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어린이문학, 청소년 문학

창비어린이 30호를 읽고

2010년 8월 30일 월요일 날씨 아침부터 흐리더니 내내 흐리다.

 

모처럼 조용하게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어젯밤 늦게 잤다가 출근 시간을 못 맞춰줄까봐 기겁을 해서 일어났다. 보통 잡지가 오면 샅샅이 읽지 못한다. 시간도 문제려니와 그렇게 이 잡듯 읽어야 할 까닭이 없다. 즉 실린 글들이 모두 내게 필요한 것이 아니므로. 잡지가 갖고 있는 재미와 선택이 우선했던 것이 사실이다. 관심분야만 읽고 말았는데, 이번에는 다 읽었다. 나름대로 의문점이 드는 특집 기획은 아쉬움이 너무 많다. 그래서 어쩌라는 말인지. 그래서 어떻게 하겠다는 말인지. 그래서 창비어린이에서는 장르 개념을 어떻게 쓰겠다는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았고, 기존의 주장을 되풀이 한 셈이다. 이런 기획을 특집으로까지 낼 필요가 있었을까. 조금은 정리된 그래서 어느 정도 조율이 된 의견 개진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신작 등단 작품들도 모두 꼼꼼하게 읽어보았다. 동시에 대한 선호가 정말 높아지고 있구나를 실감하게 하는 여러가지가 있었다. 등단 작품이 모두 좋았다. 현길언 작가의 청소년 소설은 우화이구나 싶었다. 빗대어 말하고 있는 것이 너무도 선명하게 보여서 1장이 차지하는 부분이 마지막 장하고 따로 국밥 같았다. 배경으로 묘사된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동화는 '여우자전거'에서 여우가 자전거로 둔갑해서 이끌어가는 과정까지는 좋았는데 나중에 나무가 되는 놀이로 갑자기 바뀌는 부분은 어색하게 느껴졌다. 마지막이 왜 군더더기처럼 느껴졌을까. 괜히 늘린 듯 해보였다. '나는 왕이다'는 좀 낯선 조우를 하고 있었다. 황제 서점 주인 황제와의 만남이 부자연스러웠다. 연고가 없는 사람이라서 푸른 열쇠를 맡기는 것일까. 석연치 않았다.

'핑크에이드'는 단선적인 플롯인데 고정적인 남여 관계의 역전이 주를 이루는 내용이었다. 중학생이면 자기 옷을 살 정도의 돈을 갖고 다니는가 갸우뚱해졌다. 옷을 골라주고, 그 옷을 입고 농구장에 나서기까지 연애 감정 비슷한 그런 것들이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은 알겠는데, 그것이 농구를 다시 하겠다는 생각으로 연결되는 것이 껄끄럽다. 키 때문에 농구할 맛이 나지 않았던 것도 아니고, 생리 때문에 하지 못해서 짜증을 냈던 것인데, 남자 친구와 농구장에 다녀오면서 그 모든 것들의 원인이 사라졌다는 것이 쉽게 납득이 되지 않았다. 여자라는 현실을 인식하지만 굴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면 남자 친구를 만나 농구장에 갔고, 찢어진 치마를 분홍색 가디건으로 가려준 호의를 통해 자의식이 성장했다고 주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연 그것이 내적 성장일까 하는 의문이 드는 것이다.

아무튼 심사평에서도 지적이 되었으니 독자로서 군말은 그만하자. 창비 등단 작가라는 꼬리표가 평생 부담이 될터이니 말이다. 그래서 어느 잡지에 등단하느냐도 작가의 글 색깔을 만들어나가는데 울타리가 되지 않을까. 아니면 걸림돌? 전자였으면 좋겠다.

 

가장 먼저 읽었던 부분은 대담 이었다. '교육적 구속과 상업적 유혹에서 아동문학을 구하자'라는 표제가 한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한국 아동문단의 현실을 잘 지적을 했고, 중국의 최근 상황에 대해 좋은 정보를 얻은 셈이다. 끊임없는 모색을 통한 변경 확장과 더불어 깊이를 더해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아 있다. 너무 내용이 짧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더 긴 대담이었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그리고 이어서 본 것이 송수진의 글과 이안의 글이었다. 논평이라는 제목에 어울리게 잘 다듬어진 글이어서 반가웠다. 송수진을 만났는데 글로 만나니까 그 목소리로 들려주는 듯해서 더 좋았다. 이안 글은 동시집을 다시 살펴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내가 잘못 본 부분이 있구나 싶어서다. 기회가 되면 찬찬하게 다시 살펴봐야 할 것 같다. 주장이 선명하게 군더더기 없는 글을 좋아하는데 논평의 글들이 그래서 경쾌했다.

'어린이와 세상'도 재미있었다. 특히 동철이가 쓴 글을 낄낄 거리게 만들었다. 아주 쉽게 쓴 글들이어서 정말 학부모들이 이런 글들을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위기철의 연재를 읽으면서 얼마나 낄낄 거렸는지 모른다. 너무도 재미나게 글을 쓰는구나 싶었다. 그런데 하고자 하는 말은 알겠는데 너무 가볍게 느껴지는 것은 뭘까. 늘 진지한 것만을 추구할 수는 없는 것인데, 동화로 만난 위기철과는 사뭇 다른 구석이 있어서 한참을 혼자 웃었다. 간만에 읽었으니 투고도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 중이다. 이렇게 해줬으면 좋겠다라는 식으로 말이다. 은경이가 엄청 고생을 하고 있구나 싶었다.