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8일 토요일에 두 시간에 걸쳐 발표를 하였다. 한 주 동안 배경 만들기, 소품 만들기 등을 해서 교실 공연을 한 것인데, 역시 지도를 하지 않았더니 생각에 미치지 못해서 애들만 야단치고 말았다. 알아서 잘 할 거라는 공연한 기대심은 내내 애들에게 짜증내고 화를 내게 한 원인이었다. 배워준 게 있으니까. 지들이 학예회도 했으니까. 이제 어느 정도는 하겠지라는 내 생각이 얼마나 틀렸는지 애들이 보여줬다. 성과주의자가 아니라면서 나 역시 애들에게 결과만을 요구한 꼴이다. 우리 애들이 봐주고 그래도 참아주는 것이 정말 고맙지. 반성하며 사진을 올린다.
앤서니 브라운의 '터널'을 했다. 배경을 세 장 그리고 소품을 제대로 만들지 못해서 영 아니었다. 게다가 해설 목소리도 또렷하지 않아서 결국 이 모둠도 야단을 잔뜩 맞았다. 9살인데 하면 얼마나 잘할거라고. 내가 바보다.
배경을 그리느라 복도에 나가서 둘씩 맡아서 그리느라 야단 법석이었다. 정말 열심히 했다. 그 점만 칭찬을 해도 되었을 것을. 돌로 만든 석상을 소품 처리 하는데 어찌하나 봤더니 고작 상자를 가져와서 뭘 해볼 생각이었다. 기다란 상자에 그림을 그려서 세워 놓거나 둥근 기둥에 그림을 그렸으면 될 일이었다. 어찌하나 말만 해줬더니 결국 아무도 해오지 못했다.
권정생의 '훨훨간다'를 했다. 배경 두 장을 그리는데도 힘겨워 했다. 발표를 할 때 자꾸 해설 쪽에만 옹기종기 모여서 이야기를 해서 서너번이나 지적을 받았지만 무대 중앙에 나가서 하는 부분은 끝까지 제대로 하지 못했다. 내가 꼭 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나 보다. 그것은 아닌데. 내가 집중하지 않으면서 아이들에게 집중하라고 한 것도 문제였다. 아이들이 시무룩하니까 괜히 나도 기분이 더 나빠졌다.
베 한 필을 만드는 것도 2시간이 걸렸다. 현정이는 이것 만드는데 그렇게 시간이 걸렸느냐는 내 야단에 대꾸도 못하고 표정만 어두워졌다. 빨리 처리하길 바라면 안되는 아이한데 무리한 것을 요구하면 안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야단을 쳤다. 요즘 소원해지는 느낌이 그렇지 않아도 마구 드는데.
존 버닝햄의 '내친구 커트니'를 했다. 배경만 세 장에다 소품들도 나름대로 다 만들었다. 정작 발표하는 날 가져오지 못해서 또 야단을 맞았다. 이 모둠은 미리 모여서 연습도 하고 그랬는데, 꼭 빠지는 아이들이 또 빠져서 아이들이 힘들어 했고, 불만이 컸다.
나름대로 연습한 탓인지 가장 자기 역활을 잘 했다고 할 수 있었다. 대사를 다 못 외운 사람들이 흐름을 끊어놓지만 않았어도 칭찬을 듬뿍 듣고도 남았을텐데 아쉬웠다.
'팥죽할멈과 호랑이'를 했다. 할멈이 성택이었는데, 얼마나 구성지게 잘 하던지 애들이 다 웃었다. 딴짓하는 아이들이 너무 많아서 연극 소감을 쓰라고 해야 할 정도인데도 관심을 그렇게 끌었던 것은 목소리가 크고 동작이 얼마나 코믹했는지 본 아이들이 박장대소를 한 거다. 성택이는 나중에 연극을 해도 아주 잘 할 것 같다. 얼마나 능청스러운지 모른다. 이제서야 자기 생각을 제대로 글로 표현하기 시작하는 중이다.
역시 한 번 한 것을 다시 하는 것이라서 가장 잘했다. 가장 잘한 모둠이라고 칭찬을 해줬더니 아이들이 환호성이다. 다른 모둠은 좀 서운해 하는 눈치였다. 세진이는 호랑이 소품을 만드는데 서너 시간이나 걸렸단다. 채운이는 못할 줄 알았는데 그런대로 애들과 어울려서 소화를 해냈다. 내가 하는 말도 이해 못할 때가 많았고, 수학시험지에서는 지문을 이해 못해서 뭐라고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자꾸 시험지를 가지고 나와서 부연 설명을 해줘야했다.
소품 준비가 안되어서 집에 다시 가서 가져오는 등 미리 준비하지 못한 티를 내더니 '아모스와 보리스' 소품을 아주 그럴싸 하게 만들었다. 배경도 아주 좋았다. 그림보다 글이 많은 책이라서 해설이 중요한데 목소리가 다 적어서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았다.
고래를 만들어서 팔에 끼우라고 했더니 그냥 저렇게 만들엇다. 파란 바위 같다. 대사 전달이 아주 미흡했다. 서영이가 고래 역활을 제대로 했고 혜민이가 생쥐 역활을 아주 잘했지만 말이다.
'심심해서 그랬어'를 했는데 소품 미비에다가 역활들이 제대로 하질 못해서 동작으로 보여주는 것이 없었다. 대사도 다 외우지 못해서 책을 보며 하느라 흐름이 끊겼다. 찬우가 해설을 했는데 좔좔 읽지를 못해서 전체 연결이 더 미진했다.
배경이 여러 개인데 두 개 밖에 하지를 못했다. 그러니 장면 변화도 안되고 대사 전달도 안되니까 자기들도 하면서 무엇이 부족한 지 아는 듯 했다. 욕심들은 많은데 준비와 연습이 부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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