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2010년 2학년 6반

[독서] 솔이의 추석이야기/이억배/길벗어린이/2004

추석을 맞이해서 그동안 책읽어주기를 잘하지 못한 것을 반성하면서 책꽂이에서 책을 꺼냈다. 겉표지에는 할머니댁에 막 들어서는 첫장과 봉송으로 싸주신 보자기 속의 물건이 조촐하게 그려져 있다. 바탕이 은은한 한지 느낌이라서 전체적인 분위기가 차분하고 정갈하다.

속지에는 추석빔을 다림질하는 엄마와 솔이가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그림으로 글보다 많은 것을 이야기 하고 있는 작품이라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텍스트보다 그림에서 솔이 찾기와 솔이 동생 찾기만 했는데도 아이들이 구석구석 그림을 다 보는 듯 했다.

 

두 밤만 지나면 추석입니다.

 

첫 문장이다. 오늘이 딱 그 날이다. 아이들이 "우리도 두 밤만 자면 추석인데!"이러면서 웅성거렸다. 때를 잘 고를 탓이다. 동네사람들이 바쁘게 고향갈 준비를 하는 모습이 그림으로 가득하다. 동네 사람 거의 모두 다 나와 있는 듯 하다. 예전에 이 그림 배경을 작가가 설명하는 것을 들었는데 그 그림을 그리려고 비슷한 동네를 여러번 가서 살펴보고 스케치를 했다고 한다. 보여준 동네 사진과 그림으로 재현해낸 것이 정말 비슷해서 놀랬던 기억이 난다. 표정들도 다 살아있다. 저 많은 사람들을 세밀하게 그리기도 어려웠을 텐데. 특히나 이발소 돌아가는 전광판의 사람 모습까지 그렸으니 말이다. 창문을 없애고 있는 그대로 다 보이게 그린 것도 작가가 보여주고 싶은 장면들일게다. 엣날에는 명절이 돌아오면 목욕하고 미용실 가는 것이 큰 일이었으니까. 흥정하고 선물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동네 슈퍼에는 바쁠 것도 없어보이는 한가한 모습이라서 변두리 동네의 생활상을 잘 보여주고 있다. 작가의 말로는 이 책의 목적이 아이들에게 잊혀지고 있는 우리 것들을 보여주고 알려주고 싶었다고 했다. 그런 취지라면 잘 살려낸 것이 아닌가 싶다. 더구나 디자인을 권윤덕이 한 것으로 나와 있는데 그림작가와 동명이인일까 아닐까 호기심이 나기도 했다. 전혀 모르는 사이가 아닐 듯 해서다.

 

다음 장면은 그 동네 새벽 모습이다. 솔이네 식구가 집을 나서는데 솔이만 저 만치 먼저 가고 있다. 슈퍼에 '추석연휴'라고 써붙여 있고 나머지 건물들은 어둠 속에 고요하다. 고양이 한 마리가 쓰레기통 위에 올라앉아 솔이를 놀란 눈으로 쳐다보고 있고, 쓰레기 주머니들이 여기 저기 놓여 있다. 얼마나 이른 시간에 출발했는지는 굳게 닫혀진 셔터들과 어둠이 남아 있는 빛깔로 충분하다.

 

긴 줄이 서 있는데 아이들이 솔이를 금방 찾았다. 거의 꼴찌에 서 있는 모습이다. 보는 아이들이 "언제 가냐?"하면서 절로 한 숨이다. 표정들이 다 살아 있다. 포즈도 가지가지다.

 

자 이제 출발! 그런데 도대체 차가 움직이질 않아요.

 

라는  두 문장 위로 차들이 촘촘하게 서 있는 모습이다. 솔이를 중간에 동생을 바라보는 모습으로 버스 유리창으로 드러난다. 얼핏 보면 찾기 어려운데 아이들은 금방 "저기 있다"하면서 찾아냈다. 이 장면에서 아이들은 명절 쇠러 가면서 얼마나 차가 밀렸는지 각자 이야기하느라 시끄러웠다. 말하도록 잠시 기다려주었다.

그 다음 장면은 차가 막히자 도로에 정차해서 가져온 음식을 사먹거나 꺼내놓고 먹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어린아이 오줌 뉘는 모습부터 시작해서 아이스크림, 컵라면까지 줄 서서 기다리고 배달을 가는 아저씨가 바빠 보였다. 창가에 매달려 오징어를 사려는 아이와 차 안에서 길게 누워 있는 아저씨 차를 청소하는 아저씨부터 시작해서 봄직한 풍경들이 알뜰하게 그려져 있다.

 

커다란 당산나무가 오른쪽에 압도하고 있고 해가 저물 무렵에야 겨우 도착한 모습인데 지친 구석은 하나 볼 수 없다. 나무가 얼마나 오래된 마을인지 보여주고 있다.

 

겉표지에서 보여준 반쪽의 다른 부분이 드러난 장면이다. 그림책으로는 전개의 시작을 알리는 위치이다. 할아버지가 나와 쳐다보고 있고 강아지도 따라오고 할머니가 잰 걸음으로 마중나오고 있으며 아저씨가 자전거를 타고 내려오는 중이다. 솔이와 아빠는 쓰러질 것처럼 뛰어가고 있는 모습이 얼마나 기다렸는지 가히 짐작이 가는 모습이다.

 

온 가족들이 서로 각자 맡은 일을 하는 모습이 정겹고 마루 밑으로 늙은 호박들이 놓여진 것도 익살스러웠다. 나무 절구는 우리 집에도 옛날에 있었던 물건이라 친근감을 느끼게 했다. 붉은 맨드라미가 밋밋한 담벼락을 도드라지게 해주고 있다.

 

달 밝은 추석 전날 밤 송편을 빚으며 소원을 비는 남정네들과 솔이가 너무 뒤로 젖혀서 송편 상에 넘어질 듯이 그려져 있다.

 

높은 차례상에 지내는 그림이 나와서 아이들에게 물어보았다. 제사를 저렇게 높은 상에다 놓고 지내는 집이 있느냐고 하니까 한 아이가 손을 들면서 할머니댁에 갔을 때 그렇게 지내는 것을 봤다고 했다. 모두 낮은 차례상에 지낸단다. 홍동백서를 맞춘 것 같기도 하고 아닌 듯도 해서 고개가 갸웃 거려졌다. 작가가 틀리게 그려놓지는 않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말이다. 벽에 걸린 모자와 잠바가 한 눈에 들어왔다. 병풍에는 아무런 그림도 문양도 없었다. 저런 병풍도 있는가 싶기도 했다. 아주 사실적으로 그렸다고 생각했는데 부분 부분에서 걸렸다.

 

성묘가는 모습도 한 줄로 서서 가는 모습이어서 무엇을 들고 가는지도 다 보인다. 다만 포충망과 매미채를 든 아이들 모습이 조금은 낯설었다. 보통 그런 것을 들고 가나 싶기도 하고 말이다. 봉분도 모양이 지역에 따라 다양한데 이곳 봉분을 보니까 남녁인 것 같다. 상석이 없고 종중산이 아닌 모양이다. 묘가 한 자리만 그려져 있다.

 

요즘은 사라진 지신밟기가 그려져 있어 어렸을 때 기억이 되살아났다. 나 어릴 적만 해도 도시에서도 저런 지신밟기를 집집마다 다니면서 했다. 그러면 음식을 대접하거나 술을 내어놓기도 했다. 온 동네가 떠들썩한 모습을  흥겹게 보여주고 있어 엣모습을 고스란히 되살려놓고 있다. 강강술래도 자연스레 하고 중간에서 귀를 막고 뛰어노는 아이들이 귀엽기도 하다. 신발이 벗겨져 집어들려는 모습도 귀엽고 강아지도 덩달아 달려오는 모습이 제대로다.

 

그런 왁자함을 뒤로 하고 부엌 불만 켜진 동네는 또다시 적막간산이다. 너무도 싱그러웠던 앞장과는 대비가 되는 차분함이다. 밤과 낮의 대비가 두 번째 보여지고 있다. 불빛이 무척이나 외로움을 느끼게 한다.

 

분주한 아침 모습이다. 시계는 아홉시 반을 가리키고 있고 떠날 준비로 바쁘다. 기저귀가 널려 있는 집안 풍경도 사실감을 더해주고 있다.

 

동구밖에서 손을 흔들어주는 시골 가족들은 또렷한데 버스 안에 있는 솔이네 가족은 흔적이 없다. 그저 버스만 앞으로 가고 있다. 도시에서는 개인이 그저 익명성으로만 존재하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는 듯 하다면 지나친 해석일까.

 

동네 슈퍼에 '추석연휴' 쪽지가 찢어져 있고 되돌아 가고 있음을 역방향으로 진행시켜서 환기를 시켜주고 있다. 쓰레기는 치워지지 않았고 갈 때보다 몇 개가 더 늘어나 있다.

 

마지막 장면은 일상을  사실로 그려놓고 있다. 시골로 전화하는 솔이 아빠 앞에 팬츠 바람의 솔이 엄마가 한복을 벗어 걸고 있고 두 아이는 잠들어 있다. 있는 그대로여서 추석을 되새김하기에는 알맞은 책이다. 

 

아이들의 한 줄 느낌은 받았다. 체험학습 신청으로 4명이 오지 않았다.

 

남채운- 솔이네는 추석에 할머니 집에 갔다. 솔이는 햇곡식도 먹고 졸았다. 진짜 재미있었겠다.

이석훈- 나도 빨리 솔이처럼 할머니 집에 가고 싶다.

오성택- 솔이네 할머니네 집이 어디인지 궁금하다.

정서영- 저도 빨리 할머니 집에 가고 싶습니다.

류시연- 솔이네는 우리 추석보다 더 알차게 보낸 것 같아서 좋겠다.

이세진- 나도 추석에 성주에 가서 놀고 싶다.

민세연- 솔이의 할머니 집이 크다.

가한솔- 송편과 쌀과자가 먹고 싶어진다.

백지현- 내일 할머니댁에 가서 송편 등등 많이 먹고 싶다. 솔이처럼 나도 추석을 재미있게 지내고 싶다. 책에서 솔이 동생이 잘 안나와서 재미있었다.

임상균- 솔이네 추석 이야기에서 온 가족이 화목하고 즐거워서 나도 신났다.

정혜민- 솔이가 추석 꿈을 꾸는게 재미있었고, 나도 그렇게 재미있게 추석을 지내야겠다.

장우현- 추석이 생각난다.

양지원- 빨리 솔이처럼 할머니댁에 가고 싶다.

김하진- 솔이가 할머니 집에서 제사 지낼 때 귀엽다.

이성준- 약과 한과 같은 걸 먹으니 너무 부럽다.

정찬우- 추석이 빨리오면 좋겠다.

김우영- 우리도 할머니 집에 가서 솔이처럼 즐거운 추석을 보내고 오면 좋겠다.

김성욱- 솔이가 학교를 땡땡이 치고 할머니집을 간 것 인가?

윤채은- 나는 추석이 얼른 왔으면 좋겠다.

남경현- 우리 집도 저렇게 추석을 지내면 좋겠다.

송예진- 솔이 가족이 할머니집 가는데도 시간이 많이 걸려서 솔이네 가족이 힘들 것 같다.

김유민- 솔이 동생이 나타났다 사라져서 신기하다.

이준영- 솔이는 할아버지 한테 절을 했나봐요. 우리는 추석에는 그렇게 안하고 무덤에서 해요.

윤기태- 솔이는 친할머니가 계셔서 좋겠다.

심승현- 난 차가 많이 막히면 힘들텐데 솔이도 차가 막혀서 힘들겠다.

이재현- 솔이가 좋겠다. 왜냐하면 추석에 할머니 집에 가기 때문이다.

나영은 - 우리도 빨리 할머니집에 가고 싶어진다.

문지인- 나도 추석 때 강강술래를 해보고 싶다.

김규성- 내가 시골에 가지 못하는데 시골에서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임채연- 솔이동생이 어디로 갔나 궁금하다.

박철민- 솔이 동생이 계속 사라져서 웃겼다.

김현정- 내가 읽었을 때 차근차근 봤는데 선생님이 읽어주니 재미있었다. 솔이 동생이 계속 없어진 점이 궁금하다.

정근원- 솔이는 좋겠다. 왜냐하면 할머니 집에 갔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책의 미덕을 조금 더 찾아본다면 텍스트에 기대지 않고 그림으로 충분하게 말하고자 한 것을 보여주고 있어서 좋았다. 글과 그림의 상호 보완과 상승이 제대로 표현되어졌다는 점에서 다소 걸리는 부분이 있었지만, 예를 들자면 솔이 동생이 자꾸 그림에서 빠져 있다던지 하는 등의 모습도 애교스럽게 넘어가줄 수 있었다. 특히 집 안 그림을 '만희네 집'식의 표현을 구사하여 아이들의 평면감을 자연스럽게 녹여낸 점도 눈에 두드러졌다. 찾아보니 '길벗'에서 1995년 11월에 똑같이 출판이 되었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 의견이 통한 것일까. 아니면 아이들을 위해 펼쳐보이는 그림이 이해를 돕는다는 것을 알았을까. 애를 키우는 입장이니까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긴장이나 갈등없이 너무도 행복한 '추석'이라는 명절을 그리고 있어서 현실감이 조금은 떨어지고 있다고 생각된다. 우리 아이들 한 줄 소감을 보면 요즘과는 사뭇 다른 정서가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가족간의 갈등, 오히려 추석에도 서로 왕래를 하지 않는 구성원들의 반목 등으로 명절답지 않게 지내는 아이들이 적지 않을 듯 해서다. 아이들의 부러움은 그런데서 연유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2010년 2학년 6반'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학급 신문 10호 소감글  (0) 2010.09.27
[독서]꽃할머니/권윤덕/사계절/2010  (0) 2010.09.25
그림자 놀이  (0) 2010.09.20
9월 모둠 연극 발표  (0) 2010.09.20
학급신문 '늘푸른' 10호  (0) 2010.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