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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를 위하여

김남주 시인 기일 ㅡ2월 13일 / 이은탁 페북 펌

2019년 12월 18일, 혼자 1주일 동안 광주항쟁유적지를 찾아 전라남도 일대를 돌 때 해남군 삼산면 봉학리 김남주 생가에서 하룻밤 묵었다. 시인이 중학생 때까지 보낸 집으로 ‘진혼가’ ‘잿더미’ 등이 탄생한 곳이다. 그날 책꽂이에서 시인의 시집을 꺼내 밤이 깊도록 읽었다.

시인은 광주일고 진학으로 집을 떠났다. 입시교육에 반대, 자퇴하고 검정고시로 전남대에 입학했다. 대학 재학 중 1972년 전국 최초의 반유신투쟁 지하신문 ‘함성‘과 ‘고발‘을 제작․배포해 징역8개월의 옥고를 치렀고 대학에서 제적당했다. 1978년 지하조직 ‘남민전‘에 가입해 활동하다 이듬해 체포돼 징역15년을 선고받고 1988년 출소했다. 1988년 12월 21일 출소하자마자 윤상원 열사의 영정을 들고 망월동을 찾아 오열했다. 김남주 시인과 광주항쟁은 하나다.

김남주 시인 기일(1994년 2월 13일)인 오늘 송경동 시인의 ‘김남주를 묻던 날’을 아프게 읽는다. 인민의 삶과 자유와 투쟁을 사랑한 전사 김남주가 2021년의 우리에게 묻는다. 투쟁 없이 자유가 쟁취된 적 있었던가?

김남주를 묻던 날 / 송경동

경기대에서 '조국은 하나다'
육성 시낭송을 듣고도 울지 않고
광주 톨게이트, 빛고을 시민들보다
먼저 와 그를 기다리고 섰던
백골단 장벽 보면서도 울지 않고
불 꺼진 취조실마냥 어둡던 망월동
그의 하관을 보면서도 이 악물었는데

그를 묻고 돌아온 서울
심야버스 타고 마포대교를 건너다
다리 난간에 덜덜거리는 허리 받치고
해머드릴로 아스팔트 까며 야간일 하는
늙은 노동자들을 본 순간
이 악물며 울고 말았다
그가 간 것보다 그가 사랑했던 한 시대가
저물어 가는 것이 서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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