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문집을 마감하면서
편집후기를 쓸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한 학기를 다 마무리 했다는 것이 아쉬움보다는 안도감이 더 커진다. 크게 별탈없이 마감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가끔씩은 참 대견할 때도 있다. 올해는 특히 더 하다. 해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아이들이 점점 더 개인화가 지독하게 진행이 되는 가운데, 점점 교육상황은 경쟁주의로 강화되어가고 있어서 더 힘이 든다. 경력이 많은 사람들일수록 피부로 그 심각성이 전해져 온다.
여기에는 어려운 교육과정과 많은 양도 문제이지만, 이것을 시험지라는 평가 잣대 하나로 줄을 지어 등수화 하려는 시도 때문에 더 꼬이고 더 메말라가고 더 심각해지고 있다.
학기초에 자기 멋대로인 아이들을 만났을 때의 황당함을 어디에 비교할 수 있을까.
가장 기본인 일기쓰기와 책읽기를 힘들다면서 왜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식으로 저항 아닌 반항을 하는 듯한 모습 속에서 해보겠다는 자세보다는 성적에 필요하지 않다는 판단이 더 먼저였던 것 같아 꽤 충격이 컸다. 날마다 쓰고 읽는 것이 어려울 수 있지만, 그래도 이제는 도전해봐야지 하는 생각을 갖기를 바랬다. 어느 학년이든 학기초 마찰은 있었으니까.
더 어려웠던 점은 아이들이 형편없어도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자꾸 기회를 주고, 부추기고, 해보라고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부모님 손에 의해 이끌려 오는 아이들이 학기말이 다 되어도 제대로 적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다. 스스로 해야 하는데, 하지 못하니까 이것저것, 여기저기에서 표가 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그런 아이들이 참 힘들다.
아직도 가장 기본인 쓰기와 읽기가 탄탄하지 않은 아이들이 여러 명이다. 방학 동안 밀리지 말고 날마다 쓰는 것이 중요하고, 책읽기도 습관이 되려면 날마다 읽는 수밖에 없다. 가능하면 정해진 시간에 하는 버릇은 좋은 습관을 만들어 줄 것이다. 그런 점이 미진함으로 남아 있다. 한 학기 동안 공들였던 부분이기도 하고, 초등학교 시절에 가장 필요한 기본이기도 하다. 자기가 생각하고 느낀 것을 날마다 정리한다는 것은 사고력과 창의력, 상상력 등에서 누구도 쫒아오지 못하는 실력을 갖추게 하기 때문이다.
올해는 더 더욱 일이 밀린 까닭이 학급신문 발행과 문집이 겹쳐지는 싯점이라는 점이다. 작년에도 곤욕을 치뤘는데 올해는 학부모 두 분이 타이핑을 도와주셨다. 특히 백선이 엄마가 해주신 덕분에 그나마 문집이 빈한하지 않게 나올 수 있었던 점을 밝혀둔다.
편집하면서 어려운 점은 가편집이 다 끝난 상태에서 뒤늦게 보내오는 글이다. 가편집을 하고나면 사진까지 모두 배치가 마무리가 되는데 거기에 또 다른 내용이 더해지면 틀 전체가 뒤틀린다. 그리고 사진도 여기저기로 뛰쳐나가 다시 교정을 보려면 시간이 엄청나게 든다. 특히 신문일 경우는 그게 더 하다. 그래서 마지막 최종까지 미루고 있다가 한꺼번에 작업을 하고 있다. 그래서 다음부터는 좀 빨리 글을 보내주셨으면 한다.
우리 아이들은 한 학기 동안 무엇이 가장 마음 속 깊숙하게 남아 있을까. 대부분 체험학습이라고 이야기 할 것 같다.
나는 체험학습보다 우리 아이들에게 책읽어준 것이 가장 기쁘고 오래 남아 있다. 기쁨이 크기 때문이다. 체험학습은 준비할 것이 너무 많아서 할 때마다 고생스럽다.
아이들 마음이 자라고 꿈이 커지고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과 자기가 존귀해보이는 마음이 날마다 커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남과 더불어 서로 배려하고 동등하고 평등하게 살아가는 것이 아름다운 세상이라는 것을 깨닫고 그렇게 살아가려고 애를 썼으면 좋겠다. 그래서 평화로운 세상 속에서 맘껏 자신을 드러내고 꽃피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201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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