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 옛 그림에 끌려 있는 터라 쉽게 책을 골랐다.
심사정(1707~1769)를 살았던 조선 최고의 명문가에서 태어났지만 할아버지의 역모사건으로 평생을 죄인 신분으로 가난하고 비참하게 살아야 했던 조선 3대 화가(공재 윤두서, 겸재 정선) 중 한 사람이다.
첫 페이지 첫 문장부터 끌렸고, 속표지의 <화조괴석도> 를 크게 확대한 부분이 실렸는데 살펴보느라 다음 장을 넘기기 어려웠다. 가까이 있으나 다가가지 못하는 심사정의 현실을 보여주는 듯하고 세밀화를 먹으로 이렇게 그릴 수 있을까 싶을 정도이다.
어린 독자가 보아도 알 수 있도록 왼쪽에는 핵심 설명이 있고 오른쪽에는 그림을 배치하고 크기, 소장, 그림 해설까지 하다가 왼쪽 면에 흐릿한 배경으로 처리한 그림들도 기가 막히다. 작아서 안 보이거나 글쓴이가 강조하고 싶은 것들을 슬쩍 그림자처럼 가져와서 확대해놓아 오른쪽 그림을 볼 때 더 찾아보게 하는 장치로도 훌륭하다.
마지막 그림인 <촉잔도>는 길어서 책 속에서는 잘 볼 수 없는데 '긴송미술관'이 소장하고 있고 보물 1986호라고 해서 또 꼭 봐야할 그림이 생겼다. 부분을 확대해서 몇 장면 보여주고 있지만 진품을 보면 그 생애 전체를 꿰뚫고 흐르는 적막과 외로움과 불운한 처지에 대한 담담함까지 느껴질 듯 하다.
박사학위를 받고 나서 이렇게 그림책으로 다시 태어나게 해준 것이 참으로 고맙다.
마지막에 '심사정처럼 해보기'를 두고 '지두화 그리기'를 예시로 두었는데 꼭 필요했을까 하는 점과 옛그림 제목을 알기 위해 한자 공부를 해보자라고 한 부분은 아쉽다. 대상을 분명하게 어린이로 둔 그림책이다. <어린이미술관 18>로 시리즈 물이기 때문이다. 내 글자를 더 자세하게 알아야 할 우리 아이들에게 한자를 배우라는 권유는 많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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