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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네

인형극 - '하얀산'

춘천은 우리나라 인형극의 본고장이다. 출연자 6명이 이끌어가는데 참 애쓴다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속판' 과 '겉판'이라는 인간 내면의 이중성을 그리려고 한 시도가 좋았다. 다만 그 이중성이 가정 배경에 의해 비극을 맞이한다는 것이 어린이 관중들이 많아서 내내 불편했다. 주택백이 엄마, 노름꾼 아빠에 의해 곡마단 단장에게 5천냥에 팔려가 둘이 도망 가다가 속판이 죽는다. 겉판이 마지막 꿈을 꿔야지하고 끝이 나는데 가장 중요한 '이중성' 갈등을 티나게 드러내지 못하는 한계가 보였다. 

인형극이라고 하니까 대상이 어린이 인줄 알고 함께 온 많은 학부모들은 민망했을 것 같다. 부모가 어느 한 쪽만 나쁘게 그린 것이 아니라 둘 다 같다보니 아이들을 판다는 것에 대한 갈등도 드러나지 않았다. 부창부수라고 그랬을까. 연출을 하면서 이런 부분이 마음에 걸리지 않았을까. 내가 꼰대인가. 

또하나는 간단한 소품을 이용해서 동작과 배경과 움직임이 표현된 점이다. 깜짝 놀랐던 것은 하늘에서 하얀산이 뚝하고 떨어지는데 절묘했다. 그 산 사이 사이 드나들면서 내면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림자 배경을 잘 활용해서 극적 효과를 주었다. 

 

적은 인원으로 인형극을 꾸려가는 젊은이들을 보니 더 많이 지원하고 발표의 자리를 주고 응원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흡족하지 않았지만 자주 인형극 공연이 있었으면 좋겠다. 옥의 티.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가 주제가이다. 현 시대를 반영하는 것이 예술의 의무이지만 관람 연령을 8세로 보았다면 곡 선택은 좀 더 신중했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