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시가 주는 상징이 무엇일까. 달콤하지만 쉽게 터지고 상온에서 오래가지 않는다는 점, 숙성이 되도록 기다림이 필요하다는 것, 달콤하다는 것, 이 작품 속에 나온 아란처럼 스스로 성장하는 맛일까 싶었다.
아란, 치킨홍, 양보, 첸, 주인집 아줌마, 경미, 경희, 번영슈퍼 노파가 서사를 이끌고 있다.
장편소설이고 29장으로 나누고 있다. 아빠를 모르는 아란과 엄마, 파산한 부부와 아들 국위와 딸 선양, 거기에 요양원에 계신 할아버지. 치킨홍의 이복동생 양보와 외삼촌 아들 첸이 보여주는 구성은 독특하다. 한 부모, 파산한 가정, 노인 돌봄, 이질적인 가족구성의 정점을 찍고 있는 치킨홍을 통해 작가는 파산한 어른들에게 기대지 못한 자식들의 고군분투기이다. 작위적이라고 느껴지는 부분은 베트남 책 <엄마를 찾아서>의 등장과 <해와달이 된 오누이>를 오버랩 시키는 부분, 헷세의 <데미안>의 유명 문구, 소식지를 보고 찾아간 집의 계약 부분이다. 이 중에서 가장 현실적인 것은 집 계약부분일 것이다. 사실 현실은 더 잔인하지 않는가. 설정은 잔인한데 늘 아란에게는 조금은 행운이 따르는 것이 쉽게 납득이 되지 않았다. 고교 중퇴한 유명인들을 열거하는 부분이나 신분을 속여서 늘 불안해 하는 것과 착한 알바주인이 결속감까지 느끼게 해주는 부분은 너무 청소년 소설이라는 것을 의식하고 쓴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치킨 홍이 미혼으로 양보와 첸까지 맡아서 기르려고 하는 설정도 납득이 되지 않았다. 더구나 인터뷰 기사는 왜 실렸는지 모르겠다. 작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서 붙였을텐데 작품으로 작가를 만나면 되는 일이 아닌가 싶어서 군더더기이고 오히려 작가에 대한 이해를 방해했다. 수상소감 정도야 그렇다치지만 말이다. 적어도 창비인데 왜 이렇게까지 해야 했을까. 이게 도움이 된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에 실었을 것이다. 여기서도 예외없이 잘게 자른 29개의 장은 요즘 유행인 방식인가 보다. 긴 호흡으로 읽을 수 없는 독자들을 위한 배려. 수상 작품이라서 너무 기대가 컸나 보다. 르뽀가 아닌 소설이라서 이만큼의 허용과 여건 속에서 글을 쓰는구나 싶었다. 캐릭터는 개성이 있고 심리 묘사도 좋았는데 공간 구성은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았다. 엄마를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홍시를 사 모은 것처럼, 생활정보지를 보면서 알바자리를 구하는 엄마와 아란이의 닮은 모습이 정말 직업도 아니고 알바로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처절함이 충분하다고 생각되지 않았다. 청소년 독자들이 읽으면 "어른들 정신 차리세요!"라고 외치라는 것인지, 파산한 어른들 속에서 독립은 이렇게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말하고자 하는 것인지, 상처입은 아이지만 이렇게 버티고 살아간다는 것을 말해주면서 희망고문을 하려고 하는 것인지 다 읽고 나서도 자꾸 의문과 의구심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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