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리문학관에 다녀왔다. 그리고 안도 다다오의 건축물인 <SAN>을 보았다. 먼저 박경리 문학관이 5층으로 새로 지어졌다. 원형의 옛건물은 아이들이 학습센터처럼 운영이 되고 있었다. 건물이 얼마나 짜임이 있고 '토지'의 중요장면마다 그에 걸맞는 물건들이 놓여 있었다. 25년의 장대한 대하소설이다. 올 여름에는 토지를 다시 읽어봐야겠다. 눈물이 난 것은 그 스산한 삶을 오로지 문학에 의지해서 버티어낸 정경 때문이다. 행복했던 정릉동 시절의 가족사진은 사람을 달리 보이게 했다. 그토록 마음은 얼굴에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사마천을 기억하면서 사마천처럼 살고자 했던 작가. 원주시에서 이렇게 늦게라도 2010년에 기념관을 지어서 운영해주고 있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고마웠다. 대신 '하얀집'은 늦어서 정원만 보고 나왔고 그 길의 운치가 건물이 지어져 좀 답답해졌다. 더구나 도로변에 새로 돌담길이 담쟁이 넝쿨로 치장이 되어 새로 나 있었다. 돌비석도 큼직하게 걸려있고. 돌아오다가 그 길을 발견하고 그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런 세월은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권정생 기념관에 다녀와서 그 울적하고 가슴 아팠던 것에 비하면 얼마나 복된 일인가. 안동시에서도 서둘러 권정생 기념관을 지어주었으면 좋겠다. 더 선생님 물건이 사라지기 전에 말이다.
안도 다다오는 동화책을 읽으면서 새롭게 알게 된 인물이다. 그리고 원주에 그가 건축한 건물이 있다기에 한 달 전 쯤에 가자고 약속을 잡았다. 난 강원도가 좋다. 그 쪽으로 달려가면 뭔지 모를 설레임과 행복함이 몰려온다. 이번에도 그랬다. 전날 숙면을 한 탓에 기분은 최고였다. 콩설기 쪄서 넣고 파프리카도 담아서 아침겸 나눠먹을 요량이었다. 휴게소에 도착하니 방금 내린 커피, 찐 옥수수, 시원한 물 등으로 가볍게 요기할 수 있었다.
<한솔 뮤지엄>에서 <뮤지엄 산>으로 개명하고 작년 5월에 개관하였다고 한다. 삼성 이병철 장녀인 청조 (푸른빛) 이인희씨의 개인 소장품을 150여점을 내어놓아 박물관이 되었단다. 이응로 화백의 귀한 글씨판화체 그림도 10점이 넘었고 인터넷에서 봤던 진품들이 너무도 많아서 충격이었다. 복사본인 줄 알았다가 진품이라고 해서 다시 들여다 보았다. 우리나라 갈대같은 파피루스도 유리관에 넣어 보존하여 기르고 있어서 좀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옆에 골프장이어서 <오크벨리>가 마치 성채 같았다. 그 드 넓은 땅에서 골프 잔디로 산이 모조리 깍이고 길이 나고 들어오는 입구가 4차선으로 공사 중이었다.
<뮤지엄 산>은 종이 박물관 4군데와 미술관 4군데 그리고 지하 입체 공간 4군데로 구성이 되어 있는데 입장료가 28000원씩이나 되었고 겉에서 볼 때에는 성곽으로 둘러 있어서 속살이 보이지 않았다. 건물의 입구가 대부분 벽으로 가려지고 분할되어 있다가 끝나는 부분에서 모퉁이를 돌면 건출물들이 짠햐고 나타나는 식이었다. 곡선과 직선의 조화가 얕은 연못으로 처리되어 비치는 풍광이 더 근사했다.
단 시멘트 냄새 때문에 눈을 뜰 수가 없을 정도였고, 머리가 아팠고, 목이 무척이나 아팠다. 작품이 너무 많아서 전시를 다닥다닥 해놓아서 넉넉한 공간과 감상을 하기에는 각 작품들이 서로 중첩되어 방해를 하였다. 더구나 안내자가 주마간산식이어서 숨고르기가 어려웠다. 물론 나중에 여유있게 보고 나갈 수도 있겠지만 그럴 시간이 없었다.
특히 제임스 터렐 작품인 빛의 공간은 몽환적이고 착시 현상을 이용한 빛의 다양성에 충격이 컸다. '간츠 벨트' '스카이스페이스''웨지 워크''호라이즌' 이 하나의 드라마 같았다. 2차원의 계단에서 3차원의 공간을 지나 4차원의 세계로 들어가는 듯 했다. 우주적 감각이 크게 새로웠다.
함께 공부한 이들과 얼마나 수다를 떨고 웃었는지 더부룩하던 속이 확 뚫렸다. 이 기운으로 한 달을 버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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