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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어주세요, 새책을 소개해요

서진선 작가 -<<오늘은 5월 18일>>보림 2013-05-02,<<엄마에게>> 보림 2014-06-16<<할아버지와 감나무>>평화를품은책 2019-01-15

어린소년의 시선으로 돌아보기를 하고 있다. 누나가 사라진 아침 장면이 앞표지로 나왔다. 아이는 누나가 어디에 갔는지 모른다. 

표지에 검은 바탕의 꽃들은 사람들의 죽음을 표하는 것이기에 꽃같기도 하고 해골같기도 하고 죽음의 흔적이 깊고 깊어서 새빨간 이불이 핏빛을 암시하는 듯하고, 벗어놓은 교복이 돌아오지 못하는 누나를 암시하고 있다. 

주인공 남자아이는 개구장이 모습 그 자체다. 통통한 볼살에 구김이 전혀없는 아이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상자모자에 붙인 별 3개 장군의 모습은 익살이고 그들이 한 짓이 철없는 짓이라는 것으로 읽는다면 너무 과한가 싶기도 하다. 그들이 한 짓은 소꼽놀이도, 총놀이도, 아이들끼리 하는 장난도 아니다. 정부가, 군인이 시민들을 총을 쏴서 죽였다는 사실 하나는 변하지 않는다. 

사죄하지도 않고 거짓말로 뻔뻔하게 빨갱이 운운하는 인간들이 아직도 살아가고 있다. 전두환이도 반성도 하지 않고 죽었다. 아이들에게 우리 역사를 잘 가르쳐야 하는 까닭이다. 반복이 되지 않게 하려면 말이다. 친일의 역사의 반동이 군인들의 쿠테타를 이끌었고, 거기에 기생하는 반공 승공주의가 빨갱이 사냥이라는 이름으로 제주를 압살하고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후퇴시켰다. 

정제된 아이 눈으로 날짜별로 그 아이가 보고 느낀 것을 담았다. 

단죄하지 않은 역사는 반복된다. 

표지에 비해 속지들은 화사하다. 미색을 이용해서 담백하게 당시의 모습을 그렸는데, 특히 처음 만난 군인들의 총이 반쪽 면을 다 차지할만큼 거대하게 그려서 폭력의 크기가 얼마나 큰지에 대해 묻고 있는 것 같았다. 

텍스트 중에서 '인민군'이 총을 쏜다는 할머니 말을 아버지가 '군인'으로 바로 잡는다. 

당시에는 광주가 차단이 되어 있어서 외부로 사실이 전달되지 않았다. 신문에는 연일 '광주 폭도'들이 사람을 죽이고, 경찰소를 습격해서 총을 탈취해서 군인들을 죽이고 있다는 소식과 더불어 계엄령까지 떨어져서 대학도 조기 폐쇄가 되었다. 그해 봄학기는 5월 20일 경에서 마무리 되었고, 겨울 방학에 밀린 수업을 보충하는 식으로 학사운영이 파행되었다. 

당시 사람들은 대부분 12월 말이 되어서야 광주 비디오를 지하에서 보고 알 수 있었던 것도 극히 소수였다. 어떻게 이런 일을 감행할 수 있고, 그것을 빌미로 체육관 대통령을 할 수 있는지. 5.16 군사쿠테타로 박정희를 엄벌하지 않는 죄가 이리 크다. 전두환에이어 노태우까지. 

친일파 처단을 하지 못하게 막은 이승만의 야욕이 우리 헌정사를 뒤틀리게 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장기려 박사의 둘째 아들 가용이의 시선으로 이산가족의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 

표지 전면을 펼치면 부산 영도의 모습이 생생하게 살아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스름 저녁 바닷가를 바라보는 어린 소년의 뒷모습에서 쓸쓸함이 묻어나고 그리움이 뚝뚝 떨어진다. 거기에 6,25 당시의 영도 마을의 모습과 엄마가 저녁 먹으라고 부르는 모습과 말뚝박기 놀이를 하는 아이들의 모습과 층층 계단을 오르는 마을 사람들까지. 해거름이라 바탕이 붉겠지만 절절한 어린 소년의 마음 빛깔 같아서 더 슬프게 느껴졌다. 누구에게나 엄마는 우주 아닌가. 

 

작품은 부산 피난 시절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고 당시의 시대상을 정확하게 알려주고 있다. 의사라는 풍족한 생활을 하다가 이산 가족이 되어 그리움을 안고 평생을 살아가는 그 마음은 어떨지. 아빠가 이불을 뒤집어쓰고 소리내지 않고 울

었다는 장면에서 그 모습을 상상하니 코끝이 시큰해진다. 이산 가족인 독자들은 그림책을 보면서 공감 백배를 할 듯 하다. 

전쟁이 한 가족을 어떻게 생이별 시키는지, 얼마나 곤궁하게 사는지 동냥하는 어린애들이 등장하고, 천막 병원에 줄서서 기다리는 군중들 모습은 처참하다. 말하지 않아도 아이들은 그림을 통해서 전쟁이 나면 안된다는 것을 느끼지 않을까. 

첫 장면에서 단란했던 이북에서의 가족기념 사진에는 6명의 자식을 거느린 부부와 시어른들이 만면에 웃음을 짓고 있는 반면, 마지막 장면은 아들과 아빠 단 둘이 미소짓고 찍은 사진이다. 

피난민들의 표정이, 어긋나는 엄마와의 장면에서는 뒷모습으로 얼마나 절규스러운지 느낌을 더하게 하는 장면이었다. 봉숭아 물들이고, 봉숭아 노래를 부르고, 봉숭아 씨를 심어 엄마를 그리는 마음의 점층이 돋보였다. 다만 봉숭아꽃을 너무 크게 그려서 장미꽃 같이 보이는 것이 아쉽다.

 

 

서진선 작가의 아버지 이야기라고 한다. 

전쟁에서 장교로 많은 사람들을 죽여야 했던 트라우마로 감나무를 심어 이름을 달아주고 기르고 마음을 쏟으며 죽은 영혼을 달래기 위해 평생을 애쓴 것을 감나무를 주제로 그리고 있다. 

아쉬운 것은 그 갈등의 모습을 웅크린 모습 반쪽에 다 담을 수 없다. 아버지의 갈등이 제대로 그려지지 않아서 감나무를 심어 가꾸는 것으로 트라우마가 치유되었을까 싶은 마음이 크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손자가 할아버지 가슴에 총을 겨누는 장면에서 할아버지 얼굴이 나오지 않고 가슴을 누른 빨간 총구를 클로즈업한 부분이다. 아이는 재미나고 짖궂은 표정으로 총을 사달라고 하는데 할아버지는 끝내 안 사주시는데 , 이 부분에서 할아버지는 손자에게 직접 이야기를 해줄 수 없었는지 하는 마음이다. 할아버지 일기장으로 대신하는 것보다 말이다. 손자에게 진실을 말해줄 사람은 할아버지이고, 그 진실을 기록한 일기장을 가족들이 49제에 태워버리는 것은 또 하나의 역사를 지워버리는 것이다. 

이 부분이 가장 큰 불만이다. 

개인의 역사이기는 하지만 군인 장교로서 6.25

당시 어떤 상황이었고, 어떤 일들이 실제 벌어졌는지 알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것이 개인에게 치욕이 된다고 하더라도 공적인 부분은 남겨두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할아버지가 아무리 개인의 죄를 뉘우치고 용서를 빌기 위해 감나무를 심어 수목장의 형식으로 장례를 치뤄준다고 해도 자신이 행한 일에 대해 양심은 괴로웠을 것이다. 개인으로 처리할 일이 아니라 공식적으로 이야기를 해야 하고, 그에 걸맞는 일을 찾아나설 수도 있었는데 그저 개인이 나무를 심는 속죄행위로 마무리를 지은 것이 못내 아쉽다. 

개인으로 할 수 있는 일과 함께 할 수 있는 일은 다르다. 

죽은 사람들도 개인의 죄를 묻기보다 전쟁을 일으킨 북한과 그에 맞서 싸우라 명령을 내린 사람들의 죄에 대해서 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까지 작가는 나갈 수가 없었을까. 다큐가 아닌데 그림책이고, 전쟁은 살인을 하게 한다는 메시지만 전해준 듯해서 아쉽다. 

 

하지만 시대에 대한 주제 의식도 강하고 이에 대한 고민을 하는 시선에는 공감하는 바가 크다. 더 지켜봐야 할 작가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