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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문학, 청소년 문학

<<내일, 날다>>

 

 

<<내일, 날다>> 쓰가다 스미에 글 신야 유코 그림 김영주 옮김, 버스트비 출판, 2018.12.10 초판.
13살 아이들이 주인공이었고 '오가와 미메이 문학상' 수상이라는 점도 무시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선택을 하는 기준으로 작용했을 것을 염두에 두고 출판사도 굳이 표지에 새겨 넣었을 것이다. 그것도 25회라니 싶었다.
하지만 책을 구매할 때 저런 수상작은 잘 고르지 않는다.

155쪽의 중편으로 그림은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삽화 수준의 그림에 큰 의미도 담지 않았지만 이 책에서는 아버지 환상을 왕나비 무리들이 바다 위에서 보여주는 모습을 꿈속에서 만나는데 이러한 부분을 삽화로 그렸더라면 더 좋았을 것을 싶었다. 삽화의 비중은 크지 않았지만 전혀 없는 것보다는 가끔 글만 있어 지루하고 심심해질 무렵 만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차례를 보면
별표시 왕나비 / 해질녘, 부엌/ 류세이/ 나기의 앨범/ 엄마의 생일/ 편지/ 집에 온 첫 손님/ 해질 무렵 바다에서/ 별표시의 의미/ 팔찌/ 내일을 향해서.
이다.

"백 마리는 되는 것 같아"
가 첫 문장이다. 주인공인 호시노의 외로움을 극단으로 밀고 가는 장치로서 손색이 없다. 그것도 등골나물 밭 입구에서 반 전체 친구들과 어울리는 현장체험학습 이다. 호시노가 섞이지 못하고 어울리지 못하는 것을 알고 있는 미후네 선생은 담임으로 어떻게든 호시노가 친구들과 잘 어울리기는 바라는 마음이 컸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첫 장면이다. 왕나비가 날아오는 것을 지켜봤다가 호시노가 잡을 수 있게 배려한 점과 복선을 깔기 위해 재포획된 왕나비의 마킹이 자연스러웠다. 나비를 포획하면 마킹을 한다는 사실이 재미있었다.
발단에서 이미 류제이, 별, 100, 이라는 숫자가 비밀에 쌓여 있고 이것을 풀어나가는 과정이 어찌될까 궁금해졌다. 어떤 사건이 벌어질까 궁금해지고, 호시노가 왜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지 도입 바로 다음 부분에서 설명되고 있다. 아빠가 없는 우울한 모녀가 살고 있는 집. 우울이 깊어 톡 건드려도 무너질 것 같은 감정선이다.
전개되는 이야기는 우연이 중첩이 된다. 왕나비, 미후네 스승인 호시노 할머니, 메일리스트 커뮤니티, 나기와 연결된 왕나비 탐구자들의 연결 등으로 손쉽게 기적처럼 류세이를 알게 되고 편지를 쓰게 되고 서로의 속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 친구를 갖게 되었다.
왕나비 하나로 연결이 되어 호시노네 가족은 아빠의 사고를 극복하는 계기가 되고 류세이는 육상 트랙에 다시 서기 위해 용기를 낸다. 왕나비가 삼포획 되었다는 소식과 함께, 1200킬로미터를 날아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자신의 길을 살아간 왕나비를 닮고 싶은 두 소년 소녀가 힘을 내어 힘차게 날아올랐으면 좋겟다.

다소 뻔한 이야기를 왕나비의 속성, 나기라는 동네의 특성, 네트워크 라는 것이 큰 축을 이루고 있고, 시련에 처했을 때 자기 마음을 알아주는 진정한 친구를 만날 수 있기 위해서는 먼저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한다는 할머니의 삶의 지혜가 양념처럼 길잡이 역할을 해준다. 이처럼 삶은 시련 속에서 딛고 일어설 때에만 의미가 있고 빛이 나는 것일게다. 주저 앉아 있는 사람에게 그래서 손을 내밀고 진심으로 함께 할 수 있는 섬세한 배려를 그래서 해주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아이들이 남녀 펜팔 연애를 막연하게 생각할 수도 잇겠지만 펜팔을 통해서 찾아보고 자기 생각을 가다듬고 사려깊게 행동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호시노를 보면서 이 정도의 관계는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지금 사회에서 물의를 빚는 'N번방' 사태를 보면서 아이들이 더러운 유혹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따스한 부모님과 할머니와 선생님과 친구가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점도 더 크게 다가왔다.

글씨체가 커서 독서력이 있는 아이들은 4학년 정도에 읽어도 무난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