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 태연이에게 십여년만에 전화가 오다. 목소리도 낯설었다. 놀라거나 슬퍼하는 마음이 아니었다. 아주 담담하게 그래서 냉정하게 느껴지는 내 목소리가 더 차갑게 느껴졌다. 그래, 이제 또 하나의 마감인거지 싶었다. 가끔 이런 내가 참 냉한동물 같다.
큰언니의 전언을 들으며 인생이란 참 미묘하고 복잡하다는 생각을 또 했다. 그렇게 산 삶이 과연 무엇을 남겼는지. 무시와 무관심과 관계소홀 외에는 남은 것이 없는 것 같다. 일부러 그것을 남기고팠는지도 모른다. 자신을 수호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집념 아래에서.
오늘 또 그저 쓸쓸함에 잠길 것 같고,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 사이에서 갈등할 것 같다. 결정은 결국 내가 해야 할 일로 귀결되겠지.
학예회에 쓸 음원을 찾지 못해서 단순무식하게 아이패드로 녹음을 했다. 그 시간에 그냥 주변이 조용해서 다행이었다. 마치 친절하게 음원을 찾아줄 듯 했으면서 고작 검색해서 올려놓은 수준이었다면 애초에 묻지도 않았다. 너무 모양새만 풍기는 군 싶어 신뢰감이 떨어졌다.
9명의 엄마가 오셔서 강당을 다 꾸몄다. 아이들도 거들고, 3시에 모여 5시 넘어서 끝났다. 간식을 싸온 엄마 덕에 앉아서 요기를 했다. 아이들이 자기가 싸가지고 온 간식도 그제서야 먹었다. 그래서 웃었다. 땀이 흥건할 정도로 아무것도 한 것이 없는데 마음만 바빴다. 붙이고, 진열하고, 옮기고, 소품 보강하고 정리하고 나니 훌륭했다. 그래서 사진을 찍어서 갈무리를 해뒀다. 덕분에 전지 20장이 넘는 것을 다 썼다.
교장샘 말씀을 늘 넣지 않았다. 그래서 공연하는 도중에 삐끔 보시고는 간다. 애들을 생각하면 축사 정도를 넣어주는 것이 좋을까? 라는 생각이 떠올라 시작할 때 잠깐 소개하고 시작할까 어쩔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냥 뒷자리 하나 마련하는 것도 썩 마음 내키지는 않는다. 한번 말씀 드려봐야지.
일제고사 반대 집회 사진을 갈무리 하면서 이렇게 증거하지 않으면 흔적조차 없을 역사도 참 많겠구나 싶다. 기록하지 않으면 그냥 사라질 것들에 대해 집요하게 남기는 것, 요즘 게을리 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어도연 대표자연수가 마음에 짐이 되고 있다. 아이들이랑 모둠 나들이도 가야 하는데. 이사회도 열어서 가긴 가야 하는데, 기차타고 전철타고 또 전철타고 택시타고 가야하는 그 거리가 너무 멀다. 생각지도 않은 일이 터져서 지금 일정 전체가 꼬이고 있다. 모둠 나들이는 내일 해야할 것 같기도 하고. 아이들이랑 의논해서 결정하자. 그게 가장 빠르다. 나는 비워놓고.
상대방의 마음이 읽힐 때가 참 고역스럽다. 그것도 속빈 마음이 읽혀질 때는 정말 참으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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