야겠다는 작가는 사실 어린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기도 했을 것이고,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할 것이다. 여백이 있어야 채울 수도 있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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